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패키징, 첨단 메모리 고부가가치화가 ‘살길’
미․중 갈등 불구, 中 레거시 반도체 기반 ‘반도체 굴기’ 시도
‘HBM’ 수요가 메모리 영역으로 확대, ‘맞춤형 제작’
첨단 패키징과 반도체 전공정 기술과 통합 적용도 대안

삼성전자가 한때 업계 최고 속도임을 자랑했던 GDDR6-D램.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한때 업계 최고 속도임을 자랑했던 GDDR6-D램. (출처=삼성전자)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문자 그대로 ‘반도체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을 둘러싼 환경도 날로 험난해지며, 그 선택지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중 갈등 국면의 글로벌 공급망 구조 개편에 맞는 지혜로운 대처 방안과 함께 맞춤화 수요와 이종(異種)칩 집적 등에 맞는 첨단 패키징에 주력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공급망은 전례없는 구조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우리로선 기회로 삼을 여지도 적지 않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서유나 연구원은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로 첨단 기술 진입장벽이 갈수록 두터워지며, 미국이 칩스법(Chips Act) 등에 따른 미국 시장의 진출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AI 발전에 따른 반도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긍정적 요인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분야 기술 우위로 격차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대중 제재와 공급망 재편, “우리의 기회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요인도 많다. 미국의 자국 기업 끌어주기로 자국 기업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기술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국이 성숙 반도체 분야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장비 기술의 자립도를 상승시킬 우려도 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수출 대응력도 약화될 수 있고, 취약한 패키징 기술력의 격차가 확대될 수도 있다. 특히 AI 기반 맞춤형 제품의 수요에 대한 대응력이 필수인데, 소재․장비 등 원천기술 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 변화 추세(왼쪽)와 패키징 기술 격차.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 변화 추세(왼쪽)와 패키징 기술 격차.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

이에 전문가들은 이같은 맞춤화 수요와 함께 이종칩을 집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첨단 패키징으로 현재의 반도체 전쟁 국면에 대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패키징은 본래 반도체 칩의 외부 연결과 보호를 위한 포장 단계다. 주로 단일 칩 패키징 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다종·복수의 칩을 성능과 수요에 맞게 포장, 소형‧다기능화를 추구하는 추세다. 즉, 전기적 연결을 효율화하고, 열 관리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반도체 칩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성능 및 고대역폭메모리 등 고객 특성에 맞게 전용화된 반도체가 중요하다. 특히 AI CPU인 ‘HBM’ 수요가 메모리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맞춤형 제작을 위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소형‧다기능화, ‘다종·복수의 칩 포장’ 추세 부응

현재 첨단 패키징 시장은 전체 패키징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구성 요소인 프로세서 메모리 센서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하는 이종집적

기술과 다양한 본딩 접착 기술을 활용한 적층 기술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2.5D, 3D 등 메모리 분야는 최고 수준이지만 중요해지는 첨단 패키징 영역은 이처럼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현재 첨단 패키징 기술은 TSMC와 인텔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글로벌 패키징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중국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더욱이 미국 제재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이 분야에 역량을 쏟고,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TSMC는 이미 지난 2011년 무렵부터 패키징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그 보다 3년여 가 뒤진 후 완성도 있는 패키징 기술을 발표했다. 한국의 패키징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보유국에 비해 아직도 격차가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 중심의 메모리 위주로 발전해왔다. 그렇다보니 첨단 패키징 기술의 경쟁력이 낮고, 연구 생태계도 상대적으로 취약해 기술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전공정 기술과 통합 적용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파운드리나 종합반도체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반도체 설계 개념도. (출처=TSN IP)
반도체 설계 개념도. (출처=TSN IP)

‘첨단 메모리 수요’와 ‘중국발 도전’ 동시에

첨단 메모리의 고부가가치화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높아진 중국 진입 장벽을 뚫고, 선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특히 AI와 연관된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날로 커지고, 범용 제품보다는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그러면 이에 맞게 한국의 강점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의 고부가가치화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고객 맞춤형 제품인 HBM의 경우 평균 판매단가는 기존 램에 비해 5배 가량이나 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인해 중국이 단기간에 침투하기 어려운 최첨단 D램 등 첨단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전략일 수도 있다는 조언이다. 그렇게 되면 “선두를 유지하는 데에 한층 수월할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선두기업에 비해 D램 5년, 낸드플래시는 2년, 파운드리는 5년의 격차가 있다. 그럼에도 “경쟁 심화에 따라 수익성을 유지하는게 쉽지 않고,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의 추격과 도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다.

한편 마이크론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 지원 하에 강력한 플레이어로 등장하는 것도 우리로선 큰 부담이다. 그러면 현재의 과점적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첨단 제품에서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는 삼성전가를 비롯해 당분간 과점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첨단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인텔, 라피더스, TSMC 등 4강체제로 다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中, ‘성숙 반도체 장악’ 경계해야

그런 가운데 중국은 레거시 반도체로 우회하며, 자국 장비 기술의 자급화를 도모하고, 생산 능력을 확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로 인해 만약 중국이 기존 성숙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경우 중국발 ‘반도체 굴기’의 부정적 여파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다.

글로벌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을 보면, 대만은 44%에서 40%로 줄어들고, 한국도 6%에서 4%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31%에서 39%로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첨단 패키징 등 취약 분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면 선두 그룹과 우리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그래서 “패키징을 비롯해 소부장 분야의 투자 확대와 인력 양성 등을 통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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