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SMIC 등 서버업체 포함 ‘칩’, 입찰 통해 中업체들 획득
다시 중국내 연구소, 대학, 기업 등에 재판매, “11개 업체 앞장”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편법적인 거래를 통해 중국에 엔비디아 칩이 다량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화웨이는 7나노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 ‘메이트60’에 이어 오는 9월엔 더욱 성능이 개선된 ‘메이트70’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이룬 성과라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23일 단독보도를 통해 “중국은 최근 (미국이 수출을 금지한) 엔비디아 칩을 ‘Super Micro’, ‘Dell’ 등의 서버 입찰 등을 통해 획득할 수 있었다”며 사실상 편법적인 거래가 성행함을 밝혔다. 결국 이런 경로를 통해 얻은 엔비디아 칩 등이 여전히 중국의 고성능 제품 개발의 힘이 되고 있단는 해석이다.
입찰을 통해 고급 엔비디아 칩을 입수한 구매자들은 다시 리셀러를 통해 새로운 AI칩으로 둔갑, 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미국이 취해온 대중 AI 관련 기술 판매 금지 조치를 무색하게 하는 셈이다.
로이터, “수 백 건 입찰문서 검토 후 발견”
로이터는 “수백 건의 입찰 문서를 검토했다”면서 중국의 엔비디아칩 유입 경로를 자세히 밝혔다. 이에 따르면 10개의 중국 기업들이 Super Micro Computer Inc.(SMCI)에서 만든 서버 제품에 내장된 고급 엔비디아 칩을 입수한데 이어, 델(Dell Technologies Inc.), 대만의 Gigabyte Technology Co Ltd 등으로부터도 이를 얻어냈다. 이는 11월 17일 미국이 더 다양한 종류의 칩과 국가들에 대한 금수 조치 이후의 일이다.
특히 그 후 11월 20일부터 2월 28일 사이에 이루어진 입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서버에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중 일부가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그 거래업체 모두가 제3자를 통해 중국에 고급 칩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선 엔비디아칩을 사고파는게 합법화되어 있다.
중국 내 11개 업체, 엔비디아 칩 재판매 나서
이번에 그런 경로로 얻어낸 엔비디아 칩을 판매한 11개 판매자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소매업체들이었다. 이들이 판매한 칩이 지난 11월 칩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강화 이전의 것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측은 황급히 “중국이 획득한 칩들은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이전에 널리 공급되었던 제품”이라고 해명하며, “이번 일은 본사 거래업체 중 어느 누구도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뜻하지 않으며, 문제가 된 제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물량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델’ 등 서버 제조사들은 “관련법을 준수했지만, 혹시 몰라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또 “어떤 컴퓨터 작업이든 그래픽 처리 장치(GPU)로 구축하고, 제3자에 의해 재판매되는 시스템은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어떤 제품이라도 미국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해 재판매됐다고 판단되면 고객과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슈퍼마이크로(SMIC) 역시 “라이선스(수입)가 필요한 지역 및 당사자에 대한 GPU 시스템 판매와 수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제3자가 허가 없이 수출 또는 재수출했을 경우에 대해선 본사가 직접 조사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또 “고객이 (재판매 등)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요구 이상의 수준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자사 제품을 포함한 입찰과 관련해선 “수출 통제 규정 이전에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최대 규모의 AI 작업을 수행할 수는 없는 구형 세대 또는 범용 서버를 대표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에 재판매에 나선 ‘수상한 공급업체’들에 대해선 “알려진 슈퍼마이크로 고객이 아니다”고 극구 강조했다.
서버업체들 “대중 수출금지 위반 사실 없어” 다급히 해명
또한 ‘델’ 역시 “이번 재판매 행위를 한 회사들이 엔비디아칩으로 구성된 제품을 배송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계속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글로벌 규정 및 수출 통제를 준수해야 함에도, 만약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유통업체나 리셀러가 발견되면, 관계 단절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의 ‘기가바이트’(Gigabyte)도 “대만 법률과 국제 규정을 준수한다”면서 자사 제품에 포함된 엔비디아 칩이 중국으로 유출된 이번 입찰의 출처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미국의 법률 회사인 ‘Kirkland & Ellis’은 이에 대해 “제품이 흘러들어가는 공급망을 정확히 추적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아마도 엔비디아 칩이 엔비디아는 물론, 서버 제조업체들도 알지 못한 채 중국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짐작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은 조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보안국은 “수출이 제한된 칩의 유용을 모니터링하고, 최종 사용 여부를 점검하며, 그 결과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편법 거래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판매 거래는 12개의 입찰에서 공개되었으며, 중국 국영 기관의 구매 중 극히 일부만을 다루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일단 발견되었다. 엔비디아 칩을 구매한 기관은 중국과학원, 산둥인공지능연구소, 후베이지진관리국, 산둥성 및 서남부 대학, 헤이룽장성 정부 소유의 기술 투자 회사, 국영 항공 연구 센터, 우주 과학 센터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중국 국방군의 현대화나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무기 개발과 같은 군사 응용 분야에 AI를 지원할 수도 있다”며 첨단 칩에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