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저커버그가 서울에 온 까닭’ 주목, “LG와 ‘퀘스트’, 삼성과 AI칩”
LG전자와 XR기술 등 협업 모색, “삼성, 엔비디아 대체 여부 타진”
“방한이 ‘아시아 투어’의 하이라이트”, 오픈AI, 구글 등과의 AI경쟁 ‘해법’ 모색

평소 고집하는 특유의 회색 티셔츠를 입은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최근 서울을 방문, 자사의 AI전략 해법을 모색했다. (사진=어도비 스톡)
평소 고집하는 특유의 회색 티셔츠를 입은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최근 서울을 방문, 자사의 AI전략 해법을 모색했다. (사진=어도비 스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자사가 풀어야 할 문제의 해답을 서울에서 찾고 있다. 그는 사흘째 방한 일정을 분주하게 소화하고 있다. 스키를 즐기며 개인 차원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 일본에 온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근 메타가 계획하고 있는 생성AI 전략, 그리고 애플의 ‘비전 프로’에 버금갈 만한 XR 사업 ‘퀘스트’(Quest) 시리즈의 새로운 활로 모색 등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27일 늦게 서울에 도착한 저커버그는 공개석상에서 입었던 것과 같은 갈색 머스탱 재킷을 입고 비공개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LG전자를 방문했을 때는 몰려든 취재진들로 인해 혼잡한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LG전자 조주완 사장과 ‘XR’ 파트너십 등 논의?

예상했던대로 그는 28일 LG전자를 찾아 조주완 사장을 만난데 이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도 회동,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심도있는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메타로선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밖에 없다. 메타는 상대적으로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에 비해 AI, 특히 생성AI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최근 생성AI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금년 내로 (엔비디아의 H100과 같은) 고성능 AI반도체(GPU)를 60만개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공급이 딸리는 AI반도체 시장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때문에 마냥 엔비디아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또 다른 파트너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방한 역시 그런 맥락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블룸버그 통신도 “저커버그는 일본, 한국, 인도에 들러 AI서비스를 논의하고, 기업 및 정부 지도자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등 아시아에서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있다”면서 “특히 자사의 가상 현실 헤드셋 ‘퀘스트’와, 오픈AI의 챗GPT와 경쟁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대규모 언어 모델 ‘라마’(Llama)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메타, 애플 ‘비전 프로’ 제압할 묘책 강구”

블룸버그 등 외신은 특히 LG전자와 메타 간의 XR기술 기반 메타플랫폼의 전략적 제휴와, 삼성전자와의 AI칩 협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는 아직은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유하며 VR 헤드셋 분야의 업계 선두주자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선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데다, 이젠 애플 ‘비전 프로’와도 경쟁해야 한다. LG전자와의 파트너십 모색도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저커버그와 LG전자 조주완(조 윌리엄) 사장은 이날 ‘퀘스트’ 헤드셋 등 초기 단계의 VR·XR 기기를 넘어선 다음 단계의 XR 기기에 대한 사업 전략을 2시간 동안 검토했다. LG는 두 사람의 회동 후 “메타의 대규모 언어 모델과 AI를 소비자 장치(퀘스트)에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사업을 접고 생활가전에 전념하고 있는 LG전자는 현재 소형 또는 웨어러블 기기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에 메타의 ‘퀘스트’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메타가 콘텐츠를 제공하고, LG는 이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이날 회동에서도 특히 LG는 메타의 (퀘스트) 플랫폼이 LG의 콘텐츠 및 TV 사업과 연계되어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역시 이날 회동에 대해 “메타는 애플의 ‘비전 프로’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AI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해 ‘퀘스트’에 접목할 계획”이라고 LG전자 조 사장과의 만남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LG의 오랜 라이벌이자 VR 분야에서도 메타와 협력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LG는 올해 전기 자동차 등에 대한 투자를 위해 약 10조원 가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세탁기, TV,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는 LG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중이다.

삼성 이재용 회장과 AI칩 파트너 가능성 논의?

또한 AI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는 메타로선 엄청난 분량의 엔비디아 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게 녹록지 않은 형편이어서, 또 다른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래서 염두에 둔 것이 삼성전자다. 삼성은 최근 HBM3를 개발하고, HBM과 PIM을 통합한 공정을 가동하는 등 나름대로 AI칩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꾀하고 있다.

그래서 앞서 저커버그가 자신의 AI 사업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라고 명명한 것을 구축하기 위한 파트너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는 이를 위해 LG전자에 이어 같은 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향후 대량의 GPU(AI칩)를 메타에 제공할 수 있는지도 타진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미 메타와 삼성은 과거에도 VR헤드셋 ‘퀘스트’를 위해 협업한 적이 있다. 또 저커버그는 2016년 삼성전자의 ‘언팩’ 행사에도 특별 게스트로 출연, VR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또 지난 2013년과 2014년 서울을 방문, 이 부회장을 만나 삼성의 주요 공장을 견학하기도 했다.

이같은 저커버그의 움직임에 대해 ‘IT프로포탈’은 “메타가 오픈AI, MS, 구글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AI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묘수를 서울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방한 후 인도로 향하며 ‘아시아 투어’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곳에서 그는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의 막내 아들 결혼식 전 축하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3월 1일부터 3일간 열리는 이 축제에는 비즈니스, 기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또 다른 ‘장외 비즈니스’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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