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카우보이 카터’ 발매, “AI가 아닌 실제 창작이 중요”
저작물 무단으로 도용하는 AI 학습에 대한 비판도 암시

세계적인 가수 비욘세. (사진=게티 이미지)
세계적인 가수 비욘세. (사진=게티 이미지)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세계적인 가수 비욘세가 사실상 ‘AI 음악’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창작물을 동의없이 AI음악 생성을 위한 모델 학습에 갖다 쓰는 현실을 비판하는 의미도 스며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비욘세는 2일 자신의 새 앨범 ‘카우보이 카터(Cowboy Carter)’를 출시하면서 “음악 창작의 즐거움은 (AI 알고리즘과 같은) 규칙이 없다는 점”이라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AI음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매셔블이나 테크크런치 등 현지 기술매체들은 “AI 기술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낸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비욘세의 ‘카우보이 카터’는 나온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분명하다”는 평을 들을 만큼 연일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 걸쳐 최고의 조회수 기록을 올리고 있다. 비욘세 자신도 이 곡을 “최고의 음악”이라고 자찬할 정도다.

“음악 창작의 즐거움은 규칙이 없다는 점”

그러나 비욘세는 이날 ‘카우보이 카터’ 보도자료가 배포되던 중에 최근 음악에서 AI 기술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강한 유감이 섞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욘세는 먼저 “음악 창작의 즐거움은 규칙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발전하는 것을 볼수록 (AI가 아닌 인간에 의한) ‘순수함’(purity)에 대한 더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필터링, 프로그래밍이 아닌, 실제 ‘악기’(창작)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외신은 “예상치 못한 발언”이라고 의외란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욘세는 평소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으며,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대중에게 표출한 적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발언 후 새 앨범 발매가 알려진 기사와 온라인 소식 에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이를 두고 “우연히 던진 말이 아니라, 작심하고 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즉 “이러한 발언은 팬들이 앨범의 각 요소가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창작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출발점 중 하나”라면서 “AI에 대한 그녀의 입장은 단순히 기자와의 대화에서 나온 일회성 발언이 아니라 고의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AI음악에 대한 팝계의 부정적 정서 대변’ 해석도

비욘세의 AI음악에 대한 거부감은 최근 현지 팝계의 정서를 대변한다는 해석도 있다. 더욱이 최근 AI기술로 실제 가수 뺨치는 사실감의 음악이 재생되고 있는 현실도 이런 반발 기류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음악 생성기술로 불과 몇 분 만에 새로운 트랙을 만들고, 아티스트의 보컬을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게 재생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AI가 실제 가수나 아티스트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모델을 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LLM 등으로 작품을 생성하려면 일단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로 구성된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끊임없이 저작권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오픈AI,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AI 기업들은 저작권이 있는 예술 작품이 포함된 데이터 세트를 동의도 안받고 버젓이 사용하곤 한다.

스태빌리티AI의 음악 생성 모델은 라이선스가 부여된 스톡 음악으로 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 생성기인 ‘Stable Diffusion’의 경우는 무단으로 이미지를 갖다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기야 이 회사의 오디오 부문 부사장인 에드 뉴튼 렉스는 “저작물에 대해 생성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것이 ‘공정한 사용’이라고 우기는 회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백인의 이익’ 위해 흑인 음악 전유” 비판?

비욘세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가 이런 현실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수많은 AI 모델이 아티스트의 동의 없이 그의 창작물을 갖고 훈련을 받고 있다. 특히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울 만한 영향력이 없는 신예 작가나 가수의 경우 그런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 의미에서 비욘세의 이번 공식적인 언급은 “그런 무자비한 AI산업에 대한 질타”라는 해석이다.

새 앨범 ‘카우보이 카터’ 자체에서도 비록 AI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동의 없이 창작물을 도용해 AI모델을 학습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앨범에서 비욘세는 청취자들에게 “흑인 음악가들이 어떻게 남부 백인 문화를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컨트리 음악의 기초를 형성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카우보이 카터’라는 제목조차 백인의 이익을 위해 흑인 음악을 전유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다시 말해 흑인에 컨트리 음악이 이젠 백인들이 주도한 AI기술에 도용되고 있는 현실과 유비되는 것이다.

그래서 AI에 대해 갑자기 나온듯한 비욘세의 발언은 사실 그 동안 쌓여온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순수한 창작물’과 AI기술을 대비시킴으로써 예술가의 작품이 동의 없이 도난당하고 다른 것으로 왜곡되면서, 정작 문화적 기여에 대한 대가나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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