‘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뉴럴링크 ‘뇌 운동피질에 칩 이식’
뉴럴링크, 두 번째 실험 성공, “연말까지 8명 이식” 상용화 예고
‘혈관에 이식’ 스타트업도 등장, 사지마비․루게릭 환자에 ‘새로운 삶’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생각만으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컴퓨터를 작동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도 다시 사지 마비 환자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제어하는 ‘BCI’를 시연했다.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시연에서 팔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환자는 자신의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의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BCI 기술은 비단 뉴럴링크 뿐 아니다. 스타트업인 싱크론은 뇌가 아닌 혈관에 칩을 이식, BCI를 성공적으로 시연했고, 패러드로믹스난 프리시전 뉴럴사이언스 등의 기업들도 나름의 BCI 기술이 완성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루게릭병이나 치명적인 사고로 인한 척수 마비 등의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도 같은 것이다.
‘뇌 판독 임플란트’…머리카락보다 얇은 실 64개 있어
뉴럴링크가 시험한 이번 환자는 지난 3월 처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시도했을 때 겪었던 문제점들을 완전히 개선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뉴럴링크가 사람의 뇌에 이식한 무선 칩은 일단 이같은 임상 시험을 겸한 시연에서도 안전하다고 입증되었다. 앞으로 좀더 검증을 거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후 상용화하면, 신체 기능을 잃어버린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새 삶을 찾아줄 도구가 될 것이란 기대다.
뉴럴링크는 특히 척수 손상이 심각한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잃어버린 신체운동과 제어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뇌 판독 임플란트’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우선 뇌의 운동 피질 위 두개골에 작은 동전 크기의 구멍을 뚫는다. 운동 피질은 자발적인 움직임을 지시하는 뇌의 부위다.
구멍을 통해 뇌에 심겨진 칩에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64개의 실이 있다. 실 하나하나마다 따로 특수 수술 로봇에 의해 뇌의 운동 피질에 삽입된다. 또한 실 하나마다 16개의 전극이 있어 근처 뉴런 사이에서 전기 신호가 발사되는 것을 모니터링한 후 그 정보를 칩으로 다시 전달한다. 이때 칩은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컴퓨터에 있는 뉴럴링크 앱으로 전송한다. 그러면 앱에 의해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거나, 마우스를 왼쪽 오른쪽으로 클릭하는 것과 같은 동작을 할 수 있게 된다.
뉴럴링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무선 원격 제어기능이다.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외부 컴퓨터에 연결하지 않고도 장치를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실험실에서 흔히 사용되던 여느 연결 기술과 달리, 사용자 개인의 집에서도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칩을 사용하면 환자는 뇌, 즉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즉, 생각이 내키는대로 커서가 움직이고 클릭을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3월 최초의 뉴럴링크 환자도 간단한 테스트 게임에서 커서를 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스타트업들도 참가, BCI 기술 경쟁 활발
그러나 뉴럴링크 이 외에도 뇌를 디지털화하려는 시도들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머스크가 탐내며 인수를 시도하려는 또 다른 BCI 회사인 싱크론(Synchron)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뉴럴링크보다 앞서 FDA 인체 임상시험을 시작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싱크론은 뉴럴링크와 달리, 두개골에 구멍을 뚫을 필요 없이 혈관 내 시술로 뇌에 칩 이식에 성공했다. 마치 인공 스텐트와 같은 장치를 이식한 것이다. 뇌 대신 혈관에 이식함으로써 뉴런 정보를 읽어내면서, 침습적인 수술이 필요없도록 한 것이다. 이 장치는 뉴럴링크보다 전극이 훨씬 적다. 이 역시 생각만으로 가상의 마우스를 클릭할 수 있다. 다만 탐색 능력은 뉴럴링크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또 다른 BCI 회사인 패러드로믹스(Paradromics)사는 뉴럴링크와 거의 같은 방식을 구사한다. 즉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칩을 이식하는 것이다. 이식하는 칩의 지름은 약 1cm이며, 뇌에 1.5mm를 관통하는 421개의 금속 전극을 심는다. 회사측은 “한 사람에게 그 중 4개를 이식함으로써 더 많은 뇌의 데이터를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인간에게 이식된 적은 없다.
또다른 BCI회사인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 역시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얇고 너비가 약 0.5인치인 칩을 심는 방식이다. 또한 신경 활동을 읽어내는 전극이 내장되어 있다. 이는 뇌 표면에 이식함으로써 침습의 정도가 약하다. 이는 다른 뇌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시적인 테스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럴링크, “첫 번째 시험의 오류 완전히 개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개발, 연구에 투자하기 위해 6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최근엔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두 번째 시험 참가자에게 칩을 이식하기 위한 승인을 받았다. 승인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 3월 첫 번째 참가자의 이식 과정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FDA가 제안한 수정 사항에 뉴럴링크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첫 실험 참가자는 시술을 받고 약 한 달이 지나면서 뉴럴링크가 이식한 칩의 성능이 저하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더 이상 수술 직후 그랬던 것처럼 가상 마우스를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클릭할 수가 없었다. 뇌에 삽입된 작은 실 중 일부가 수축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실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뉴럴링크 측은 알고리즘을 약간 조정함으로써 다시 환자의 BCI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두 번째 실험 환자의 경우 “아직 뇌에 이식된 실이 수축되는 현상이 없다”고 뉴럴링크는 자사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밝혔다. 보통 생각이나 판단을 할 때는 뇌가 움직이며, 그럴 때면 이식한 임플란트와 뇌 표면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곤 한다. 지난 첫 번째와 같은 시행착오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번 두 번째 환자의 경우엔 이를 참고해 칩과 뇌 표면 간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실을 운동 피질에 더 깊이 삽입했다. 즉, “약 3~4mm 깊이가 아니라, 최대 약 7mm에 달할 만큼 깊게 삽입했다”는 설명이다.
“사지 마비 환자, 비디오게임 한껏 즐겨”
두 번째 실험에 대해 머스크는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신호를 제공하는 전극이 약 400개”라고 했다. 이는 칩 전극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식된 전극이 모두 신경 신호를 읽어내진 않는다. 물런 많이 읽을수록 기기가 디코딩할 수 있는 정보도 많아지고, 제공할 수 있는 기능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뉴럴링크가 언론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번 실험에 참가한 사지 마비 환자는 두 개의 조이스틱과 여러 개의 버튼을 눌러야 탐색이 가능한 ‘1인칭 슈팅’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머스크는 이에 “뉴럴링크는 금년 안으로 8명을 더 이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