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조사, 기존 통념 뒤엎어 “효율적이지만 불행하다”
“기계보단 인간과 상호작용 욕구, 일자리 상실 두려움 겹쳐”
“‘인간’에 초점을 둔 자발적인 회의나 비공식 토론” 중요

(사진=셔터스톡, 디크립트)
(사진=셔터스톡, 디크립트)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AI를 사용하면 작업 능률이 오르고, 생산성도 증대될 것이란 인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조사에선 AI를 업무 공간에 적용할 경우 사용자는 외로움을 느끼고,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28일 하버드 경영연구소 리뷰(HBR.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AI가 작업 과정에 포함될 때 효율적이긴 하지만 “그게 반드시 더 행복한 작업 현장은 아니다”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우리가 기계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직장에서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직원의 건강과 사회적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로 인한 고립, 인간관계 상실

이 기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로 인한 고립은 직원들이 인간 관계에 더 많이 투자하면서, 그들이 놓치고 있는 사회적 자양분을 찾도록 자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실패할 경우,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은 “술에 의존하여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는 다양한 배경과 국적을 지닌 직원 580명을 대상으로 한 4가지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이들은 3년 넘게 한 직장에서 근무했으며 1년 반 이상 AI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보고서는 “경쟁업체와 보조를 맞추고 AI 배포와 관련된 효율성 향상을 얻기 위해 많은 조직이 가장 중요한 자산, 즉 업무가 점점 더 자동화되는 작업으로 세분화되고 있는 ‘인간’ 작업자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직원들은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며,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회적 불쾌은 삶의 질, 기분, 인지 기능, 행동, 건강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AI가 그저 반복적이고 사소한 일상적 작업만 처리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은 “(AI를 적용할 경우) 생산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과, 비공식적 소통과 논의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곤 한다”고 밝혔다.

HBR은 또 “AI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작업을 완료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더 많은 직원이 AI와 협력하게 된다”면서 “그러면 결국 업무에 하루 종일 매달리는 셈이 되어 사회적 박탈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결과적으로 AI를 과도하게 추진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진정한 연결과 협력, 진실되고 공유된 인간애 중요

HBR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느라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실제로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롭고 무관심한 직원은 최선을 다해 일할 가능성이 없고, 생산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보고서는 특히 “인간 상호 작용의 감소와, 실업에 대한 끊임없는 두려움이 동료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진정한 연결과 협력을 뒷받침하는 진실되고 공유된 인류애를 약화시킨다“고 꼬집었다.

보편화된 원격 근무에 대한 최근 갤럽의 연구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해당 연구는 “AI 적용이 사회적 고립과 만성적 외로움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실제로 많은 체험자들에 의하면 AI는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완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자발적인 회의나 비공식 토론이 부족하면 사람들이 사회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경험담도 나온다. 이에 일부 기업체들은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대 조직과 기업들은 직원의 신체적, 정신적 웰빙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으며 포용성과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이상적으로는 직원들이 동료들과 더 긴밀한 유대감을 갖고, 조직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과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소 35%~61% 기업, AI도구 사용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원들이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를 매개로 한 이러한 운영 방식은 실제로 직원들이 더 단절되고 고립된 느낌을 갖게 함으로써 ‘버닝아웃’이나 결근 혹은 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BR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5%의 기업이 이미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5월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심지어 61%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AI 시장이 2030년까지 1조 8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BR은 “AI 채택 프로젝트를 성공적이고 실행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으로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팀 구축 활동, 사교 행사 또는 심지어 간단한 커피 채팅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권하며 “업무 목표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치 있고 장려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런 노력이 ‘실제 업무’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