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모금 행사’에서 강조, 암호화폐 시장 ‘표심’ 겨냥
‘규제’ 병행 바이든과 차별화, ‘초박빙’ 국면 영향 ‘관심’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또 다시 자신을 ‘암호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라고 주장했다. 초박빙의 대선 국면에서 한 표가 아쉬운 트럼프는 적잖은 유권자들이 있는 암호화폐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마침 실리콘밸리를 아우른 샌프란시스코 모금 행사 겸 유세에서 트럼프는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려는 민주당을 비난하며 이같은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트럼프는 기술 벤처 투자가 데이비드 색스와 카마스 팔리하피티야가 주최한 모금 행사에서 무려 1,2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트럼프는 진작부터 테크 분야와 암호화폐 시장의 표심을 의식해 이런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실리콘 밸리의 적잖은 CEO들도 트럼프의 이같은 주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일부 CEO들도 ‘호응’
암호화폐 시장은 애초 지난 2022년 주요 거래소들의 파산과 부정행위로 인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대중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당시 FTX와 샘 뱅크먼 프리드의 사기와 위법 행위가 폭로되었으며,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이 돈을 탕진한 바 있다. 그후 암호화폐 산업은 규제 당국의 엄중한 조사가 이어지며 어려움에 처했다. 그럴수록 거래소 등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은 정치인들에게 점점 더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독 트럼프 자신은 암호화폐를 중요하게 여기며, “나야말로 암호화폐 산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틈나는대로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하미트 딜론도 “트럼프는 암화화폐 지지자가 틀림없다”면서 “오는 11월 대선에서 현직 조 바이든대통령에게 승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긴 하나, 아직 구체적인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반대로 바이든과 민주당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디지털시장에 대한 규제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같은 규제 기관들에게 암호화폐 시장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지침과 규칙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투자자보호 위한 규제 틀’ 강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기를 열망한다”면서 “신기술과 관련된 위험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디지털 자산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의 이런 ‘친 암호화폐’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가 관심사다. 본래 샌프란시스코는 매우 진보적인 성향의 지역이다. 그럼에도 그런 입장을 천명한 트럼프를 지지하는 투자자와 유명 현지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민주당과 바이든의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꼽고 있다.
데이터 분석 제공업체 팔란티어(Palantir)의 제이콥 헬버그 고문은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을 언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약속한) 바이든-겐슬러의 캠페인이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1시간 이내에 중단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한편 이날 트럼프의 모금 행사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영진과, 쌍둥이 형제인 암호화폐 투자자들인 타일러(Tyler)․카메론 윙클보스 등 많은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또 기술 벤처 투자가 데이비드 색스와 카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옹호론을 펼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