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현대차, LG화학, LG엔솔, SK온 등 개발 경쟁
中 GAC, CATL, 日 닛산, 토요타, 美 팩토리얼 등도 박차

사진은 현대기아차 EV6 배터리 거치대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현대기아차 EV6 배터리 거치대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용량이 작고, 화재 위험성도 크다. 이에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끼리 협력과 합작, 경쟁이 교차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을 잇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서, 그 만큼 안정성과 성능이 우수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달리 고체가 분리막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구조여서, 액체가 팽창해서 폭발이나 화재를 일으킬 위험성이 낮다. 또 분리막이 필요없기 때문에 배터리 크기도 줄이고, 얇게 만들어 구부릴 수도 있다.

삼성SDI-현대차 공동 특허 출원도

이에 완성차업계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전고체 개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열린 ‘인터 배터리 2024’에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지난 3월 공개하며,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사의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으로 제작된 음극재를 제거하고, 한층 우수한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무음극’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음극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리튬메탈포일’ 등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기존 배터리보다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해 지난해 3월 전고체 전지 파일럿 ‘S-라인’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2023년 말 프로토타입 샘플 생산을 마치고, 3개의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 바 있으며, 고객사와 양산을 적극 협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도 삼성SDI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습도 안정성이 우수한 고체 전해질 및 이의 제조 방법’에 대한 공동 특허를 출원했다. 또 중국 국가지적재산권국(CNIPA)에 제출한 양사 공동 특허 출원도 지난 4월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양사는 ‘고체 전해질 제조 방법’ 특허권을 확보한 것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 기반 전기차를 시범 생산하고 2030년에 대규모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LG화학-팩토리얼 제휴, LG엔솔, 삼성SDI, SK온 ‘공동투자’

LG화학도 미국 전고체 배터리 회사 ‘팩토리얼(Factorial)’과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4월 체결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팩토리얼은 전고체 배터리 ‘FEST’(Factorial Electrolyte System Technology)를 개발 중인데, 현재 100+Ah 수준까지 용량을 끌어올렸다. 또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역량과 팩토리얼의 공정 혁신을 결합, 신소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신소재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향후 기술 라이선스와 재료 공급 계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란 설명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총 9조 원 이상의 자금을 국내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설비투자에 총 7조 1,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인조흑연 생산 공장,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공장 등이 포함되었다.

中 GAC 이어 CATL과 BYD 제휴

해외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자체 ‘2024 테크 데이’에서 “2026년부터 전기차 자회사인 GAC 아이온(Aion)의 전기차 브랜드 ‘하이퍼’ 모델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최근 발표,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가 2026년에 양산할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1,0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기존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52% 향상된 수준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만약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양산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기업이 되는 셈”이다.

역시 중국의 CATL은 BYD와 협력,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전고체 배터리 산학연 협동 혁신 플랫폼’(CASIP)에 CATL과 BYD가 참여, 서로 협력하면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한, “현재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양산 준비가 9점 만점에 4점 단계까지 왔다”면서 “2027년에는 7~8점 수준을 달성해 소량으로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고, 대량 생산에 필요한 문제를 점차 해결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日 닛산, 토요타 ‘파나소닉 합작사’ 인수 후 박차

일본의 닛산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9년으로 정하고 시범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연간 100만 메가와트시(MWh)의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100만 메가와트시는 고성능 전기차 1대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용량을 80KWh로 가정하면 1만 2,500대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이다.

“2025년 3월부터 시범 생산을 시작해 점차 생산 용량을 늘려가면서 2029년 초까지 배터리 연간 생산량을 100MWh까지 양산할 것”이라며 “특히 전기 픽업트럭을 포함한 닛산의 다양한 차종에 탑재,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고 밝혔다.

역시 일본의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를 위해 파나소닉과의 배터리 합작사(JV)인 ‘프라임어스 EV 에너지(PEVE)’을 인수, 100% 자회사로 최근 편입했다. 이를 계기로 순수 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 사업에서 배터리 공급망의 수직계열화 체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래서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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