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선거 국면…암호화폐 투자자들 표심이 결과 좌우할수도
현재는 트럼프 親암호화폐 vs 바이든은 ‘규제’에 방점
바이든, ‘은행 암호화폐 투자제한폐지법’ 거부권 여부 관심
트럼프 밈 코인 급등 속 ‘규제개선’ 호언, ‘시장 민심은 트럼프편’

트럼프 NFT 이미지. (출처=디크립트)
트럼프 NFT 이미지. (출처=디크립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지구촌 암호화폐 운명이 달라질 것인가. 아니면 거꾸로 암호화폐가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의 운명을 결정할 것인가. 실제로 암호화폐 이슈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런 두 가지 선택적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모양새로 판도가 흘러가고 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암호화폐 규제쪽에 방점을 찍고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를 이해 규제를 대폭 개선할 것”이라며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바이든은 은행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의회가 통과시킨 ‘직원회계공보(SAB)121(Staff Accounting Bulletin (SAB)121) 폐지법안’(이하 ‘SAB 121’)에 거부권 행사의 뜻을 밝히면서, 암호화폐가 새삼 뜨거운 대선이슈로 떠올랐다.

‘SAB 121’은 본래 은행이 신중하게 암호화폐 투자를 하도록 한 행정명령이다. 그러나 이를 의회가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바이든이 거부권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 때문에 대선 결과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대선 사상 처음 '암호화폐"가 핫이슈로 부상

또 다른 각도에선 이와 반대되는 국면도 예상된다. 즉 수많은 미국의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자들이 암호화폐에 호의적인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가뜩이나 양 후보가 치열한 박빙 승부를 벌이는 와중에서, 이는 당락을 가를 큰 변수가 될 것 전망이다. 실제로 ‘SAB 121’ 폐지법안 역시 바이든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도 암호화폐 투자자 등 지역 표심을 의식해, 공화당에 가세함으로써 상․하 양원을 통과하는 결과를 낳았다. ‘암호화폐 민심’에 따라 표의 향방이 달라지는 셈이다.

일단 바이든은 미 의회를 통과한 ‘SAB 121’에 대해 1일(현지시각)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혔다. 해당 법안은 기존에 은행들의 암호화폐 투자를 억제해온 행정명령인 ‘SAB 121’을 폐지하는 것이다. 그 동안 ‘SAB 121’에 따라 미국의 은행들은 암호화폐에 투자할 경우, 수탁받은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한 만큼의 현금자산을 추가로 보유해야 했다. 암호화폐가 상승한다고 해서 은행들로선 현금 부담이 커서 마냥 투자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때문에 은행들로선 암호화폐 취급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화당이 그런 규제를 풀자면서 ‘SAB 121’을 폐지하는 법안을 낸 것이다. 법안이 제출된 후 지난 1년 간 이를 둘러싼 치열한 토론과 논란이 의회에서 벌어졌다. 민주당은 대체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의회 표결에선 일부 민주당 의원들까지 암호화폐 투자자들과 지역 표심을 의식, 찬성에 가세함으로써 상․하 양원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원 통과 직후 바이든은 “이러한 방식으로 SEC의 신중한 판단이 번복되면 회계 관행에 관한 SEC의 광범위한 권한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면서 “정부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조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의 뜻을 강하게 밝혔다. 현재로선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커서 해당 법안이 최종 입법화되는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바이든의 거부권 시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과된 34개 범죄 혐의에 대해 뉴욕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마치 암호화폐 친화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트럼프 진영을 견제한 것처럼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셔터스톡)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셔터스톡)

바이든 거부권 행사 ‘암호화폐 표심’과 배치?

실제로 트럼프는 최근 암호화폐와 각종 디지털자산이 날이 갈수록 대선 쟁점으로 부각함에 따라 자신의 대선가도의 걸림돌인 사법리스크를 완화할 수단으로 친(親)암호화폐 노선을 택한 것이란 해석이 따른다. 그는 최근 들어 부쩍 이에 관한 언급을 늘리고 있다. 엊그제에도 “나야말로 암호화폐에 능숙하고,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만약 두 번째 임기로 당선된다면 미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나 투자회사 등 관련 기업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주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도지코인 등과 같은 인기 코인을 통해 선거자금 기부를 받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시장과 투자자 분석업체인 아컴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과 연결된 디지털지갑과 그의 NFT 프로젝트에는 작년 한 해 동안만 거의 58만개의 ‘트럼프 토큰’이 전송,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가격으로 약 88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지갑이 보유한 총 가치는 1,310만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를 딴 밈 코인 ‘MAGA(Make America Great America’) 역시 상승 일로에 있다. 트럼프가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투자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면서 해당 코인은 최근 몇 주 동안 연일 급등하고 있다. ‘MAGA’와 기타 밈 코인은 트럼프가 소위 ‘성추문 입틀막’ 재판에서 34건의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30일 판결 직후 가격이 급락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다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MAGA 등 트럼프 밈 코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재판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코인게코의 데이터에 따르면 재판 당일인 30일 오후엔 토큰당 16.84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주 동안 거의 2배로 오른 수치다.

‘암호화폐 민심’에선 트럼프가 압도적

트럼프 밈 코인은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131번째로 가치 있는 암호화폐로 랭크되었다. 이는 현재 이른바 정치 테마(PolitiFi) 코인 중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에 바이든에게서 착안한 코인 ‘Jeo Boden’은 같은 날 10% 하락한 0.27달러에 거래되었다. 가격 자체가 트럼프 코인에게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적어도 ‘암호화폐 민심’만을 두고보면, 현재로선 분명 트럼프가 압도적이다. 디크립트, 코인게코 등에 따르면 ‘SAB 121’ 폐지법안에 대한 양자의 입장 차이로 인해 트럼프는 ‘친 암호화폐’, 바이든은 ‘반(反) 암호화폐’ 후보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럴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 이더리움 ETF 등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거나 상장 예정인 상황에서 이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워싱턴 정가에선 “‘SAB 121’에 대한 거부권 의사를 밝힌 바이든이 정작 이를 실행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든이 끝내 ‘SAB 121’ 폐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AB 121’ 폐지를 지지해온 트럼프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간발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양자 대결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선 사상 처음으로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확정할 만큼, 최대의 변수이자 핫이슈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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