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시설 부족 ‘공급난’ 심각, 막대한 전력소비에 소비자 불만쌓여
인텔․AMD 등 경쟁사들 엔비디아 칩 ‘대체재’ 출시, 정식 도전장
빅테크들도 자체 ‘칩’ 개발…엔비디아 ‘팹 신설’ 등 대책 불구 전망 불투명

(사진=엔비디아)
(사진=엔비디아)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과연 엔비디아가 오래도록 AI칩(가속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날로 짙어지고 있다. 특히 AI반도체 시장 흐름에 정통한 관련 전문가들 중 많은 수가 엔비디아의 지속 가능한 지배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연상케 하는 이런 분위기는 AI 분야에서 인텔이나 구글, 메타, AMD 등 경쟁사들의 도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인텔이나 AMD 등은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품을 만들거나, 구글, MS, 메타 등 빅테크들도 아예 자체적으로 칩을 개발하며 엔비디아의 독점에 저항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한껏 ‘독점의 열매’를 향휴하며, 거의 ‘바가지’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AI 가속기를 판매하고 있어 반감을 사고 있다. 게다가 갈수록 엔비디아 수준의 AI반도체 가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는 점도 고객 기업들이 ‘脫엔비디아’를 선언하고 있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하루 10% 하락 등 주가 폭락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상식으론 현재 AI 하드웨어 시장의 80%~98%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 ‘아성’은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아보였다. 게다가 엔비디아의 AI개발 플랫폼인 ‘쿠다’ 는 다수의 AI개발업계에 거의 필수가 되고 있다. AI모델의 학습과 추론 등에 이는 정교한 성능을 발휘하며, AI의 생성 능력이 작동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다. 기존 빅테크를 포함해 AI를 개발하는 지구촌의 다수 기업들이 이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설마하니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감히 누가 도전할 것인가”라는 시각이 팽배해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균열을 초래한 최초의 사건이 지난 주부터 일어났다.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을 거듭한 것이다. 지난 19일엔 하룻만에 무려 10%나 주가가 하락해 주주와 투자자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엔비디아 사상 처음이라고 할 만한 수치다.

애널리스트들 간에도 다양한 원인 분석을 하고 있으나, “엔비디아가 그 동안 생각했던 것 만큼 ‘방탄성’이 있는지 의문”이란 회의적 반응이 공통적이다. 불과 몇 달 전에는 들어본 적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현상이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은 그 동안 문제되었던 엔비디아의 공급능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만으론 날로 팽창하는 글로벌 AI반도체, 특히 GPU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사실 ‘엔비디아 신화’의 그늘에 가려졌을 뿐 이 회사의 생산․공급라인은 상당히 불안정한 수준이다. 현재는 오로지 TSMC에만 의존해서 GPU를 제조하고 있다는게 특히 문제다. TSMC 역시 날로 폭증하는 AI칩에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어난 대만 지진도 결정적이었다. 이 사건은 전세계 반도체, 특히 AI반도체 공급사슬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만 지진’, 엔비디아 위탁 TSMC에 대한 의구심 커져

물론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부터 엔비디아도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해왔다. 일본, 대만, 미국 등지에 새로운 팹을 개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설들이 완비되기까진 최소한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보니 날이 갈수록 엔비디아 칩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병목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곧 인텔이나 ARM, AMD 등 경쟁사들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유발한 결정적 계기가 생산능력 한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중에서도 인텔은 “엔비디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최대 2.3배 이상 더 효율적”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자사의 AI칩 ‘가우디3(Guadi 3)’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정식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텔은 또 한국의 네이버와 사실상의 ‘동맹’을 맺고 ‘엔비디아 제국’에 대항하고 있다. 기술매체 ‘익스트림 테크’은 “한국의 최대 인터넷 회사(네이버)는 최근 ‘엔비디아와 함께 협업을 진행하면 GPU 및 관련 전력 소비와 관련된 비용으로 인해 수익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며 최근 있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이러한 이유로 네이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텔 및 삼성전자와의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인텔, 네이버와 제휴 등 가장 적극적으로 도전

엔비디아 독점으로 한계를 느끼는 건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도 AI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의 AI개발 플랫폼인 ‘쿠다’ 생태계를 주로 이용했다. 그러나 워낙에 가격이 비싸고, 물량 확보도 힘들어 늘 불편을 느껴왔다. 이에 최근 주주총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런 고충을 토로하면서, 인텔과의 협업을 시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다른 IT매체 ‘Wccftech’는 폭증하는 전력소비를 문제점으로 들어 주목할 만하다. 이 매체는 “지금처럼 AI개발이나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 소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2027년엔 글로벌 데이터 센터 유지에 들어가는 전력이 현재의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스웨덴 세 나라의 소비량을 합친 것과 동일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점 역시 엔비디아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의 엔비디아 A100, H100 등으론 폭증하는 전력 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소비자들도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막강한 엔비디아의 ‘눈치’를 보며 ‘표정관리’를 하지만, 더 효율적인 제품이 등장할 수 있는 문이 열릴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만약 AI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가 곧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 않고, 전력 소비가 계속 증가한다면 업계로서도 다른 대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 저전력 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AI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엔비디아 ‘맞춤형 칩’ 전담 조직 신설 등 대응 나서

물론 엔비디아도 시장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고, 기왕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 아키텍처의 저전력 버전을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 역시 고객 기업들이 그간의 A100이나 H100 GPU를 조달하느라 늘 길게 줄을서서 대기하며 지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는 다른 조달처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빠르게 간파하고 있다.

최근 맞춤형 실리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팀과 조직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사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의 불만의 커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엔비디아 칩에 대한 불리한 상황을 가장 먼저 잽싸게 파고든 것이 인텔이다. 일종의 양수겸장의 전략으로 엔비디아 아성을 공격하고 있다.

우선 ‘엔비디아 대체재’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 ‘가우디’를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와 손을 잡기로 한 것도 또 다른 전략이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 클로바X’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성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현재의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면 ‘엔비디아 신화’가 스러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일단은 두고보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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