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0% 이상, 즉 약 14,000명의 직원 해고”
EV 수요 급감, 치열한 저가경쟁, 중국시장 침체 등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테슬라가 창사 이래 가장 큰 침체기를 맞으면서, 대량 해고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감소와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등이 그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이에 해고를 단행하고 있는 테슬라에선 일부 유능한 인재들이 쫓겨나거나, 부서가 통째로 없어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테슬라 경영진은 15일 직원들에게 대규모 정리해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일부 부서의 경우 전체 인력이 20%를 삭감하고 심지어 ‘고성과자’도 해고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주로 “재무 실적 부진으로 인한 것”이라는게 회사측 얘기다.
이번 정리해고는 테슬라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일주일 전에 직원들에게 발표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테슬라가 지난 몇 분기 동안 영업 수익이 크게 악화된 끝에 나온 조치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지속된 치열한 전기자동차 가격 전쟁의 결과다. 이 회사는 2023년에는 기록적인 181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판매량을 늘리고 경쟁업체들을 압도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테슬라는 직원들에게 “미국, 유럽,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조직 전체에서 10% 이상, 즉 약 14,000명의 직원이 해고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일론 머스크가 경영진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모든 부서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리해고는 “다음 성장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란 취지다.
유능한 ‘고성과자’도 해고 대상
익명의 소식통은 해고된 직원 중 상당수는 좋은 실적을 낸 고성과자였다. 한 소식통은 “재능 있는 직원 수를 삭감한 것에 충격을 받았고, 해고 대상이 된 직원 중 상당수는 테슬라가 추진하는 사업 중 우선 순위 목록에서 밀린 프로젝트에 참여한 케이스”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부서에서는 이메일에서 예고된 10%를 초과하는 숫자의 해고가 있었다. 한 관리자는 “직원의 20%가 해고되었다”고도 했다. 그는 “팀의 20%를 잃었는데, 정말 좋은 ‘베테랑’들도 쫓겨났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런 무자비한 정리해고는 머스크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방향으로 회사 방침을 선회하면서 일어난 결과다. 테슬라는 최근 소매가가 약 25,000달러부터 시작하는 저가형 EV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에 머스크가 “8월 8일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로봇택시를 구동하기 위해 개발 중인 플랫폼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머스크 측근들에 의하면 그는 이전부터 이미 전용 로봇택시 차량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려고 노력해왔다. 2022년에는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이 없는 '깨끗한 로보택시'를 원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언하기도 했다.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들이나 엔지니어들은 비밀리에 저비용 EV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왔다. 결국 로보택시와 저가형 EV, 두 가지를 모두 만들도록 머스크를 설득했고, 결국 그가 마음을 바꾸게 하는데 성공했다.
배터리 분야 등 최고 경영진도 퇴사
테슬라의 에너지 담당 책임자인 드류 발리노나, 공공 정책 및 비즈니스 개발 책임자인 로한 페이털 등 두 명의 유명한 임원진도 회사를 떠났다.
페이털은 “회사의 크고 전반적인 변화 때문에 테슬라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할뿐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퇴사 이유를) 더 이상 추측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만 남겼다.
발리노는 언론매체에 보낸 서한을 통해 “18년이나 있었으면 그만 테슬라를 떠날 때가 되었다”면서 “내가 지녔던 영향력, 강력한 리더십의 팀, 그리고 내가 담당했던 에너지 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에 대해 또다른 업계 전문가들은 “발리노는 파워 드라이브와 새로운 배터리 프로젝트를 담당했는데, 현재로서는 지속 가능한 혁신이 많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이것이 아마도 발리노가 떠나는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