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진영 ‘악당’으로 간주, “선거를 돈으로 매수” 비판
머스크 기부 직후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 연달아 트럼프에 줄서
바이든 측도 反머스크 홍보문구로 ‘선거자금’ 모집 나서

이번 미국 대선 국면에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일론 머스크,. (사진=게티 이미지)
이번 미국 대선 국면에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일론 머스크,. (사진=게티 이미지)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일론 머스크가 ‘2024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 못지않은 이슈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그는 이제 트럼프 진영엔 든든한 후원자이지만, 바이든 캠프에겐 최악의 ‘빌런’(악당)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 동안 친 트럼프 성향을 수시로 내비쳤던 머스크에 대해 바이든은 좀체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 머스크가 4500만달러를 트럼프 진영에 기부할 뜻을 밝히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간 애써 침묵했던 바이든이 직접 노골적으로 그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17일(현지시각) 코로나에 감염되어 유세를 중단한 바이든은 X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바이든, 직접 X통해 머스크 비판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후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 X에 “일론 머스크와 그의 부자 친구들이 이번 선거를 매수하려고 한다.”고 머스크를 직격했다.

비슷한 시각 바이든 캠프에선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역으로 머스크의 친 트럼프 행적을 이용했다. 즉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일론 머스크)이 이제 ‘MAGA’팀에 들어갔다”면서 “머스크는 자신의 재산으로 우리 민주주의를 통제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기 위해 바이든을 위한 모금에 동참해달라는 뜻이다. MAGA는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이니셜을 딴 용어로서, 같은 이름의 밈코인도 있다.

앞서 머스크 스스로도 “나는 조 바이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스스럼없이 밝힌 바 있다. 이에 바이든 진영도 이제 본격적으로 머스크를 겨냥하고 있다. 더욱이 그가 트럼프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머스크를 비롯해, 다른 유명하고 부유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들을 대상으로 트럼프 지지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바이든이 직접 나서고 있어 이색적이란 평가도 따른다.

양 후보 못지않은 갈등의 중심에 서

바이든과 트럼프 양자 간의 비난이나 견제 못지않게 ‘제3의 인물’인 머스크가 또 다른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그 동안 바이든은 머스크의 여러 마땅찮은 행적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내 억만장자인 그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이색적인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선행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그 만큼 다급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긴 바이든은 내심 머스크를 경계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 백악관에서 전기차 업계 대표들을 불러 모은 ‘EV 서밋’을 개최했을 때도 머스크는 제외되었다. 당시 바이든은 “(테슬라가 아닌) 디트로이트가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일부러 테슬라와 머스크를 배제한 듯한 발언이었다.

바이든은 그 동안 머스크의 반(反)노조 입장 때문이든, 아니면 그가 극우 정책을 수용했든간에 그는 머스크를 무시하다시피 했다. 이에 머스크는 평소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테크크런치 등 일부 기술매체들은 “머스크의 선거 개입을 비판하는 바이든의 캠페인은 실리콘밸리와 기술 산업 전반에 대한 억만장자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도박’”이라고 평가 했다.

그렇잖아도 ‘Sequoia Capital’의 공동 창업자인 숀 매귀어와 더그 레온 등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이미 머스크가 기부한 바 있는 친 트럼프 성향의 재단인 ‘Super PAC’을 후원하고 있다. 역시 억만장자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비츠도 트럼프의 암호화폐지지 발언과 AI기술 친화적 입장, 그리고 이와 달리 미실현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를 제안한 바이든의 입장 등을 고려 트럼프 진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머스크의 측근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도 이번 주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서 연설하면서 X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더욱 강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물론 바이든의 선거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머스크의 선거 개입을 크게 문제삼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바이든이 머스크를 아무리 비판한들, 머스크나, 색스, 또한 벤처 캐피탈리스트 피터 틸 등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은 이미 트럼프가 J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커진 상태다. 이들 중 다수가 (트럼프 지지를 위한) 돈을 모으고 있는 슈퍼팩(Super PAC)은 지난 6월에 결성되었다.

이번 대선 실리콘밸리 영향력 크게 키우기도

머스크가 이처럼 노골적인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선거에 본격 개입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때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교류했지만, 그를 후보로서 노골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었다.

반면에 머스크는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인플레이션 감소법에 따라 테슬라(및 배터리 파트너 파나소닉)는 2032년까지 최대 41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Hertz’가 테슬라를 대량 구매를 약속하는 등 EV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2021년에 역대 최고 시장가치를 기록했다. 또 ‘SpaceX’와 위성사업인 ‘Starlink’는 국방 및 기타 정부 계약을 계속해서 따냈다. 결국 2023년 9월엔 백악관에서 바이든과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회사들은 또한 여러 차례의 연방 조사를 받고 있거나, 받을 운명이다. 그 중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시작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확실히 그는 이념적으로 트럼프와 더 동조하고 있으며, 그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정권을 담당함으로써 계속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믿을 만하다”고 전망했다.

역설적으로 바이든도 머스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위 반(反)머스크 수사(레토릭)를 동원함며, 선거자금을 모으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바이든 캠페인 대변인은 “머스크와 그의 부자 친구들”을 이용한 게시물이 “두 번째로 좋은 모금 소셜 게시물”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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