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영현 DS부문장 전격 교체 배경에 주목
블룸버그 “HBM, SK하이닉스에 뒤처진데 대한 ‘문책성’” 해석
“메모리칩 분야 베테랑 전영현 부회장 통해 반전 시도”
WSJ “삼성 12단 HBM 대량생산, 내년 시장 3배 확대” 전망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삼성전자가 21일 신임 DS부문장(사장)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선임한 것을 두고 주요 외신들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체로 삼성전자가 기존 경계현 부문장 체제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는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으론 “세계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변수”의 하나라며, 향후 ‘전영현 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체로 팩트 위주의 전 사장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도 “SK 하이닉스가 AI 주도권을 잡은 후 삼성이 칩 책임자를 교체하는 것”이라며 “고대역폭 메모리 부문에서 소규모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앞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다시 업계 패권을 탈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오랜 경력의 메모리칩 베테랑 발탁”
그러나 블룸버그는 좀더 구체적인 분석과 함께 향후 전망을 곁들인 기사를 내보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급성장하는 AI 분야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기 위해 오랜 경력의 메모리 칩 베테랑을 부문장으로 임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63세인 전 사장은 2000년에 이 사업부에 합류, 삼성이 스마트폰과 서버용 기본 DRAM 및 플래시 메모리 칩을 개발하는 데 앞장섰다”고 그의 프로필을 곁들이며 전문성을 중시한 실무형 인사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 경쟁에서 SK하이닉스보다 한 발 뒤처진 상태다. HBM 칩은 챗GPT 등 인공지능 모델 훈련에 활용되면서 엔비디아 가속기 등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CLSA 증권 코리아의 산지브 라나 애널리스트를 인용 “삼성이 한 해의 중반에 이런 경영진 교체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갈수록 SK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AI칩)반도체 부문에 새로운 에너지와 신선한 사고를 주입하려는 삼성의 필사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인사 직후, 삼성전자 주식 ‘약보합세’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부문이 경영 부실로 주주와 투자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매출 성장 속도를 보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며,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경영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미 2024년 초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랠리’를 기록하며 36%나 오른데 비해 삼성 주식은 약보합세를 보이며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인사가 발표된 직후에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처음에는 조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인사 발표 이후 오히려 하락세를 유지하며 1%가 채 못미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면에 SK하이닉스는 1.1% 상승했다. 이번 삼성 인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그리 크지않은 셈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SK하이닉스의 최근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부각하며, 삼성의 부진과 대비시켰다. “(SK는) 전 세계적으로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메모리 최대 공급업체다. 이미 해당 칩의 생산 능력은 내년까지 거의 꽉 찰 정도로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물론 미국 현지에 대한 왕성한 투자도 부각시켰다.
이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약 146억달러를 투자, 국내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는 AI 플랫폼을 만들고 호스팅하기 위해 엔비디아 가속기와 함께 작동하는 HBM 칩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또 미국에선 최초로 인디애나주에 40억 달러 규모의 포장 시설을 건립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HBM 부문에서 ‘왕관’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230억 달러(한화 약 30조) 부채를 줄이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제점도 지적하긴 했다. 그러면서도 삼성보다 훨씬 잘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로직 칩을 만들고 파운드리 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미국 현지에 400억 달러를 투자, 칩 제조시설을 짓는 등 ‘글로벌 확장’에 착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은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첨단 칩 생산 부문에선 대만의 TSMC와의 큰 격차를 좁히는게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비교했다.
WSJ “메모리 가격 상승, 삼성 1분기 순익 4배 증가” 부각도
이런 시기에 이번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앞서 CLSA의 라나는 “삼성 임원 대부분이 은퇴하는 시기에 전 사장의 임명이 이뤄졌다”면서 “삼성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그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블룸버그를 통해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의 향후 시장 전망도 곁들였다. WSJ는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 칩과 기타 AI 칩 개발을 위해 SK 등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은 지난달 미국 정부 보조금 64억 달러를 받은 후 텍사스에 칩 제조 시설을 확장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특히 “주력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흑자 전환하면서 1분기 순이익이 4배 이상 증가”한 사실도 강조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HBM 칩에 대한 수요가 2024년 하반기까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은 최신 HBM 제품인 8단 HBM3E의 양산을 시작했으며, 2분기에 12단 HBM 칩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그래서 “2024년에는 HBM 공급이 지난해보다 최소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계현 부문장(사장)이 먼저 자신의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후에 이같은 ‘원포인트’ 인사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경계현 현 DS부문장(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