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 이용, 영상․음성 조작, “러․중․이란이 3대 ‘주범’”
보안당국 책임자, 의회 청문회 “해외 해커들, 선거 조작 시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미국 대선을 앞두고, ‘AI’의 악용이 공적 1호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 국면에도 반면교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싱턴의 보안 당국자들은 “해외(특히 러시아, 중국, 이란 등)에 있는 적대 세력들이 다가오는 미국 선거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특히 “첨단 AI기술을 악용해 온라인상에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유권자를 오도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15일 AP통신 등에 의하면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 “러시아가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2016년 이후 미국은 선거 국면에서 사이버보안을 강화하고 외국의 허위 정보 캠페인을 식별 및 퇴치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면서도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AI조작 정보, 분별력있는 유권자도 속일 만
실제로 생성AI 등의 발전으로 상식적이고 분별력을 갖춘 유권자마저 속일 수 있는 가짜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다. 멀티모달 등의 기술을 이요, 실물과 흡사한 이미지를 생성해내거나, 진짜인지 구분이 안되는 영상과 목소리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를 악용한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 일부 일탈 행위나, 허위 사실 유포, 가짜 계정 네트워크 등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보안 당국으로선 특히 러시아, 중국, 이란, 세 나라를 2024년 대선을 교란시키려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외에도 AI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여러 국가나 심지어 미국 내 단체들도 정교한 허위 정보를 동원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헤인즈 국장은 “러시아가 여전히 우리 선거에서 가장 위협적인 외부의 적”이라며 “러시아는 아예 국영 언론과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해 민주적 공공기관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거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공격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수 개월 동안 이민문제를 둔 미국 내 논쟁을 부추기면서 미국 유권자들 간의 갈등과 증오를 유발하는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나 그로 인한 영향을 과장하는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널리 유포하곤 했다.
중국은 이에 비해 자국에 닥칠 ‘역풍’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엔 그다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의회는 틱톡에 대한 시한부 매각 법안을 계기로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인즈는 이에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중국과 틱톡)의 활동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도 미국의 ‘공적’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해 위협을 가하고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헤인즈의 증언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이란이 허위 콘텐츠를 배포하고, 여러 격전지의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도록 유인할 목적으로 보낸 수많은 이메일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행정부 관리들이 비판했던 사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오해 유발하는 해킹도 우려”
또한 이전에 트위터로 알려진 X나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에 난무하는 해외 발신의 허위 정보를 지적하려는 연방 기관의 시도가 오히려 문제가 된 사례도 지목했다. 즉, 정부의 그런 감시 노력에 대해 “수정헌법 제1조 권리와, 정부 기관이 무엇이 사실인지 알아내는 임무를 수행할 권리가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으로 빠져들면서 본말이 전도되어 버렸다는 얘기다.
상원정보위원회의 최고참 공화당원인 플로리다의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는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날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선거 전에 등장하는 후보에 대한 ‘명백히 가짜’인 AI 생성 비디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헤인즈 국장은 “본 기관이 그런 감시와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각 주정부나 지방 당국이 그러한 임무를 맡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에 대한 이런 외국의 위협에 대해 이날 청문회에서는 사이버 공격자가 투표 결과를 바꾸거나,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조성하는 경우도 우려되었다. 이를 위해 실제로 주 또는 지방 선거 시스템을 해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미국은 지금 다가올 ‘2024 대선’을 앞두고 새삼 ‘나쁜 AI’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