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한계, 고가의 개발 비용, 해결되지 않는 법적 규제
돌발상황에 대한 책임소재 불투명,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 불신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잇따라 잠정 중단, 중국과 ‘테슬라’는 예외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주행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크루즈 자율주행택시. (사진=뉴욕타임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주행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크루즈 자율주행택시. (사진=뉴욕타임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꿈의 ‘레벨5’를 향해 질주할 것 같았던 자율주행기술 경쟁이 시들해지고 있다. 시들해지기보단, 아예 현재의 수준(레벨2)에서 멈추거나 저속 기어로 바꾼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에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도 크게 위축되며, 주요 기업들도 관련 프로젝트의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애플은 ‘애플카’를 포기하며 자율주행차 사업을 아예 접었고, 폭스바겐과 포드, GM도 자율주행업체 투자를 중단했다. 향후 다시 이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기아도 당초 목표했던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개발과 상용화 계획을 연기했다. 연기한 것인지 아예 포기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은 정반대다. 중국의 지리자동차, 위라이드(WeRide) 등 자율주행 업체들은 여전히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AI로봇을 자율주행 전기차에 접목하는 내용의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다른 메이저 자동차회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 중단 등 개발 경쟁도 ‘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이처럼 자율주행 개발 속도를 조절하거나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분위기다. 시장 전문가들과 그간의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애초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적용하며 인간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 특히 ‘레벨5’를 궁극적으로 겨냥한 개발 경쟁이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제조 기업이 이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시장 성장이 크게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시장분석기관 IRS글로벌, 캐나다 IT전문매체 디지털저널닷컴,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은 대략 몇 가지의 기술․경제․사회적 장애 요인을 꼽고 있다. 우선 기술적 한계와 고가의 개발 비용이 첫 번째다. 또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법적 규제, 그리고 사고 등 만일의 돌발상황에 대한 명확한 책임소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그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보니 안전문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이 높고, 비싼 차량 가격에 대한 부담과 구매의 한계, 이로 인한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적 한계와 고가의 개발비용 부담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무엇보다 기술적 한계가 가장 큰 원인이다. 테슬라 등에선 ‘레벨3’내지 심지어 ‘레벨4’까지 장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아직 요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기술적 완성도가 보장되지 않다보니 자연히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악천후나, 복잡한 도로 환경, 예상치 못한 상황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자율주행 상용화의 결정적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매진하면 할수록 매년 고가의 개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개발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고도의 센서와 AI 접목 기술, 이를 기반으로 한 컴퓨팅 시스템 등을 고도화하는데엔 막대하 비용이 소요된다. “제조업체들에게 이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역설적으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AI개발과 자율주행기술을 위해 수시로 수억 내지 수십 억 달러의 펀딩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규제의 모호함과 법적 문제 또한 자율주행기술의 원활한 ‘주행’을 가로막는 과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규와 규제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국가가 다수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과 운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더욱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율주행 택시 사고에서 보듯, 만일의 경우 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 도입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한층 증폭시키고, 소비자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웨이모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범 운행 장면. (출처=웨이모)
웨이모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범 운행 장면. (출처=웨이모)

미완성 기술, 최근 일련의 사고로 안전문제 더욱 부각

또한 기술 자체의 미완성으로 인한 안전문제도 크다. 이는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 간혹 발생하는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의 사고는 소비자의 그런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8월 발생한 샌프란시스코의 크루즈 택시는 자율주행운행 허가를 받은 뒤 크고 작은 사고를 연달아 일으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의 발을 찧는다거나, 심지어는 한 여성이 크루즈에 깔려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해결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즉, 자율주행 시스템의 의사 결정 과정, 그리고 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 책임 소재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또 현재로선 자율주행자동차 가격이 매우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일반 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싸서,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선뜻 구매하는게 부담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은 최근 투자를 중단하거나, 장기적인 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자율주행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애플이 10년 간 진행해왔던 자율주행전기차 계획을 접었는가 하면, 폭스바겐과 포드, 제너럴모터스(GM)가 모두 자율주행업체 투자를 중단하거나, 사업 방향성을 재검토 중이다.

특히 애플은 한때 현대차와 매우 구체적인 합작 계획까지 수립했으나, 미완에 그친 바 있다. 현대차·기아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하려던 방침을 연기했다.

“자율주행차 시장, 일단 숨 고르기” 평가

그렇다고 이들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 보단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향우 시행착오의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검토 중”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이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인적 요인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효율적인 교통 흐름을 유도해 전반적인 교통 운영 개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높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목전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장기적 비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예를 들어 “안전하게 비보호 좌회전을 하거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다양한 구조의 도로나 시설물에서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통행해야 하고, 악천후, 교통사고와 같은 돌발 상황에 대비한 자율주행 능력 평가체계가 선결 조건”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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