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비밀 누출은 종종 충돌을 일으킨다.(사진=벡터그레이티스)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비밀 누출은 종종 충돌을 일으킨다.(사진=벡터그레이티스)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소송전을 벌였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특허침해와 관련한 소송이었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등 특허침해와 관련한 소송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관련 특허를 침해치 않았다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소송의 서막은 LG에너지솔루션이 두 해 전인 2019년 9월 배터리 분리막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1건 등 총 4건을 침해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ITC는 당시 결정에서 분리막 코팅과 관련된 일부 특허에 대해 유효성은 인정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침해치 않았다고 결정했다. 또 LG의 특허 4건 중 나머지 3건에 대해서도 특허 유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소송 제기측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후발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핵심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을 핵심 인력 빼내기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탈취해 영업에 피해를 입혔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 했었다.

영업비밀은 사람을 통해 누출된다. 오랜 기간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온축(蘊蓄)된 기술을 탈취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인재를 빼내 가는 방법이다. 첨단기업들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기업의 핵심 인적자원을 빼내가는 사례는 심심찮게 속발하고 있다. 특히 국가 간 경쟁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재 확보전은 가히 숨가쁜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기업의 사활이 기술력에 있는 만큼 그 핵심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얻기 위해 온갖 술수가 난무하게 된다. 이제 나라마다 핵심인재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경우 기술을 빼내 타국으로 유출하는 자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이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업계가 인재 확보를 위해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경력 채용에 적극 나서며 인재 모시기가 한창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최근 경력직 채용 공고를 올렸다. 채용공고에 의하면, LG의 경우 차세대 배터리 셀 개발과·차세대 팩 설계 경력 사원을 모집 중이다. 경쟁업체 SK온은 이차전지 비전 및 비파괴 검사 측정기술, 소재합성(양극소재·전구체) 연구개발, 이차전지 장비 핵심 요소기술 개발(로봇·센서·부품재질) 등의 분야에서 경력 채용에 나섰다.

이번 경력 채용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험자들을 우대한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차세대 팩 구조설계 인재 중 항공 관련 규격 기반 부품 개발 경험자와 전기자동차 또는 전기 추진 항공기 관련 부품 개발 경력을 우대한다고 명시했다. SK온은 원통형·각형 셀 개발 경력을 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SK온은 원래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했기에 각형과 원통형 개발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양대 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과거 경쟁사 직원의 이직과 기술유출 문제로 ITC에서 대형 소송전을 경험한 터여서 인재 채용과 관련해 영업비밀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인재채용 모집 안내문에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경고 문구를 적시하고 있다. 이번 배터리 인재 영입 모집 글을 보면서 3년전에 휘몰아쳤던 배터리 기술 침해와 관련한 회오리 바람이 머리에 떠오른다. 지원자들은 영업비밀 침해 사항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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