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파 성향 적극 노출, X 통해 ‘반(反)바이든’ 선동 나서
“바이든, 극좌 정치기구의 대표, 건강문제, 이민정책 용납안돼” 주장도
트럼프와 비공개 회동, “거액 선거자금 지원 가능성 커”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미 대선이 가까울수록 일론 머스크의 유별난 선거개입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평소 우파적 성향을 지닌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시도를 서슴지않고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소유인 X(전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며, 사실상 전면적인 선거 개입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는 연일 X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문제와 이민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달부터 머스크는 X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강상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거의 알 수가 없다”거나, “그는 극좌 정치기구의 비극적인 전선일 뿐”이라는 식의 비판글을 올리곤 했다. 그가 2022년 X를 인수한 후 바이든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만 해도 매년 평균 30~40차례 정도로 추산된다.
머스크는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매우 호의적이다. 그는 X를 인수한 직후부터 지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X에서 축출된 트럼프의 계정을 재빨리 복구시켰다. 그리곤 공개적을 트럼프에게 “X를 다시 사용하시라”고 요청했다.
올들어 거의 40차례 X에 ‘反바이드’ 포스팅
반면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면서, 그는 바이든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올들어 평균 한 달에 7차례 이상 X에 바이든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 바이든의 고령부터 이민과 건강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격을 퍼부었다. 모든 면에서 대통령을 공격했다. 올들어 그가 올린 反(반)바이드 포스팅은 거의 40차례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까지 모두 합해서 30차례 정도였던 것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다. 선거의 해를 맞아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전면에 나선 것이다.
머스크는 또 올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글도 20회 이상 X에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머스크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겪고있는 형사 사건을 언급하며, “언론과 검찰이 갖는 ‘편견’의 피해자”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특히 머스크는 X는 1억 8천 4백만 명의 팔로워를 대상으로 수시로 이같은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유포함으로써 ‘트럼프 당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시물을 비롯한 머스크의 이런 정치적 움직임은 미국 사회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술산업의 리더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X의 소유자가 직접 정치 지형을 바꾸기 위해 발벗고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소유주가 이처럼 노골적인 선거개입에 나선 것은 여지껏 그 어떤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트럼프 “조만간 머스크와 일대일 회담 희망”
머스크는 실제로 지난 3월 트럼프와 직접 회동한 바 있다. 선거 캠페인을 위해 자금이 간절한 트럼프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머스크를 비롯한 소수의 부유한 공화당 기부자들과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당시 이 자리에서 정확히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선거자금 등 협조를 부탁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 후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머스크를 칭찬하거나, “조만간 머스크씨와 일대일 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머스크가 트럼프 선거자금을 지원해줄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최근 X를 보면 머스크는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는 한편, “11월에 반드시 바이든이 패배해야 한다”고 드러내놓고 주장하는 등 자신만의 노골적인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저널의 “머스크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로 그의 진정한 본심임을 확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포브스’(Forbes)는 아예 “순자산이 무려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머스크 한 사람의 지원만으로 바이든 대통령 캠프가 모을 수 있는 자금 규모를 간단히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스크의 지원 여하가 트럼프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머스크의 이런 행보는 한편으론 미국 대통령 선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큰 변수’가 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로 X는 수 일 내에 트럼프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출연하는 토론회인 ‘비디오 타운홀’을 제작할 예정이다. 바이든에게도 출연을 타진했으나, 응답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X 사용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외신들에 의하면 케이블 채널인 뉴스네이션(NewsNation)과 함께 제작될 ‘타운홀’의 일정이나 진행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 출신임에도 우파적 성향이 강해서 트럼프의 표를 깎아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의 견제를 받기도 한다.
X, ‘대선 후보 타운홀’…“머스크, 대선 ‘변수’되고픈 의도”
이번 ‘타운홀’은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X로서도 모처럼 흥행을 기대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혐오 표현이나 가짜 정보를 묵과해온 X에 대한 반감으로 광고를 중단했던 많은 광고주들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아랑곳않고 여전히 극우에 가까운 견해를 표출하며, 바이든을 공격하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머스크는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에도 백악관을 방문, 직접 대면하며 트럼프와는 구면인 셈이다. 또 평소 자신의 사업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우파 성향과 코드가 맞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교분을 쌓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호전적 자유주의자 대통령인 하비에르 밀레이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를 비롯,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지도자들과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밀레이 대통령에 대해선 X를 통해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때 밀레이가 ‘사회 정의’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1억 8200만 명의 팔로워와 공유하기도 했다. 또 “밀레이의 연설을 보는 것이 섹스를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암시한 조작된 이미지를 게시하기까지 했다. 이는 머스크의 역대 게시물 중 가장 많이 조회된 것 중 하나다. 이같은 그의 극우에 가까운 성향과 사업적 의도가 어우러지며, ‘트럼프 당선’을 위한 대오의 앞장에 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