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투자자들 ‘암호화폐’ 불신으로 투자 망설여
‘암호화폐-제도권 금융’ 가교 불구, 불안감 여전
전문가들, “앞으로도 당분간 확산속도 느릴 수 밖에”
[애플경제 김미옥 기자] 비트코인 ETF(BTC-ETF)가 출시된지 6개월이 가깝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시장에서 많이 채택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제도권 금융의 ETF를 본딴 것이긴 하나,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블랙록에 따르면 특히 금융전문가나 금융분야에 정통한 투자자일수록 이를 선뜻 거래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블랙록의 한 ETF 투자 책임자는 “비트코인 ETF는 암호화폐와 전통적인 금융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여전히 기복이 심한 가격변동과 단기간의 투기성 거래가 주를 이루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고 BTC-ETF의 부진한 거래의 원인을 짚었다.
일부 ‘자기주도적 투자자’ 위주로 거래
그는 “현재 비트코인 ETF 구매의 약 80%는 온라인 중개 계좌를 통해 주체적으로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자기주도적 투자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CNBC에 밝혀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또 지난 분기의 대형 기관의 상장 자산 보유량을 담아 SEC에 제출된 ‘13-F 서류’에 따르면 헤지 펀드와 중개업체들이 주로 BTC-ETF 매수한데 비해, 등록된 투자 자문가 등 전문가들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CNBC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도 눈길을 끈다. 이는 최근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지난 몇 년간 그토록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BTC-ETF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매우 그토록 신중해하는 이유를 물어본 것이다.
그 결과 응답자들은 ‘비트코인의 악명 높은 가격 변동성’을 비롯해, “주요 암호화폐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중요한 기록을 세울 수 없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또 암호화폐의 규제 준수 의무, 지난해 벌어진 사기사건이나 스캔들로 인한 암호화폐의 평판도 이들 전문가들은 잊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의 악명높은 가격 변동성’ 잊지못해
물론 이는 어떤 의미에선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섣부른 투자에 앞서 투자자들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이익을 자문해야 하는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그 대상이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트코인을 사실상 ‘증권화’한 것이므로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투자 자문가들은 “나는 고객이 신뢰하면 선택한 수탁자”라고 나름의 소명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에 대해선 매우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투자자문가는 ‘디크립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암호화폐는 때로는 심지어 90%나 되는 가격 변동성을 가졌던 자산”이라며 “투자자문가의 임무는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위험 분석과 실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당연히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BTC-ETF에 대해 조심스레 대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들 투자자문가들은 투자 종목 선택에 앞서 중요한 데이터에 대한 위험 분석을 통해 비트코인이 포트폴리오 가운데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측정한다. 또 위험 허용 범위와 유동성 흐름을 고려하며, 어떤 종류의 배분이 적절한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야말로, 투자자문가들이 수행해야 할 정확한 여정이며, 그런 면에서 (BTC-ETF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문가 등 금융전문가들은 BTC-ETF를 암호화폐와 전통적인 금융상품 사이의 ‘가교’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서로 다른 (금융과 암호화폐)두 생태계에 걸쳐 위험을 관리할 필요 없이 그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가교’란 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TF 이전에 이들로선 암호화폐에 대한 진입로, 즉 안전한 투자를 할 만한 방식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ETF야말로 그런 위험성을 줄이면서도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안으로 1% 포트폴리오도 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투자전문가들은 망설이거나 신중한 태도가 많다. 코인베이스의 CFO인 알레시아 하스는 “BTC-ETF는 매우 느리게 채택되고 있다”면서 “이는 BTC-ETF에 관한 전문가들의 토론 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최근 나온 방법은 이른 ‘1% 할당’ 전술이다. 즉, 일부 투자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한 방식의 BTC-ETF 투자 일환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를 할당하는 것이다. 이에 “아예 투자를 하지않거나, 만약 하게 되면 최소한 1%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위한 접근 방식임을 인정할 만하다”는 시각이다.
앞서 코인베이스의 알레시아 하스는 “투자란 본래 상황을 정밀히 테스트하고, 안전함을 확인하고자 심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BTC-ETF에 투자자들이 적응하는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금융시장에서의 BTC-ETF의 ‘슬로우 모션’을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