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10억 가입자 소셜미디어 파워 포기하는 셈”
시간 지나면서 국내 비판 여론 증폭, “한국정부 대응 미흡” 목소리 커
라인야후 日측 경영진, 네이버 퇴출 시동, “매각, 축소 쉽지않을 듯” 전망도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일본 정부(총무성)의 압력으로 시작된 라인야후의 네이버 퇴출 작전이 한층 구체화된 가운데, 향후 네이버와 한국정부의 대응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력 외신들도 이를 비중있게 보도,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만약 네이버가 아시아 최대의 소셜미디어에서 손을 뗄 경우, 그 후 닥칠 불이익이 엄청날 것이란 우려도 크다.
8일 라인야후는 실적 설명회에서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이사진을 개편, 사내이사는 2명 줄이고 사외이사는 1명 더 늘렸다. 특히 유일한 한국인 사내이사인 신중호 최고상품책임자(CPO)를 퇴출함으로써 사실상 네이버-소프트뱅크의 경영권을 둔 한판 승부가 본격화되었다.
‘제물포조약-한일병탄’으로 이어진 과정 비유도
현재 네이버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에 대한 압력에 ‘보유 지분에 대한 제값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소프트뱅크에 매각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블룸버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터넷기업 ‘네이버’가 일본 최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지분 축소(Reducr Stake)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외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본 정부에 대해 이렇다할 대응에 나서지도 않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10억의 가입자를 둔 한국 기업 주도의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그냥 포기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 현지의 한 국내 언론 특파원에 의하면 “심지어 교포 사회 일각에선 ‘제물포조약(1882년)’에서 시작되어 ‘한일병탄’으로 이어진 역사적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알려져있다시피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이후 일본 최대의 소셜미디어인 라인야후의 사실상 지배기업인 A홀딩스의 지분을 소프트뱅크와 반반씩 나눠갖고 있다. A홀딩스는 라인 야휴의 지분 64%를 점하고 있어, 사실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의사결정권을 나눠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분이 그럴뿐, 라인야후의 기술적 노하우나 아키텍처 부문은 네이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설사 네이버가 지분을 축소하거나, 매각하는 경우라도 1~2년이 아닌, 오랜 기간 네이버의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분 축소돼도 네이버 기술에 의존 불가피”
앞서 일본 총무성은 개인정보 유출 보안상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자본재조정’, 즉 네이버의 지분 축소 내지 매각을 압박한 바 있다.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지난 2019년부터 준비한 후 2022년 5월10일 일본국회를 통과한 ‘경제안보법’이다. 이는 마치 ‘칩스법’이나 국가안보법 등의 맥락에서 중국의 틱톡을 퇴출한 미국의 스탠스를 흉내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 주요 대상은 중국, 러시아지만, 사실상 경쟁국인 한국을 견제하려는 의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번 일본 정부와 라인야후 일본 경영진에 의해 네이버 지분이 축소되거나, 퇴출될 다음 벌어질 사태다. 우선은 네이버가 지난 수 년 간 공들여 구축한 아시아 최대의 소셜미디어 파워를 하루 아침에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라인야후는 일본에선 9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가히 일본의 국민 소셜미디어인 셈이다. 또 대만 전체의 85%,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60~70%, 태국 45% 등 동남아권에서도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가입자가 10억명을 훌쩍 넘는다.
네이버는 물론 한국으로선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자산이다. 일본정부의 네이터 퇴출 공략은 미국이 틱톡을 극구 퇴출하거나 자국 기업으로 만들려는 것과도 같다. 즉 “틱톡이란 창구를 퉁해 1억7천만명의 미국 가입자들의 신상정보와 일거수일투족 동정을 중국으로 빼돌린다”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이는 결코 근거없는 억측이 아니다.
日, 내친김에 네이버클라우드 등 한국산 인프라도 퇴출?
또 네이버가 지분을 포기하거나, 축소할 경우 라인야후측은 내친김에 ‘네이버 클라우드’도 일본 땅에서 내쫓을 것이란 예상이다. 심지어 “한국산 인프라를 모두 제거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라인야후 일본측 인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WS, 구글 클라우드, MS 애저 등 빅 클라우드3 못지않게 네이버 클라우드는 일본 내에서 라인야후를 발판삼아 터를 잡고 있다. 클라우드는 고객사를 보호하기 위한 네트워크 보안체제를 갖추고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고객사의 프라이빗 정보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아키텍처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솔직한 의견이다.
활발한 사업다각화를 펼쳐온 네이버인 만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을 전망이다. 만약 라인야후의 지배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갈 경우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국내의 ‘라인플러스’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업그레이드하며, R&D를 추구한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중심이 된 국내기업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퇴출되거나, 지분이 축소될 경우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소유가 된다. 이 밖에 국내에 있는 라인야후 관련 기업들이 모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게되고, 그 여파가 어떨지는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현지 한국기업들도 불안, 한국정부 ‘무대응’ 비판 목소리
일본 현지의 한국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의 하나 이번 일이 선례가 되어 일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라인야후 사태가 처음 국내에 전해질 때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여론의 관심도 매우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교부나 과기정통부 등 한국정부 차원에서 일본정부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진 한국정부는 “네이버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수준의 멘트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 사실상 일본정부와의 직접적 소통은 없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비록 극소수이긴 하지만 극단적인 불만의 소리도 터져나온다. “우리도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에게 똑같은 보안 조치를 적용하고, 그에 미흡할 경우 퇴출이나 지분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도 이번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예민하게 추이를 살피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매체인 ‘아사히신문’이나 ‘요미우리 신문’은 팩트 중심의 보도를 하면서도, “네이버가 거액(약 10조~20조)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네이버를 대체할 만한 기술적 대안도 마땅치 않아 지분 매각이나 축소가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유보적 전망도 제시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