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형태 변경돼도 무선통신 성능 변함없이 유지
한양대 연구팀 등 ‘나노복합소재 기술로, 웨어러블 무선통신 개발’
[애플경제 김미옥 기자] 고무처럼 형태를 변형해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전자피부’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었다. 한양대학교 정예환 교수와 유형석 교수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딱딱한 전자소자를 유연하게 만든 것으로, 사람 피부에 부착하면 인체 신호 측정이 가능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가 생활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신축성을 갖는 무선 주파수(RF: Radio Frequency) 소자와 회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선주파수(RF) 회로는 고주파에서 동작하는 특성때문에 조금만 늘어나거나 구부러지기만 해도 회로의 작동 주파수 대역이 변해 통신이 끊기거나 전력 송‧수신 효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연구팀은 “따라서 피부 표면과 같이 물리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신축성을 가지면서 어떠한 조건에서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개발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특히 물리적인 변형에도 불구하고, 무선통신 성능이 유지되려면 변형된 크기에 맞게 회로 기판의 전기적 특성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이같은 회로 기판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예환 교수 연구팀은 오랫동안 연구해온 고주파 공학과,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 대한 경험을 살려 새로운 회로 기판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소재 분야 연구진과 협업하기 위해 공동 연구팀도 구성했다.
공동 연구팀은 일단 신축성을 가진 고무 재질의 기판에 세라믹 나노입자를 혼합했다. 그런 다음 나노입자가 무리지어 조립되는 공정을 활용,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여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기판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세계 최초의 기술이며, 이를 응용해 그동안 구현하지 못했던 90미터 이상의 장거리에서도 무선으로 통신이 가능한 전자피부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특히 별도의 ‘연구과정’ 설명을 통해 기술적 배경과 특성을 좀더 상세히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웨어러블 기기의 RF 회로 기술에 사용되는 신축성 기판에는 난제가 있다. 우선 RF 전자기는 물리적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늘렸을 경우 전자기적 성능 변화를 유발한다. 또 높은 유전 손실로 인해 상당한 RF전자기 에너지를 소멸하게 만든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방열 특성이 부족해서 열이 방출되지 않아 성능이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신소재는 물리적으로 튜닝 가능한 유전 특성을 가지고 있다. RF소자 및 회로로부터 발생하는 고주파 전기 특성 변화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무선주파수 범위에서 낮은 유전 손실율과, 높은 열 전도도, 기존의 신축성 기판과 비슷한 기계적 탄성율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결국 “늘려도 장거리 무선통신을 유지하고 고효율의 무선 전력 수신 기능을 유지하는 신축성 무선 기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해당 기술을 응용함으로써 30m거리에서 배터리 없이 무선으로 생체신호를 송수신하는 전자피부를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 큰 신체동작에서도 각종 신호(온도, 근육신호, 움직임)를 무선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머리 크기가 각기 다른 사람(예: 어린이vs.성인)이 착용해도 안정적인 뇌파를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를 이용, 뇌파, 신체 움직임, 피부온도, 근육신호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인체 신호들을 원거리에서도 무선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한양대 정예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신축성 웨어러블 무선통신 기술은 무선 기능이 필요한 다양한 신축성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며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이동통신 기능을 탑재한 신축성 무선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