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극미세 '스마트 나노로봇' 개발, 공상과학 현실화
세계 최초 사례, “유전자 신호로 클러치 작동, 자율주행”
DNA 클러치에 1조 개 정보 프로그래밍…지능형 나노로봇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세포보다 작은 크기의 초소형 로봇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도 하게 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될 기술이 최근 국내에서 개발되어 관심을 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기능과 형태의 최신 지능형 나노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관의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 연구팀은 특히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스스로 클러치를 작동하는 생체 나노로봇”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지목되는 생테 나노로봇은 200㎚1 크기의 극미세 영역에 엔진과 로터(회전체), 클러치 등 기계 장치를 탑재, 인체 속에서 특정 질병 인자를 감지하고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조절할 수 있다. 마치 눈에 안 보이는 작은 닥터 헬기가 몸속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셈이다.
몸속을 눈에 안보이는 ‘닥터 헬기’가 돌아다니는 격
특히 클러치는 기계의 엔진을 구동하는 핵심 요소다. 엔진의 동력을 로터로 전달(go) 혹은 차단(stop)하는 장치다. 클러치로 인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계를 구동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도 향상된다. 연구진은 “놀랍게도 자연계의 박테리아 역시 편모의 운동을 제어하기 위해 생체 클러치를 이용한다고 밝혀진 바 있는데, 그동안 개발된 나노로봇에서는 클러치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독창적인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나노로봇에 클러치 장치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적 합성법을 통해 제작된 나노로봇은 다공성 구형(多孔性 球形) 로터 안에 자성 엔진이 있다. 로터와 엔진은 각각 DNA로 코팅되어 있다. 로터 표면의 구멍을 통해 환경인자가 내부로 유입되어 특정 유전자 신호를 감지하면, 로터와 엔진에 코팅된 DNA 가닥이 서로 결합해 엔진의 힘을 로터로 전달하는 ‘클러치’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DNA 클러치가 작동하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피코 뉴턴(pN)2)의 힘이 로터로 전달되어 나노로봇이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회전한다.”면서 “자성을 가진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체 외부에서 자력을 이용해 무선으로 로봇 제어가 가능하다.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회전력의 발생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20개 염기서열로 된 DNA클러치로 작동
이 경우 DNA 클러치는 20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어 무한대에 가까운(420≈1조 개) 질병 인자를 감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코딩해 기억 및 연산 기능을 가지는 ‘나노로봇의 지능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바이오 나노로봇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페어 피셔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 나노로봇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나노로봇이며, 특히 지능형 나노로봇 발전에 있어 퀀텀 점프를 이룬 연구”라고 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을 이끈 천진우 단장은 “정보의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클러치가 구현되었다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멀지않아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나노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