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세상의 법칙 이해, 상호작용 ‘몸체가 있는 AI’
‘2족 보행형’ 기술 날로 발전, 인간 지능․외모․행동 최대한 모방
“2~3년 내 ‘제2의 인간’으로 인간과 공존 시대 올 것”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생성AI 다음엔 뭘까? 이에 대한 정답 여부와는 별개로, 최근 ‘물리AI’ 내지 ‘임보디드(Embodied)AI’도 그런 질문의 연속선상에 있다. 즉 지식만으로 무장한 AI가 아니라 실제로 세상의 물리적 법칙과 현상을 접하면서, 상호작용하고 학습할 수 있는 ‘AI 물체’가 그것이다. 이에 딱 들어맞는 발명품이 바로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전통적인 로봇공학과 AI기술이 결합, 개발된 ‘인간의 외모나 행동을 모방한 로봇’이다. 발전 속도에 따라선 단순한 ‘모방’을 떠나 인간과 거의 똑같은 외모와 지능, 행동 방식을 갖출 수도 있다.
대체로 3가지 유형으로 구분
현재까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몇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이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우선 ‘바퀴주행형’의 경우 2족보행을 하지 않아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싸서 상용화하기 쉽다. 그러나 이동이나 작업의 유연성이 부족해 바닥이 평평한 곳, 즉 공장이나 창고, 공항, 쇼핑매장 등에서 특정 용도로만 사용될 수 밖에 없다.
‘감정소통형’ 휴머노이드 로봇도 최근까지 꽤 유행했다. 이는 인간과의 의사소통과 감정표현에 특화되어 있어, 실버 케어 등에 많이 활용되었다. 그러나 LLM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대체하는 바람에 점차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최근엔 ‘2족보행형’ 로봇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뭇 동물과 가장 뚜렷한 차이는 언어와 이성 등과 함께 2족 보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인간의 기능과 형태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로봇으로 간주된다. 특히 최근에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같은 ‘2족 보행형’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범용성이 우수한 장점에도 불구, 제조원가가 비싸고, 완성도 높은 개발이 쉽지 않아 아직은 미완성인 상태다.
“미래엔 자동차 구입하듯 보편적 상용화”
이같은 ‘물리 AI’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로봇에 대해선 앞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행사 키노트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생성AI에 이어 ‘물리 AI’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봇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3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AI 훈련을 통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미래에는 마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처럼 휴머노이드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야말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휴먼’ 곧 인간과 공존하는 ‘제2의 인간’으로 행세할 수도 있다는 예언이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물리 AI’다. 지금까지의 생성AI 역시 텍스트나 이미지 등과 같은 디지털 데이터로 학습한 지식만을 갖고 있어 물리적 세상이나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이와 달리 AI가 물리적 현실과 환경을 인식, 학습하고 이해하려면 ‘휴머노이드 로봇’과 같은 물리적 형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요구에 부응할 만한 것이 또한 ‘임보디드(Embodied) AI’다. 이는 ‘물리 AI’에서 나아가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학습할 수 있는 ‘체화형 AI’다.
동작과 센싱, 바디, AI기술 결합, ‘추론과 의사결정’
휴머노이드는 이를 위해 정밀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개발되고 있는 로봇의 경우 대체로 유연한 동작을 위한 ‘엑추에이션 시스템’, ‘센싱 시스템’, ‘인공지능시스템’, 그리고 몸체를 구성하는 ‘바디 및 기타부품’ 등으로 구성된다. 그 중 핵심이라고 할 ‘센싱 시스템’이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는다. 더욱 중요한 AI기능에 의해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과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이때 AI반도체와 각종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부품이며, “미래 휴머노이드의 부가가치 증가와 발전은 주로 이 단계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평가다.
또 ‘액추에이션 시스템’은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위해 중요하다. 이는 서보 모터, 감속기, 제어기, 토크 센서, 인코더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을 결합, 조정하며 이상적인 동작과 행동을 유도하는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이는 휴머노이드 제조원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게 전문가들이 견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은 역시 ‘지능 수준’을 높이는데 달렸다. 현재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지능 수준은 L1(레벨1)~L2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L3~L4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는게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5단계 지능 수준, “미․중은 2단계, 한국 1단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AI・SW・반도체단 인공지능팀 김용균 수석연구원은 이를 4가지 기준으로 나누고, 그에 따른 발전 단계를 5개로 구분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자체 지능 수준’, ‘작업 환경 난이도’, ‘자체 학습 능력’, ‘인간 제어와 개입 여부’ 등에 따라 4가지 기준으로 구분했다. 그런 다음 이를 기준으로 휴머노이드 지능 수준을 5단계(레벨)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로봇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현재 L2 단계에서 L3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L1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그저 걷거나 단순 동작만 반복하는데 그쳤던 1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뛰어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LLM・LMM(대형멀티모달 모델)과 나날이 발전하며 업그레이드되는 생성AI 기술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
이미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내고, 제한적이나마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좀더 다양하고 유연한 동작과 기능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2세대 휴머노이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2024년 인공지능 하이프사이클’에 ‘양자 AI’, ‘소버린AI’와 함께 ‘임보디드 AI’를 포함시킴으로써 ‘휴머노이드 로봇’의 추현을 당연시하는 예측도 내놓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