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에 서버 담그는 ‘액침 냉각’, 바닷속 ‘해저 냉각’ 등
기존 공랭식 냉각 방식 ‘전력소모 과다’, 대체 기술 개발 활발
미․중, 유럽 및 국내 기업들 주력, “폐열 재활용도 활성화”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데이터센터의 수명은 뜨거운 열을 얼마나 잘 식힐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을 제대로 냉각시키지 못하면, 부품과 시설이 망가질 수도 있다. 특히 생성AI가 도입되면서 이를 위한 AI칩은 더 많은 열을 발산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열 냉각기술이 개발되며 새삼 기술경쟁도 치열하다.
날로 발달하는 첨단 프로세서 기술은 더 많은 코어와 고성능 GPU, 대용량 메모리, 최신 성능 가속기 등을 탑재, 전력 소모가 매우 커서 기존 공랭식 냉각 기술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엔 액체 냉각 방식이나, 해저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냉각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데이터센터에 공기를 통과시키거나, 팬으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는 전력 소모량이 막대하고, 팬의 소음도 매우 크다. 이에 최근엔 액체를 사용하거나, 아예 차가운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기도 한다. 즉, ‘액체 열 교환 방식’(Liquid to Liquid Cooling)’이나, 비전도성 액체 속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침전시켜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 등이 보급되고 있다.
네덜란드 ‘아스페리타스’사는 액체에 서버를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냉각수가 순환하면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춤으로써 공랭식에 비해 설비 투자·운영 비용을 45% 절감할 수 있다.
‘액침냉각’…美슈퍼마이크로컴퓨터, MS, 中 하이랜드 등 앞장
미국의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 컴퓨터도 ‘액체 냉각 방식’을 사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는 서버의 열을 빠르게 낮춤으로써 일정한 공간에 더 빽빽하게 서버를 배치할 수 있다.
특히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굳이 소음이 크고 전기를 많이 쓰는 팬을 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액체는 공기보다 냉각 성능이 최대 1천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바닷 속에 축구장 10개 크기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기로 해 화제다. 차가운 바닷물로 서버의 열을 단숨에 식히기 위한 것이다.
바닷속 데이터센터는 해안 스테이션, 수중 중계 스테이션, 수중 데이터 단말, 해저 케이블을 갖추게 된다. 또 해안 스테이션은 전력, 네트워크 접속, 중앙 모니터링 등 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중 중계 스테이션은 전력과 네트워크 배전, 제어 백홀 기능을 하며, 수중 데이터 단말은 전자 정보 장비와 수중 시설에 집중 배치된다. 수중 중계 스테이션과 수중 데이터 단말기는 해저의 목표 지점에 설치된다.
이 회사의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해저 데이터센터는 6만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가동하는 수준이다. 또 30초 내에 400만 개 이상 고화질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닷물이 냉각수 역할을 하며 중국 시민 16만 명의 평균 전기 사용량인 연간 약 1억 2,200만kWh 전기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18년부터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바다에서 해저 데이터센터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는 길이 12m, 지름 2.8m의 원통 구조물에 864대의 서버를 넣어 해저 36.5m 지점에 설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1억 2,200만kWh의 전기와 10만5천톤의 담수를 절약하고, 바닷물을 활용할 수 있어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MS측의 설명이다.
SK 등 국내기업들도 ‘액침 냉각 기술’ 개발 보급
한편 국내에서도 ‘액침 냉각 기술’이 실용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엔무브’는 특히 ‘윤활유’를 이용해 데이터센터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액침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정제된 윤활유의 경우 전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와 같은 화재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GS칼텍스도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유’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액침 냉각 전용 윤활유 제품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이는 협력 업체와의 실증평가를 통해 데이터센터 서버의 안정적 구동과 열관리 성능이 검증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터센터 서버뿐 아니라 전기차나 배터리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액침냉각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삼화에이스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30곳 이상의 데이터센터 현장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해온 바 있다. 3년 전부터는 ‘액침 냉각 기술’을 개발해온 결과 지난해 11월 20U급 시제품을 발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건설부문)도 냉각 기술 개발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냉각 기술 전문기업인 데이터빈과 협업,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한 후 지난 14일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바 이다. 두 회사는 액침 냉각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공동으로 특허 출원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 등 ‘폐열 재활용’ 활발
열 냉각 못지않게 데이터센터의 폐열 재활용이 또 다른 산업이 되고 있다.
캐나다의 ‘인피니디움 파워(Infinidium Power)’사는 서버에서 만들어진 열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비를 최대 50%까지 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딥그린’이란 회사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로 수영장 물을 적당한 온도로 데우고, 다시 수영장 물로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기술을 지난해 3월 공개했다. 회사측은 “이를 통해 가스 수요를 62% 이상 줄이고, 연간 2만 파운드(약 3,370만 원)을 아낄 수 있으며, 탄소배출량을 25.8t까지 감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난방이 필요한 상업시설에 무료 난방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타, 애플, 구글, MS 등 세계의 대표적인 빅테크들도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폐열 재활용에 나서고 있다.
그 중 메타는 지난 2020년부터 덴마크 오덴세 산업단지에 위치한 5만㎡ 규모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폐열로 인근 10만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 역시 자사의 덴마크 비보르 데이터센터를 물과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자연 환기 방식의 냉방 시스템과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핀란드 전력 기업인 포르툼(Fortum)과 협업, 주택과 기업에 폐열 난방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폐열을 재활용한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라고도 했다.
구글 역시 유럽 각지에 있는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회수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