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애초 계획된 ‘저가형 EV ’취소” 보도에 ‘발끈’했으나 결국 취소
영업부진 가속화에 돌파구 모색, ‘저가형 EV’ 대신 ‘로봇택시’ 선택
애초 언론보도 ‘가짜뉴스’ 비난했다가 번복, “머스크답다”는 반응

테슬라 전기자동차. (사진=엔가젯)
테슬라 전기자동차. (사진=엔가젯)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테슬라가 ‘로봇택시’를 오는 8월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계획을 직접 발표하기까지 일론 머스크는 언론의 정확한 보도를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등 엇갈리는 행보를 보인 점이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머스크는 수 년 동안 자사의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2만5천달러 EV를 오는 2025년까지 출시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다가 6일 새벽 로이터통신이 테슬라 내부 자료를 인용, “테슬라가 더 이상 2만5천달러짜리 EV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이에 머스크는 “가짜 뉴스”라며 격분해마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보도가 있은지 불과 몇 시간 후 ‘로보택시’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직전의 강경한 태도는 간데없이 사실상 저렴한 EV 생산계획은 철회한 것이다.

수 년 전부터 가격경쟁력 일환으로 ‘저가형 EV’ 추진

애초 이번 저가형 EV는 테슬라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간주된다. 지난 20년 동안 테슬라는 주로 고가의 고급 전기차를 통해 테슬라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왔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소비자들이 테슬라 로드스터 (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하면, 이는 실제로 저가형 가족용 자동차 개발 비용에 쓰이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해왔다.

지난 1월에도 머스크는 또 다시 “2만5천달러짜리 EV모델이 2025년 하반기에 출시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당시 알려진 보급형 EV 프로젝트(‘모델2’라고도 불림)의 코드명은 ‘레드우드(Redwood)’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매주 1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테슬라는 이미 “두 가지 새로운 EV 모델을 개발해서, 연간 최대 500만 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 중 하나가 ‘모델2’였던 것이다.

일론 머스크. (사진=어도비 스톡)
일론 머스크. (사진=어도비 스톡)

그런 가운데 로이터 통신이 6일 “수십 명의 직원이 참석한 지난 2월 말 회의에서 (저가형 EV)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면서 당시 내부 회의자료를 입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회의 석상에서 머스크는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외부에는 절대 비밀로 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모든 관련 직원들에게 저가형 EV ‘모델2’를 위한 모든 프로그램을 충단할 것도 지시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보도가 6일 아침에 나가자 머스크는 즉시 X를 통해 “로이터가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며 발끈했다. 다만 가타부타 더 이상의 설명은 없고, 간단히 일축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시간 후인 오전 10시경 머스크는 “테슬라는 (저가형 EV를 취소하고) 오는 8월 8일에 로보택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실시간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이에 실리콘 밸리 안팎에선 또 다시 “머스크답다”며 예측을 불허하는 그의 평소 언행을 빗댄 냉소어린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로이터, 내부자료 인용 ‘취소’ 보도에 머스크 ‘격분’?

머스크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는 최근 테슬라의 영업 부진과도 관련이 깊어보인다.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수요도 둔화되고 있고, 중국에선 급성장하는 BYD가 보급형 시장을 주도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달 초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테슬라는 지난 주 “납품량이 연간 8% 감소했으며 전 분기보다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로이터 통신은 “머스크는 저가형 EV를 취소하는 대신, 역시 소형 차량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된 ‘로봇택시’에 올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언론과의 갈등을 겪으며, 해프닝을 연출한 머스크의 로봇택시가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차량은 3만9천달러짜리 ‘모델3’이다.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반면에 폐기된 EV ‘모델2’에게 책정된 예상 가격 2만5천달러여서, ‘로봇택시’가 이 가격에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지적이다. 테슬라는 구글 ‘웨이모’와 같은 로보택시가 널리 사용해온 레이다나 각종 센서를 자사 제품에선 삭제한 바 있다. 그런 만큼 과연 레이다, 센서가 없는 카메라만으로 로보택시를 어떻게 작동시킬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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