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금속 아닌, 뇌와 흡사한 소금․물 성분 ‘이온전자성 멤리스터’
서강대․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인간 두뇌 유사한 컴퓨팅의 기초”

인간의 뇌를 모사한 이미지. (출처=게티 이미지)
인간의 뇌를 모사한 이미지. (출처=게티 이미지)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서강대학교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물리학 교수들이 최초로 인간의 뇌와 흡사한 인공 시냅스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 동안 인간의 두뇌가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복제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리콘과 금속으로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 연구진이 설계한 시냅스는 인간의 두뇌와 마찬가지로 물과 소금으로 된 이온전자성 멤리스터(전원이 끊어졌다 이어져도 다시 이전 기억이 살아나는 비메모리 소자)를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술매체 ‘익스트림테크’는 30일 “두 대학교 물리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인간 두뇌의 사고와 추론 능력의 생물학적 기초인 인공 시냅스를 구축했다”면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현재의 이진법 기반의 컴퓨터는 수학 계산과 그래픽 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지만 실제로 스스로 사고, 사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다. 챗GPT나 제미니와 같은 첨단의 인공 지능 시스템은 기계도 비판적 사고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기대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론 그저 강력한 단어 계산기일 뿐이다. 이에 비해 인간의 뇌와 같은 매체에서 작동하는 시냅스는 (인간 두뇌의 사유나 사고) 기능과 한층 흡사한 기능을 복제할 수 있게 한다.

비메모리 소자와 같은 ‘이온전자성 멤리스터’가 핵심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온전자성 멤리스터로 알려져 있다. 이는 150~200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매우 작으며, 평균적인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약간 넓다. 멤리스터는 물에 용해된 염화칼륨 용액을 포함하는 원뿔 모양의 마이크로채널을 가지고 있다. 전기 신호를 수신하면 물 속의 이온이 채널 위로 이동하여 채널의 이온 밀도와 전도도가 바뀐다.

연구진에 의하면 전기 충격의 강도와 지속 시간에 따라 멤리스터의 전도성이 변화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인간이 의식적 사고를 생성하기 위해 뇌가 ‘휘저어질 때’ 시냅스 접합부에서 뉴런 사이의 연결이 바뀔 수 있는 방식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또한 채널 길이가 달라지면 유도된 전하 변화가 균등화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 길어지거나 단축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다양한 계산 작업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채널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는 뇌의 시냅스가 배치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 사고 순간, 시냅스 접합부 ‘뉴런’ 연결 방식 파악

이번 연구는 위트레흐트 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인 팀 캄스마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에 이온전자성 멤리스터의 이론적 능력을 기술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역시 멤리스터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 관심이 있는 서강대학교 팀과 접촉, 이론대로 멤리스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작은 장치를 개발하고, 캄스마가가 예측한 것과 매우 유사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는 불과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당장은 인공 시냅스를 이용해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삶의 의미’를 반추할 수 없고, 실제 단일한 생물학적 시냅스로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인간의 두뇌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단계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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