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의로 답합해 X에 광고 안하나”, 광고주 단체를 고소
머스크 인수 후 ‘증오․차별 도배’ 거부감에 광고주들 무더기 이탈
머스크, “광고주 단체, 광고 보이콧 선동, ‘반독점법’ 위반”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X가 광고주 단체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6일 외신을 종합하면, X는 주요 광고주들의 단체인 ‘미디어 연합’ 회원사들이 X에서 광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담합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머스크는 X를 인수한 이래 줄곧 광고주들과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이번 사태는 그런 갈등이 표면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X는 이날 “이 단체는 회원사들이 X에 광고비를 쓰지 않도록 담합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텍사스 연방 법원에 제기된 고소장에 따르면 ‘GARM’으로 알려진 광고주 단체는 CVS, Unilever, Mars, 덴마크 에너지 회사 ‘Orsted’ 등을 포함한 주요 광고주들과 ‘공모’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2022년 머스크가 X를 인수한 후 지불하지 않은 ‘수십억 달러’의 광고 수익을 집단적으로 보류해왔다는 것이다.
X는 이 소송을 통해 자사 수익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광고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많은 광고주들은 머스크가 X를 인수할 때 “자유로운 언론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일부 폐쇄된 계정을 복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자, 이에 반발해 X에 대한 광고비 지출을 미루거나, 아예 광고를 끊기도 했다. 특히 머스크 인수 후 X에서 ‘증오 표현과 잘못된 정보가 증가하고 있다’는 여론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광고주들과 타협하기는커녕, 오히려 ‘GARM’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혀 다른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머스크는 이날 “본사 지난 2년 동안 신사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헛소리만 한 셈”이라며 “이제 전쟁이다”라고 했다. 그는 별도의 게시물에선 또 이들 광고주 회원사 모두에게 소송을 제기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광고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머스크가 ‘광고주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다리’를 불태우지 않았더라도, 광고주가 X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마케팅 및 미디어 컨설팅 회사인 ‘Ebiquity’의 임원인 루벤 슈뢰어스는 ”이런 종류의 법적 갈등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다른 광고주들이 마지못해서라도 X로 돌아오도록 강제하기 위한 최후의 전략“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글로벌 광고 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기업들을 대표하는 ‘GARM’은 머스크가 X를 인수한 후 광고주에게 의도적으로 X를 피하도록 종용해왔다. 고소장에 따르면 머스크의 인수 후 GARM 회원사 18곳이 플랫폼에서 광고를 완전히 중단했다. 또 수십개 회사가 광고비 지출을 70%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X는 큰 타격을 입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X는 미국에서 1억 1,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1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 53%나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르면, X는 미국 내에서만 올림픽, 축구, 정치 캠페인과 관련된 광고로 강화된 3분기 동안 1억 9,000만 달러 수익을 목표했지만,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낮춘 수준이다.
고소장에서 또 X는 “광고주 지출이 감소했기 때문에 광고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다른 소셜 미디어에 비해 광고비가 저렴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주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광고주가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것은 ‘반경쟁적”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앞서 마케팅 회사 임원인 슈뢰어스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애초 머스크가 수백 개의 금지된 계정을 복구하고, 해당 플랫폼에서 증오 표현과 잘못된 정보가 급증하게 되자, 여러 주요 광고주들이 X를 떠나거나 광고 지출을 줄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머스크의 우파적 성향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난 달 오하이오주 공화당 의원인 짐 조던 의원이 이끄는 하원 사법위원회는 “GARM이 (소셜미디어상의) 선호하지 않는 콘텐츠를 퇴출시키려 하거나, 온라인에 나타나는 콘텐츠 종류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했다”고 밝힌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주 해당 위원회는 GARM의 활동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기까지 했다. 40개 이상의 회원사에 편지를 보내 관련 문서를 보존할 것을 요구하고, GARM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는 그러면서 “경쟁과 소비자 선택에 대한 이러한 제한은 ‘반독점법’에 따라 불법일 가능성이 높으며 기본적인 미국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위원회는 이러한 행위에 가담한 회사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사실상의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머스크를 편들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만한 모습이다.
사실 머스크는 오랫동안 X의 광고주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작년에 열린 ‘New York Times DealBook Summit’에서 그는 “광고주가 ‘X가 온라인에서 반유대주의적 음모론을 지지한다’며 광고를 철회함으로써 나를 ‘협박’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당 광고주에세 “광고하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는 여러차례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특히 X의 주요 광고주였던 디즈니의 최고 경영자인 로버트 아이거를 특별히 지목했다. 앞서 아이거는 “일론 머스크와 X의 관계(인수)가 반드시 우리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광고 보이콧을 시사했다. 이에 지난 6월 열린 광고 축제인 ‘칸 라이언즈’ 무대에 등장한 머스크는 앞서 ‘DealBook 컨퍼런스’에서의 발언은 “광고주 전체에게 한 것이 아니라 X에 광고하려는 것을 방해하려는 사람들에게 한 것”이라고 아이거 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 외에도 외부의 비판으로 자사 회사 수익에 지장을 입을 경우 비판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습관이 있다. 머스크는 X를 인수한 후 증오 표현이 증가한 것을 기록한 ‘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C.C.D.H.)란 단체를 고소하기도 했다. X는 또한 지난해 11월에 “X의 광고가 반유대주의 콘텐츠 옆에 등장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 Media Matters’를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방 판사는 C.C.D.H.에 대한 소송을 기각했고, 머스크는 항소했다. 항소 재판은 2025년에 예정되어 있다.
머스크는 이 외에도 법원을 이용해 경쟁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번 취소했던 오픈AI에 대한 소송을 다시 이번 주에 부활시켰다. “이 회사와 창립자 두 명이 대중의 이익보다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창립 계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Grok’이라는 경쟁 챗봇을 만드는 xAI의 소유주로서, 오픈AI는 자신의 막강한 경쟁자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