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우주는 끝이 있는가 없는가. 광활한 우주는 그 탄생에서부터 인류에게 수많은 의문과 영감을 주고 있다. 남미 칠레를 여행하다 캠핑을 하면서 밤에 하늘을 보면 그 모래알같이 많은 별들이 가슴으로 쏟아진다. 내가 그 성운을 껴안을 때 나는 우주가 되고 우주는 나를 품는다. 우주는 인간에게 숨 막히는 호기심을 안겨준다. 이제 우주는 인류 생존을 위한 터전으로 형이상학적 존재에서 형이하학적 실존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주에 대한 인식이 시장(market)으로 전화(轉化)되고 있다. 우주산업시장은 실로 추단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라마다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우리도 민간기업과 정부가 함께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과학입국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우주개발을 위한 제도 혁신 필요성과 구체적 추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산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대한항공이 우주를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반복발사 사업 관련 업체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우주 투자에 잰걸음이다.
우리의 우주개발 노력을 자극하는 소식이 23일 전해졌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민간기업의 우주 탐사선이 달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 시대를 의미하는 ‘뉴스페이스’의 개막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인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는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이날 오전 8시 27분(한국 시각) 달의 남극 근처 분화구인 ‘말라퍼트 A’ 지점에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오디세우스의 달 착륙 과정은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미 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오디세우스는 52년 전인 지난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가 달을 밟은 이후 처음으로 달에 도착한 미 우주선이다. 민간기업의 우주선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달에 도착한 셈이다.
오디세우스의 달 착륙 성공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심우주 탐사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디세우스의 또 다른 이름은 ‘노바-C’다. 이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 프로젝트인 ‘IM-1′의 일환이다. IM-1은 NASA(미항공우주국)가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해 심우주 탐사의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와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나라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가 우주 프로젝트를 책임지면서 우주개발에 분투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우주 분야 플래그십 공장인 한국형소형발사체(KSLV) 조립동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이 탄생한 곳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누리호 엔진은 섭씨 3000도의 초고열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특수 소재를 써야 하고 부품 가공도 만만찮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인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 단위 오차까지 관리해야 한다. 온도가 1도라도 상승하거나 금형에 미세한 틈이라도 발생하면 정밀 조립이 불가능하다. 이 회사는 현재 누리호에 탑재되는 6기의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누리호 1단 로켓에는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높이 3m, 직경 1.9m의 누리호 액체로켓엔진은 등유(케로신)와 -183도의 액체산소가 반응해 연소하며 추진력을 낸다. 연소가 시작되면 엔진 연소실 내부 온도는 3000도까지 치솟는다. 영하 183도에서 영상 3000도까지 극한의 온도 차를 견뎌야 한다.
액체로켓엔진 개발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75t급 엔진 조립을 위해선 2400여 개의 부품을 사용해 총 458개의 정밀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여러 밸브와 부품이 순서대로 정확히 작동해야 엔진이 점화된다. 누리호의 75t급 엔진은 초당 255㎏의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시키기 때문에 순서가 조금만 어긋나도 폭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의 1차 목표는 미 스페이스X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발사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의지다.
무한한 우주는 그 크기만큼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각종 희귀자원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인류의 이주처로서 부각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지구가 위기에 처할 때 인류는 우주 속의 한 행성을 향해 떠나야 한다. 그곳에서 또 새롭게 문명을 시작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을 접하고서 다시 한 번 의미 깊게 하늘을 쳐다본다. 망연한 과거의 시선이 아니라 통찰의 눈길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