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라이다’를 뛰어넘는 고도의 AI 기반 감지기술 필수
자동차, 인간 수준 판단․적응 능력…자동차문명과 교통체계 ‘혁명’
“법적인 장치나 규제, 사회적인 공감대, 정서 등이 더 중요”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자율주행 기술의 목표는 꿈의 완전자율주행인 ‘레벨5’ 수준이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동차 스스로 자율주행을 완수하는 단계다. 어떤 도로 상황이나 날씨 조건에서도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동차 문명과 교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기술적,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는 대체로 레벨2~3의 중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운전자 개입이 없이 거의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운 ‘레벨4’는 물론,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는 ‘아이즈 오프(eyes off)’ 수준이라고 할 완전한 ‘레벨3’에 이르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하물려 레벨5에 도전하기 위해선 복잡한 교통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대응하기 위한 고도의 판단 능력과 적응 능력을 자동차가 갖추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 어려운 과제는 레벨5 자율주행차가 널리 보급되기 위한 법적인 장치나 규제, 사회적인 공감대, 정서 등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생활양식이나 비즈니스 형태에도 큰 영향
시장분석기관 IRS글로벌은 “레벨5 자율주행차를 실현하게 되면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비즈니스의 형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동의 자유도가 크게 향상되고, 교통사고가 감소하며, 도시 계획이 변화되는 등 많은 사회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래서 “레벨5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의 교통과 사회의 모습을 틀 짓는 열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레벨5는 물론, 레벨4 수준이 되기 위해서도 지금의 ‘라이다’를 뛰어넘는 고도의 센서 기술이 필수다. 최근엔 “전방 경관이 훼손되고 시야가 제한되며, 보안에도 문제가 있는 라이다 대신에 AI기반의 스마트센서와 통신 기술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레벨1~2수준에선 라이다 정도의 주변 감지기술로 충분하지만,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법적인 틀도 정비해야 한다. 보행자와 차로 변경, 신호 체계와 방식 등 적어도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도시의 교통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레벨4 이상, 사실상 교통시스템 혁명 필요’
레벨4의 경우는 특정한 운행 설계 영역(ODD) 내에서만 운전자 없이 운행할 수 있다는게 레벨5와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벨4 기술만 해도 교통 시스템에 혁명적 변화를 야기할 것이란 예측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택시나 셔틀 서비스에서 활용하게 되면 교통의 효율을 높이고 정체를 완화하며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레벨4 자율주행차는 고령자 및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동 수단으로서도 큰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모든 변화와 긍정적 미래상을 포괄한 것이 레벨5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레벨3 기술이 완성단계 내지 상용화 수준에 이른 시점이다. 지난해 11월, BMW는 메르세데스와 함께 레벨3의 조건부 자율주행을 상용화했다. 운전자는 ‘특정 조건’ 아래에서는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주의’ 메시지가 뜨면 다시 핸들을 잡아야 한다. 그리곤 자동차가 안전한 위치에서 정지할 때까지 본인의 힘으로 유도하도록 했다.
일본의 자동차 전문매체 ‘모모이스트’는 “2024년에는 자동차 기업이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개선하여 일반 승용차에 탑재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동시에 레벨4 자율주행 상용차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율주행 기능의 리스크와 책임을 최소화하려면 사람을 대신하는 센서와 판단 알고리즘에 대한 설계 검증과 테스트를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변 상황, 100만분의 1의 변수도 예측해야”
이 매체는 특히 “(레벨4 이상 레벨5를 위해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느긋한 시골길에서부터 시끄럽고 혼잡한 시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자율기술”이라고 했다. 즉 도시와 농촌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교통량, 갑자기 도로 위로 뛰어드는 야생동물이나 어린이 등 ‘100만 분의 1의 가능성’이라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실제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상황에서의 교통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했다.
특히 자동차에 탑재되는 시스템과 기술이 많아질수록 사이버 범죄자의 공격 대상도 그 만큼 많아지는 셈이다. 날로 사이버 해킹 툴이 발전하면서 그 대상이나 공격 수법도 다양해진다. 달리는 자동차에 대한 사이버공격은 전방과 주변 감지능력이나, 주행과 정지 기능 등을 훼손하므로 곧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에 “차량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뿐 아니라,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이나 각종 주변 장치, 그리고 EV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표적을 노리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IRS글로벌은 “2024년의 자동차 업계의 생태계는 설계부터 제조, 점검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라이프사이클 전체에서 사이버 시큐리티를 강화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차량 탑재 네트워크, 통신, EV 충전 포트 등의 물리적 부문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의 보호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차량 테스트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장차 다가올 ‘레벨4’ 내지 ‘레벨5’에 대비한 기술혁신과 보안시스템을 주문하기도 했다.
사람과의 상호작용, 안전성 확보가 가장 중요
또 다른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의 사고는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호작용에 관한 문제까지 포함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필요한 때 적절한 조작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와 기존 수동 운전 차량이 공존할 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현재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더욱 개선하고, 운전자를 교육하며, 법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안전성’이 중요하다. IRS글로벌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수용과 보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레벨5’를 통한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