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자체보단, AI로 자금 유치하기 위한 해고” 지적도
실리콘밸리선 AI기술 개발 후 개발자들부터 해고, “토사구팽”
골드만 삭스 “10년 내 AI로 인해 전 세계 일자리 3억개 소멸”

해고 당한 직원들이 회사 문을 나가는 모습을 시사하는 이미지. (출처=게티 이미지)
해고 당한 직원들이 회사 문을 나가는 모습을 시사하는 이미지. (출처=게티 이미지)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AI와 IT기술을 개발한 직원들이 가장 먼저 AI기술과 자동화로 인해 대량 해고의 1순위가 되기도 한다. 직원 해고가 반드시 AI 기술에 의한 일자리 대체 때문이 아니란 지적도 눈길을 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선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긁어모으기 위해 ‘돈욕심’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등 해외 IT업계의 최근 동향이긴 하나, 국내 IT스타트업들도 예외는 아니란 지적이다. 특히 최근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 등 큰 지형 변화를 보이는 국내 AI반도체 업계 등도 새겨볼만한 대목이다. 해고에 앞서 흔히 “우리는 한층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이들 기술인력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말을 에두른 표현이란 해석도 눈길을 끈다.

사람 일자리 빼앗을 기술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

이런 분석은 주로 WSJ, 블룸버그 등 비교적 보수 성향의 유력 외신보단, 실리콘밸리 등의 기류를 피부로 체감하는 크고작은 기술매체들의 시각이기도 하다. 이들의 관측에 의하면 특히 구조조정 등을 하면서 내세우는, “우리는 한층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상 “더 이상 (사람이) 필요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정확히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까봐 걱정한다는 말은 옳지않다는 얘기다. 그 보다는 결국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기술에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흔히 기업체 임원들이 AI와 같은 ‘고성장 분야에 집중’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자금난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팬데민 직후 국내외 IT기술 분야는 그야말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빅테크의 해고는 반복적인 일상사가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주요 IT산업의 수많은 종사자가 일자리로부터 쫓겨났다. 국내에 있는 글로벌 빅테크 종사자는 물론, 크고작은 IT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난 2023년 초, 정확히는 1월 한 달동안만 글로벌 IT업계에서 8만9천명 이상의 기술 근로자가 해고되면서 그야말로 ‘피바다’가 되었다.

대표적인 사용자라고 할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의 말을 빌리면, “효율성의 해”가 계속된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2024년에도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아마존과 구글은 가장 먼저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으며, 올해 1월에 전 세계적으로 약 11,000명이 해고되었다.

계속되는 해고의 규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감원과 관련된 ‘메시지’다. IT프로포탈은 “도전적인 거시경제적 상황(경기침체 등) 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것이 변질되어, 순전히 생성AI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고의 광란’으로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동화’를 통해 기술 부문에 남아 있는 인력이 얼마나 ‘쓸모없게’되는지 알기 위해 그 동안 막대한 ‘인적 자본’을 소모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인력이 쓸모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인적 자본’ 소모‘

그러면서 이들 기업들은 흔히 “사이버 보안과 AI를 포함하는 ‘고성장’ 또는 ‘핵심 전략’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공언하곤 했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는 시스코와 델(Dell), 인텔 등이다. 이들은 AI로 인한 인력 감축의 최신 사례로, 두 회사 모두 AI기술에 더욱 집중하면서 (AI관련 부서까지 포함한) 직원을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인텔은 이미 1만5천명을 감축하고 있다. 시스코는 이번 주에 세계 각지의 자사 인력의 7%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무려 5,000개 이상의 직무에 해당한다. 이러한 감축의 이유는 ‘고성장’ 사업 부문에 대한 ‘광적인 집중’ 때문이다.

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해고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시장 진출에 실패한 후 ‘관리 계층을 간소화’하고 AI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골드만 삭스 등의 분석마저 “최근의 감원은 AI로 인한 해고가 아니라 AI의 자금 조달과 배포를 위한 해고”라고 해석하고 있다.

AI는 이처럼 기술 관련 노동자들에게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AI는 회사가 ‘효율화’와 ‘역할 자동화’라는 명목으로 일자리 감원을 정당화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에 AI기술로부터 기대되는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감원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핑계가 된다.

개발자들, AI 관련 목표가 달성되면 ‘해고’

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8월 초에 직원을 15%, 즉 15,000개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CEO 팻 겔싱어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AI의 수익률이 낮은 것”을 주요 요인으로 특별히 강조했다.

생성AI 경쟁에서의 느린 출발과 결과를 제공한 것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직원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들은 쓸모없게 된 것이 아니라 희생양일 뿐”이며, “그런 논리라면, 엔비디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고용주가 쓸모없게 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기술매체 Wccftech의 표현이다.

이 매체는 “이런 추세라면, 기술 근로자들에게는 ‘밝은 빛’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AI 투자에 대한 기업의 끝없는 열망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기업 리더들이 추구하는 애매한 개념의 ‘간소화된 조직’이란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면서, 궁극적으로 직원이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AI 관련 목표가 달성되면 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장수’에 대해 장담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한다. AI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AI개발에 매진했던 동료가 해고되면, 불가피하게 다음 단계는 자신의 직위가 무의미해지고 자동화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토사구팽’으로 비유할 만하다.

이처럼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지난 18개월 동안 이어졌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0년 동안 자동화로 인해 최대 3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의 감원사태만을 보면 대부분 AI로 인한 해고가 아니라, AI를 위한 자금 조달과 배포를 위한 해고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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