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메모리 작동의 기반, ‘전력 변환․저장․분배․제어’ 기능
기존 실리콘보다 GaN 소자가 우수, “세계적인 시장 선점 경쟁”
크고 작은 국내 토종 기업들 활발한 ‘도전’, ‘2025년경 양산’ 많아

전력반도체가 접목된 변압기 제품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LS일렉트릭)
전력반도체가 접목된 변압기 제품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LS일렉트릭)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시스템 반도체나 메모리와는 또 다른 전력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정보나 신호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시스템반도체 등과는 달리 전자기기에 들어오는 전력을 변환, 저장, 분배 및 제어하는 핵심부품이다. 컴퓨팅ㆍ통신ㆍ가전ㆍ산전ㆍ자동차 등에 적용되며, 최근에는 스마트폰ㆍ노트북PC 같은 모바일기기 증가와 전기차 보급에 따라 전력반도체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존 실리콘(Si) 전력반도체보다 효율을 개선한 SiC(탄화규소,Silicon Carbide)나 GaN(질화갈륨, (Gallium Nitride))으로 된 차세대 전력반도체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원천기술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 등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수율낮고 생산비 많이 들어 상용화 더뎌”

전자통신연구원은 “GaN 반도체 소자는 그동안 수율이 낮아 생산비가 많이 들다보니, 기존 실리콘 반도체 소자에 비해 상용화가 늦어졌다”면서 “그러나 최근 조립공정이 개선되고 수율이 증가하면서 생산량 증대와 단가 인하를 통해 활발히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기관의 전황수 연구전문위원과 최새솔 센터장 등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고출력과 발광 특성이 우수한 GaN 반도체 소자는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현재이 시장 지형을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전력반도체 시장은 자동차 인버터ㆍ컨버터 등으로 사용 분야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욜 그룹(Yole Group)’에 따르면 GaN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은 2021년 1억 2,600만 달러에서 2027년 20억 달러로 늘어나는 등 연평균 59%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중소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기회’ 가능성

특히 선진국들만 아니라 최근엔 중국이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만약 투자가 지체되면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이 감소되고 새로운 산업 기회를 놓칠 것”이란 지적이다.

전력반도체 사업은 팹리스 등 국내 중소 반도체업계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로서, 복잡한 미세공정 경쟁도 덜 치열하고 파운드리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부담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특히 전력반도체는 수요기업별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걸려도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각광 받고 있는 GaN 소자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1990년대 말부터 정부 지원을 통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기업들이 이를 제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무렵 국내에서도 서울대, 경북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 동안 전력반도체 소자는 실리콘(Si)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

로는 SiC와 GaN이 가장 많이 쓰인다. 그중 SiC는 탄소와 규소의 화합물이다. 이는 실리콘에 비해 높은 전압에 견디는 성능이 10배 이상이며, 열전도율도 3배 이상 높아 전자소자 사용에 적합하다.

그 중에서도 GaN은 질소(N)와 갈륨(Ga)의 화합물로 고온 내구성이 높고, 밴드갭이 넓어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 효율이 뛰어나다. 또한 GaN 반도체 소자는 실리콘보다 전력밀도가 3배 높고, 손실은 절반에 불과하다. 성능도 4배 뛰어나며 비용을 20% 감축할 수 있다. 이는 갈륨비소(GaAs)에 비해서도 전력밀도가 7배나 높고, 전력효율이 우수해서 소형화에도 적합하다. 그 때문에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주력이 될 소자는 점차 GaN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실리콘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 산업계에서 환영받고 있다.

실리콘보다 성능 10배, 열전도율 3배, 내구성과 효율 커

GaN 전력반도체 소자는 지난 2010년에 미국의 ‘International Rectifier’가 처음 개발했다. 그 후 2012년에는 최초의 6인치 ‘GaN-on-Silicon 웨이퍼’로 이어졌다. 특히 GaN 트랜지스터는 기존 재료보다 물리적으로 우수하면서 고성능 패키징을 갖추고 있다. 특히 “GaN MMIC(Monolithic Microwave Integrated Circuit)는 설계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RF(Radio Frequency) 시스템 등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서 전황수 연구전문위원 등은 “그러나 GaN 전력소자 부문 기술 개발을 선도해온 주요국들은 이를 레이다 등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서, 소자 구매와 활용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면서 “특히 GaN 소자 선도업체들은 분야별로 특허를 출원, 후발주자들의 진입장벽을 쌓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기존 반도체 업계는 GaN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인피니언’, ‘STMicroelectronics’ 등 전력반도체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웨이퍼 크기를 6인치에서 8인치(200㎜)로 키우고 있어 2025년부터 양산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GaN 전력반도체 소자를 양산 중인 기업은 ‘Efficient Power Conversion’

(EPC), ‘International Rectifier’, ‘Trasphorm’, ‘인피니언’, ‘마이크로GaN’, ‘GaN Systems’, ‘Panasonic’ 등 7곳이다. 개발 중인 기업은 ‘STMicro’, ‘POWDEC’ 등이 있다. GAN 소자는 인텔과 ‘Alcatel-Thales III V-Labs’, 그리고 GaN 전력증폭기는 NXP 등 3개사, GaN FET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넥스페리아 등이 있다.

GaN 전력반도체 소자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R&D 비용과 함께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기술개발 노력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기술협력을 꾀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기로서 본문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반도체 웨이퍼 연마기로서 본문과는 직접 관련이 없음. (출처=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국내 GaN전력반도체 개발과 투자 ‘활발’

국내에서도 파운드리업체를 중심으로 GaN 전력반도체 소자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SK하이닉스 자회사 키파운드리, DB하이텍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을 키우기 위해 CSS(Compound Semiconductor Solutions) 사업팀을 신설, LED 사업에 연관성이 있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추가했다. 또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8인치 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데이터센터용, 소비자용, 자율자동차용 8인치 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2025년 시작할 예정이다.

웨이퍼 생산기업인 SK실트론은 2022년 영국 웨이퍼 제조업체 IQE와 협력, GaN 웨이퍼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로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는 2022년 9월 GaN 연구·개발 조직을 별도로 신설, 8인치 GaN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를 2025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은 2022년부터 GaN 전력반도체 웨이퍼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 에이프로세미콘과 MOU를 체결했고, 알리 살리 전 온세미 기술개발 수석 디렉터를 영입, GaN 공정개발 총괄을 맡겼다.

중소 반도체업체들 R&D에 매진

RF머트리얼즈는 GaN과 갈륨비소를 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에 적용시키는 패키지를 제조하고 있다. 2022년 5월 산업부가 진행하는 ‘산업용 고출력 레이저 다이오드 칩과 모듈 제조기술 국산화 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지트로닉스도 2022년 10월 무선통신 및 레이더용 고주파 전력 소자 국산화에 성공했다. 전자통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300W급 GaN RF HEMT 동작 성능을 입증했다. 이는 레이다 장비를 비롯해 5G 이동통신, WiFi, 블루투스 등에 활용된다. 2023년 8월엔 GaN 화합물반도체 에피웨이퍼 소재 국산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밖에 에이프로(Apro)도 DB하이텍에 8인치 GaN 에피웨이퍼 시제품을 공급했고, RFHIC는 실리콘 대신 GaN을 적용한 전력증폭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GaN 트랜지스터 기반 통신용 전력증폭기를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고 있다. 팹리스업체인 칩스케이도 지난 6월 650V/8Aㆍ15A 고전압 GaN 전력반도체 개발을 완료, 하반기에 이미지스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정밀기계 전문기업 멤스도 8월 들어 GaN 소재를 활용한 다이오드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설계 및 파운드리 공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