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반 머신러닝, 생각에 담긴 감정 예측
기초과학연구원 개발, “우울·불안감 유발 생각·감정 패턴 파악” 기대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생각과 감정까지 읽어내는 머신러닝 기반의 뇌과학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관심을 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fMRI)으로 뇌의 활동 패턴을 측정한 데이터 기반 머신러닝으로 머릿 속 생각과 정서, 감정까지 읽어내는 기술이다.
이를 개발한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은 “생각의 흐름은 때론 무작위적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대부분 ‘자신’과 관련되고 감정이 담긴 경우가 많다”며 이에 착안한 fMRI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공개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대부분의 감정이나 생각은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파생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할 때 본인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자기 관련도), 본인에게 긍정 혹은 부정적인지(긍·부정 정서)를 고려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여기서 생각의 주요 동기가 되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가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이는 개인의 성격, 인지 특성, 정신 건강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사람은 흔히 의식의 제약 없이 (생각과 감정이) 발생하므로 매 순간 내용이 바뀔 수 있어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에 연구팀은 무의식적 흐름이나 사고와 가장 유사한 형태인 ‘개인 맞춤형 이야기 자극’을 만들었다. 이는 실험 참가자와 일대일 인터뷰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인터뷰는 주로 안전문제나·즐거움 등 긍정적인 주제, 그리고 위험·통증 등 부정적인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때 “이야기는 대부분 본인의 경험 및 그와 관련된 감정으로 구성돼 친숙한 만큼, 읽을 때 무의식적 사고와 가장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 사용한 ‘외부 자극’은 의식의 제약 없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우리의 평소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이런 무의식적 사고와 유사한 양상을 통해 그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의식 흐름, 사고와 유사 ‘개인 맞춤형 이야기 자극’ 활용
이에 따르면 우선 실험 참가자가 fMRI 기기 안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일어나는 뇌의 활동 패턴을 기록했다. 그후 참가자는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순간순간 자신이 느끼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를 연구팀에게 알려줬다. 이렇게 수집한 49명의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 점수를 분포도에 따라 각각 다섯 개의 수준으로 분류했다.
이때,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 간 상관관계를 최대한 통제하고 독립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 25개의 조합으로 데이터를 정량화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엔 각 수준에 해당하는 뇌의 활동 패턴을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킨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그렇게 개발한 예측 모델은 “새로운 뇌의 활동 패턴을 대입했을 때도 그 사람이 매 순간 느끼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나아가선 “외부 자극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수집된 약 200명의 뇌 활동 패턴에서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를 읽어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새로운 예측 모델은 사전에 제작된 실험 자극을 모든 참가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했던 기존 연구와는 달리, ‘개인 맞춤형 자극’을 활용했다는 점이 큰 차이”라며, “뿐만 아니라 실험 조건에 국한되지 않은 일상적인 생각과 감정도 해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뇌에서 생각을 읽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생각에 담긴 내밀한 감정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생각과 감정의 개인차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생각과 감정의 패턴을 파악함으로써 앞으로 인간의 정신 건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