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투표, 앞서 법원 ‘취소’ 판결 불복, 테슬라 ‘항소’ 예정
스톡옵션 형태, 머스크 “델라웨어 아닌, 테슬라로 법인 옮길 것”

테슬라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사진=엔가젯)
테슬라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사진=엔가젯)

[애플경제 김미옥 기자] 테슬라 주주들이 14일(현지시각) 480억 달러나 되는 일론 머스크의 급여 패키지를 다시 승인했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이를 무효화한 지 몇 달 만에 다시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날 외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를 종합하면,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회사 주주들은 약 480억 달러 규모의 머스크 급여 패키지를 복원하겠다는 제안에 일제히 서명했다.

애초 지난 2018년 처음 이사회가 승인한 머스크의 급여는 56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델라웨어 주 법원은 “이는 엄청난 금액이어서 헤아리기조차 힘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머스크는 자사가 새로 설립할 법인을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법원의 판단에 불복했다. 이번 테슬라 주총에서도 주주들은 역시 공식적으로 법원 판단과는 달리 머스크에게 480억달러의 급여 지급을 승인한 것이다.

머스크, 이미 하루 전 ‘주총 승인’ 예고

앞서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를 장기적으로 계속 이끌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머스크 개인 재산의 상당 부분을 나타내는 급여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 머스크 자신도 전날의 심야 X게시물에서 이미 “급여 패키지 제안과, 주주들에게 테슬라의 텍사스 법인 설립을 요청하는 또 다른 제안이 ‘큰 격차’로 승리했다”고 서전에 이미 승인될 것을 밝힌 적 있다.

실제로 주주들은 이날 급여 패키지와 함께 또 다른 의제인 회사의 법적 본거지를 델라웨어에서 테슬라 본사와 주요 공장 중 하나가 있는 텍사스로 이전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본사 소속 공장 기가팩토리 전경. (사진=테슬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본사 소속 공장 기가팩토리 전경. (사진=테슬라)

애초 이같은 머스크의 급여 패키지는 그 규모와 지급 방식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월 델라웨어 법원은 “머스크가 여러 이사회 구성원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면서 “현재 약 480억 달러 가치로 평가되는 전체 급여 계획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또한 “테슬라가 주주들이 이번 거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주주 재승인은 이같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내친김에 테슬라 법조팀이 항소할 것이 확실시된다. 테슬라는 판결을 뒤집기 위해 한편으론 델라웨어 법원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또 법률 전문가들은 “회사가 판사에게 자신의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청원할 수 있다”면서 “법원의 우려가 주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고, 주주들은 여전히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 머스크의 급여 패키지가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18년 테슬라 주주인 리처드 토네타란 인물이 회사를 고소하면서 시작되었다. 회사 주식 9주를 소유한 토네타는 “CEO가 자신의 보상 계획에 대한 승인 절차를 통제했으며, 이사회가 주주들의 뜻을 왜곡,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 개인투자자들 적극 설득, 회유 나서

한편 이번 투표에 앞서, 테슬라 이사회 의장인 로빈 덴홀름 등 이사진들은 “머스크가 어려운 재정적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보수를 얻었으며 회사는 2018년 계약 조건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테슬라는 또 기관 투자자들 못지않게 상당수의 개인 주주들도 적극 접촉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총회에서 투표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테슬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고 공장견학을 유도하기도 했다. 현재 테슬라 주주의 약 45%는 기관 투자자이며, S&P 500 상위권을 구성하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다.

이들 기관투자자들 중엔 공개적으로 재승인에 반대하기도 했다. 또한 “거액의 급여를 준다고 해서 머스크가 다른 (머스크 소유의) 벤처기업보다 테슬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장하지 못했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미 로켓 제조사 SpaceX, 소셜 미디어 서비스 X, 최근 60억 달러를 모금한 xAI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등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사와 억만장자 투자자 론 배런 등 다른 테슬라 주주들은 재승인을 지지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전시회에 전시된 테슬라 전기자동차.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스페인 마드리드 전시회에 전시된 테슬라 전기자동차.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이번 급여 패키지에는 실제로 급여가 포함되지 않고, 12개의 스톡 옵션이 제공되는 형식이다. 각 옵션은 회사가 특정 성과를 올릴 경우를 전제하고 있다.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의 약 13%를 보유하고 있으며, 급여 패키지의 지분으로 인해 20%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머스크는 차세대 성장 전략인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에 막대한 투자를 준비하면서 “회사 지분 25%를 장악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측은 이날 머스크에게 같은 수의 주식을 발행하면, 주식이 부여된 날을 기준으로 가치가 평가되기 때문에 2018년 26억 달러에 비해 테슬라 장부에 25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머스크, “테슬라 지분 25%가 목표”

한편 머스크는 이번 판결 이후 델라웨어와, 델라웨어의 법원 시스템을 비판하고 기업들이 다른 주에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X에 올린 글에서 “스페이스X가 텍사스로 회사를 이전했다”고 발표하면서 “귀하의 회사가 아직 델라웨어에 법인화되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다른 주로 이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델라웨어 법원 판결에 단단히 화가 난 나머지, 그에 대한 보복조치를 가한 셈이다.

그러나 당장 머스크에게 주기로 한 급여액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주주들의 승인이 법원의 앞선 판결을 무효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테슬라는 틀림없이 불복하며 항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들은 회사 차원에서 이를 승인했다는 증거로 이번 주주 투표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주주들의 승인에 대해 머스크는 당연히 크게 반색했다. 그는 주총 무대에 올라 “저는 그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나중에 자신에 대한 급여가 스스로 약속한 테슬라의 비전에 어떤 차질도 빚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내가 5년 동안 보유해야 하는 것이 ‘테슬라 주식’이라는 점은 강조할 만하다. 사실 (급여가) 현금도 아니고, (현금으로) 당장은 바꿀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활기찬 연설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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