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B, LGU+ “콘텐츠 업체(CP), 공평한 ‘망 사용료’ 부담” 촉구
CP “가격 인상, 이윤 감소” 반발…구글 ‘네트워크 중립성’ 내세워 ‘지불 거부“
전문가들 “투명자료 기반, 소비자 편익, 인터넷 생태계 지속 차원 논의”

이동통신 관제실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SK텔레콤)
이동통신 관제실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SK텔레콤)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망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외적 논쟁은 고질적인 갈등 요인이다. 넷플릭스-SKB 소송 등을 계기로 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확정된 해법을 찾지 못한채 논쟁은 가열되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ISP)들은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는 초대형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에게 망 사용료 균등 분담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카카오 등과 이들 CP, 그리고 KT, SK브로드밴드, LGU+ 등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소송 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망 사용료를 거부하고 있는 구글은 그런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갈등’ 심화

유튜브·넷플릭스 등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가 급증하고 인터넷망 트래픽도 함께 증가하면서 망 증설과 정비 등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투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에 ISP들은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 관리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콘텐츠 사업자(CP)들은 “망 사용료 부담으로 인해 서비스 가격 인상이나 이윤 감소 등이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CP는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ISP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고도화·대용량화에 따른 네트워크 추가 구축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SKB 소송, 트위치 한국 시장 철수

특히 최근엔 넷플릭스-SKB 소송을 계기로 망 사용료 이슈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소송 끝에 넷플릭스가 패소하긴 했으나 결국 양사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번 두 회사의 소송은 망 사용료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에 다시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간의 망 사용료 분쟁은 지난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게 지불해야할 대가가 없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되었다.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높은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를 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를 수긍할 수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2021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SK브로드밴드편을 들어주면서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넷플릭스는 항소했으나 다시 취소하고 화해 절차를 밟아 지난해 9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소비자 우선 정책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표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망 이용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또 ‘트위치’가 한국에서 사업을 접고 철수하면서 망 사용료 이슈가 다시 관심을 받았다. 아마존닷컴의 자회사이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트위치는 한국 망 사용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한때 소비자들에 대한 영상 화질을 크게 낮춤으로써 문제가 되었다. 트위치는 운영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결국 서비스 중단을 결정하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다. 다른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가운데, 망 사용료도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출처=SK텔레콤)
(출처=SK텔레콤)

美 정부 등에 업은 구글, “배째라”

특히 구글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한창이다. 네이버·카카오의 경우 구글·넷플릭스에 비해 트래픽이 적은데도 일정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메타·디즈니 등 해외 CP들도 망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독 국내 인터넷 트래픽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만은 전혀 지불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정작 미국의 버라이즌, AT&T 등 ISP나,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등과는 계약을 통해 대가를 지불하면서 한국에서는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구글 접속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구글에 망 제공을 중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구글이 한국에서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꼽힌다. 캐시 서버, 즉 구글은 자사가 전 세계 주요 국가와 지역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저장 및 제공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음을 핑계로 대고 있다. 또 ‘네트워크 중립성’을 주장하는가 하면, 법적 쟁점, 소비자 영향 등을 내세우고 있다.

도이치텔레콤-메타 등 해외서도 논쟁 치열

해외 시장에서도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과 메타 간의 갈등이 꼽힌다. 지난 5월 메타를 대상으로 한 망 사용료 소송에서 도이치텔레콤이 승소했다. 앞서 메타는 도이치텔레콤 측에 기존에 지불하던 망 사용료를 40% 할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이 불씨가 되었다. 이에 망 사용료를 아예 지불하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번진 것이다.

당시 독일 지방 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 필요성’과 ISP의 통신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 청구권’을 인정했다. 또 메타의 망 이용에 대해 ‘기존 계약의 묵시적 수용’으로 판단했다. 즉, “메타가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도이치텔레콤에 계약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도 실제로는 도이치텔레콤의 인터넷망(Data transit service)을 계속해 사용한 만큼, ‘계약의 묵시적 수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한국 국회, 입법 움직임에 美 정부 ‘견제구’

한편 한국 국회에선 망 사용료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 추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입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CP와 달리, 해외 CP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망 사용료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작 미국 정부도 이에 반발하고 있다. “망 사용료법이 미국 기업의 한국에서의 사업과 투자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공개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우리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들에 대해 ‘반(反)경쟁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U․美 등 원칙적으로 망 사용료 분담 찬성

이에 반해 EU는 “모든 시장 행위자가 인프라 비용에 대해 공정하고 비례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별다른 시설 투자 없이 통신사들의 네트워크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만큼 증설에 따른 비용을 CP들도 분담하는 게 합당하다”는 견해를 보여 미국과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대체로 보면 EU와 미국 모두 CP들의 망 투자 분담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역시 지난 4월 FCC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폐지했던 망 중립성을 복원키로 했다. 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그 내용이나, 유형, 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럼에도 ‘망 중립성’ 대상으로 ‘망 이용대가’는 제외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망 사용료 분쟁은 경제적 갈등을 넘어 망 중립성, 소비자 보호, 인터넷 산업 발전 등 다양한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할 현안”이라며 “특히 ISP와 CP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해 투명하게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소비자 편익과 인터넷 생태계 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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