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선구자들이 개발한 오픈소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사진=오에스에스)
IT 산업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선구자들이 개발한 오픈소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사진=오에스에스)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위대한 지성은 욕심쟁이가 아니다. 그 지성은 자신의 것이 아님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에 의해 조상으로부터 전수된 지성의 조각은 자기의지와는 별개로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누가 감히 자신의 천운(天運)을 자기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가. 인류 역사는 위대한 지성이 닫힌 마음을 극복하고 열린 마음으로 우중(愚衆)을 품었기 때문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집단지성도 여러 명의 독자적인 빛나는 지성이 합체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작금 인류 역사를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IT) 지성들은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 자기 뜻과 무관하게 물려받은 지성을 마치 자기 것인양 홀로 독점해 닫힌 그곳에서 탐욕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가? 열린 사회는 의식 있는, 책임감을 가진 지성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 IT 산업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선구자들이 개발한 오픈소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성형 AI의 시대, 두 거물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의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우리는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질 계제에 있지 않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해 시시비비를 가릴 형편도 못 된다. 그렇다고 코스모폴리탄의 인류애의 입장에서 순진하게 바라볼 수 있는 형편도 안 된다. 다만, 오픈AI의 사명(社名)에 깃든 그 너른 포부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그 이념이 인류를 위해 실현되는가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한때 비슷한 가치관을 나누면서 오픈AI를 창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다와 같이 너른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그려왔던 그들이 왜 호각지세로 싸우고 있는가. 지금은 법적 공방을 벌이는 사이가 됐다. 머스크의 자서전에 나온 일화로 이 둘 사이를 짚어볼 수 있다. 과거 머스크는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와 친분을 나눴다. 어릴 때부터 영재였던 허사비스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AI가 인류에게 주는 위험을 경계했다. 머스크는 이러한 허사비스의 가치관에 공감하며 딥마인드에 5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이후 머스크는 AI 회사를 직접 차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AI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머스크와 서로 가치관이 맞는 올트먼과 ‘오픈’AI를 공동 창업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4500만 달러를 오픈AI에 투자한다. 오픈AI의 설립이념은 머스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한다. 일단 AI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했다. AI 기술을 누군가가 독점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또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비영리법인으로 존속하게 했다. 그러나 둘의 생각 차이로 갈등이 있었고, 결국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를 떠났다.

머스크는 오픈AI를 떠나고 소송을 걸었다. 오픈AI와 올트먼이 영리 추구가 아닌 인류를 돕는 인공지능 개발이라는 오픈AI 초기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오픈AI 측은 머스크가 먼저 영리 목적 운영을 주장했고 테슬라와 합병을 시도했으나 실패 후 유사 회사를 세웠다는 취지로 받아쳤다.

급기야 머스크는 11일(현지시간) AI스타트업 ‘xAI’의 챗봇인 ‘그록’의 소스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챗봇의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오픈AI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이다. 머스크는 이날 X에 “이번 주 xAI가 그록을 오픈소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스를 공개해 누구나 이를 기반으로 AI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달 말 머스크는 오픈AI를 고소하며 챗GPT 등 오픈AI의 AI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영리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소장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형태로 운영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회사로 사실상 변모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록의 소스를 공개하고 올트먼 옥죄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오픈AI는 이날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머스크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픈AI는 “소송 자체에서 볼 수 있듯이, 머스크와 오픈AI 설립에 대한 계약을 합의한 바 없으니 이를 위반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오늘도 프로그래머들은 소스와 씨름한다. 점 하나만 틀려도 빌드(build)에 실패한다. 프로그래머들이 그나마 소스개발에 진척을 보일 수 있는 건 오픈소스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할 때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지 않는다면 프로그램 개발이 되겠는가. IT 발전은 오픈소스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오픈이 나은가, 클로즈가 나은가’라고 물으면 답은 무엇일까. 숨김 수가 많은 머스크가 오픈소스를 들고 나온 건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액면으로만 봤을 때 여론은 어디를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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