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IT 연구자들, “인체 투입 등 초소형 로봇 전력 공급용”
길이 0.1mm, 두께 0.002mm, 1V 생성, ‘나노로봇 가능성 제시’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초미세 배터리(전지)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의료 목적 등으로 인체에 삽입하는 초소형 로봇에 맞는 초미세 배터리 기술력에 따라 로보틱스 시장의 경쟁력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미 1~5mm 크기의 전지를 개발, 양산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 매사추세트 공과대학(MIT) 연구진이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얇은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초미세를 넘어선 극미세 배터리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금껏 초소형 로봇을 상용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같은 초미세 배터리였다. 로봇이 작을수록 그 부품이나 구성 요소를 개발하기가 더 어렵다. 특히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배터리를 통한 전원 공급이다.
특히 세포 크기처럼 극미세 로봇을 상용화하기 위해 일각에선 포토다이오드를 사용, 로봇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극소량의 전기를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진보된 시스템은 역시 전용 전원을 공급하는 것이다.
‘배터리 통한 초소형 로봇 전원 공급’ 실현
MIT는 이같은 목적에 걸맞게 최근 극미세 배터리를 개발해냈다. 인체 내 약물을 전달하거나, 파이프라인에서 가스 누출을 확인하는 것과 같이 정밀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목적의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초미세 배터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배터리의 길이는 0.1mm, 두께는 0.002mm로 대략 머리카락 한 가닥 두께에 불과하다.
연구자들은 배터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1V를 생성할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하여 센서, 회로 또는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관련 연구논문의 수석 저자인 마이클 스트라노 교수는 “이는 로봇 공학에 매우 유용한 성과로서, 배터리에 로봇 기능을 구축하고 이러한 구성 요소를 장치로 조립하기 시작했다.”고 연구 진행 상황을 ‘테크노크런치’에 밝혔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은 여전히 외부 장치에 연결되어 있지만, 작은 로봇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전원 버전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서 연구진은 시스템이 생성할 수 있는 전압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또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초미세)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초소형) 나노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미세 배터리로 초소형 나노로봇 가능성도
이같은 극미세 배터리는 앞으로 등장할 나노로봇 등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MIT는 이미 나노 로봇은 아니지만, 열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움직이는 초소형 로봇 ‘오리가미 로봇’(Origami Robot)을 개발한 바 있다. 이는 열에 반응해 기동하며, 프로그래밍된 대로 행동한다. 또한 액체 속에 들어가면 용해되어 자가 소멸한다.
지난 2015년에 등장한 오리가미 로봇은 체내에 약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MIT는 이듬해인 2016년에는 셰필드 대학 등과 함께 돼지의 장을 가지고 만든 인제스터블(ingestible) 오리가미 로봇의 시범기를 발표했다. 이는 수분을 머금으면 기동하는 로봇이다. 또 실수로 섭취한 단추형 배터리를 체내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장치도 개발되었다. “인제스터블이란 ‘섭취가 가능하다’는 의미로서, 로봇의 크기가 미크로/나노 입자로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중요해지게 될 키워드”라는 MIT의 설명이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도 약 3.5mm의 크기로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판 모양의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이 로봇은 직사각형 고무판과 같은 모양으로서, 자력(磁力)을 이용하여 그 몸체를 자유롭게 굽히거나 늘리면서 인간의 체내에서 이동할 수 있다. 나방의 유충과 해파리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뛰어오르거나 물속을 헤엄칠 수도 있다. 무언가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체내에서 약을 운반하여 환부에 직접 투여할 수도 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나노 프로펠러라 불리는 나노 로봇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는 체내가 아니라 안구 속을 이동한다. 해당 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나노 로봇에 안구의 유리체(안구 내에서 수정체와 망막 사이에 위치한 젤 형태의 조직)를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나노 프로펠러는 프로펠러처럼 나선형을 띠고 있으며, 역시나 자력(磁力)으로 움직인다. 현재도 안구 속의 환부에 약을 투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