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소프트뱅크 투자유치 협의, 구글 추격 따돌릴 ‘강력한 AGI’ 개발
구글 “오픈AI GPT-4보다 ‘제미니’ 성능 뛰어나”, 앨트먼 신경 건드려
“AI칩 부족 해결 위한 반도체 공장 수 십개 건립” 계획도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구글이 새로운 AI 기반 챗봇이자 음성 비서인 ‘제미니’(Gemini)를 공식 출시한 후, 이에 맞서 오픈AI의 샘 앨트먼은 인간 수준의 범용 AI(AGI)를 개발하기 위해 무려 7조달러를 조달하기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섰다.
애초 구글은 종전의 바드 챗봇을 과감히 종료하고, ‘제미니’를 오픈AI의 챗GPT와 경쟁하기 위한 무기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GPT-4보다 제미니의 성능이 우수하다”고 자신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앨트먼은 구글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아랍 부호들과도 접촉하며, 거금의 투자자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챗GPT와 바드(Bard)의 성능이 합쳐진게 ‘제미니’”라고 설명한다. 특히 자사의 가장 첨단 버전인 ‘제미니 울트라’(Gemini Ultra)는 “일부 벤치마크에서 GPT-4와 동등하거나 그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샘 앨트먼은 5조~7조달러를 들여 인간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겠다고 맞받아쳤다.
AI업계, 양자 대결에 기대와 호기심
현장 개발자들은 이같은 양자의 대결에 한층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 애초 1년 여 전에 챗GPT가 등장한 후 AI와 앱 개발업계에선 코딩 도우미인 챗GPT와 단일 소스의 AI 제공업체인 오픈AI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미니’를 주목하기도 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8 구글이 스마트폰 앱으로 ‘제미니’를 공식 출시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구글은 “‘제미니’는 음성과 문자 요청에 응답해 질문에 답하고, 시를 쓰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메일 초안을 작성하고, 개인 사진을 분석하고, 타이머 설정이나 전화 걸기와 같은 기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미국을 포함한 15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의 영어 사용자가 즉시 사용할 수 있다. 또 기존의 바드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대체한다. 또 개인 교사 역할,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코딩 작업 지원, 구직자의 인터뷰 준비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3월 자체 챗봇인 바드를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 통합 연구소에서 다시 새로운 AI ‘제미니’를 개발한 것이다. 앞으로 바드를 폐기하고, 안드로이드 휴대폰과 웹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또 “아이폰용 버전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또 ‘제미니’ 무료 버전도 보급하는 한편, ‘제미니 울트라’ 언어 모델 버전을 기반으로 한 더욱 강력한 버전의 ‘제미니 어드밴스드’를 월 19.99달러의 구독료로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그리고 “제미니 울트라가 컴퓨터 코드 생성 및 뉴스 기사 요약을 포함한 여러 주요 영역에서 오픈AI의 최신 기술인 GPT-4를 능가한다”면서 이런 주장을 담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오픈AI와 샘 앨트먼의 신경을 건드렸다.
앨트먼, “글로벌 반도체 산업도 재편할 것”
이에 앨트먼은 구글이 ‘제미니’를 공식 출시한 8일, “오픈AI는 UAE를 포함한 투자자를 찾고 있다. 최대 7조 달러가 필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도 재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과 대부분의 기술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에 따르면 앨트먼은 세계의 칩 제조 능력을 향상시키고, 특히 AI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수조 달러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UAE정부를 포함한 투자자들과 활발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최대 5조~7조 달러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챗GPT와 같은 AI 시스템 기반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값비싼 AI 칩이 늘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앨트먼은 평소 “인간보다 똑똑한 시스템인 범용인공지능(AGI)를 개발하기 위한 GPU 등의 칩이 충분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거액의 투자 유치는 이같이 오픈AI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을 해결하려는 목적도 있다.
외신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앨트먼은 최근 몇 주 동안 UAE 대통령이 동생이자 실세인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 나얀을 만났고, 소프트뱅크의 CEO인 마사요시 손, TSMC 경영진 등과 수 차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거론된 투자 금액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다. 이는 많은 주요 국가의 GDP나 부채 규모보다 크고, 세계에서 시가 총액 1,2위를 다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시가총액을 합친 6조 달러 규모와 엇비슷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투자유치 노력은 세상을 바꾸려는 앨트먼의 야심찬 계획의 최신 사례”라고 표현했다. 입니다. AI 개발은 막대한 양의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앨트먼이 유치하려는 새로운 투자 계획엔 에너지 문제 해결도 들어있다.
다만 AI 개발을 위한 칩산업 확장과 AGI 개발 등 그의 야망을 실현하려면 ‘반도체 입국’을 노리는 미국 정부의 동의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또한 전 세계에 걸친 자금 제공자, 업계 파트너, 정부로 구성된 복잡한 네트워크를 설득해야 한다”면서 다른 소식통을 인용, “앨트먼은 이미 지나 라이몬도 상무장관을 만나 이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앨트먼은 또 오픈AI와 다양한 투자자, 칩 제조업체, 전력 공급업체 간의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칩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운영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오픈AI가 새로운 반도체 공장의 중요한 고객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칩 공장 어디에 지을 것인가도 문제”
특히 TSMC와의 협의 과정에서 앨트먼은 “향후 몇 년 안에 수십 개의 칩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싶다”면서 “아랍세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TSMC가 이를 구축하고 운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앞서 앨트먼이 이를 위해 중동 투자자, 소프트뱅크 등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즈도 앞서 앨트먼이 UAE 셰이크 타눈, TSMC 등과 대화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앨트먼은 또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케빈 스콧 CTO 등과도 자신의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로운 칩 공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TSMC 및 기타 주요 칩 제조업체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을 선호하긴 한다. 그러나 숙련된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인해 TSMC는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는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어 두고 볼 일이다.
또 셰이크 타눈이 회장으로 있는 UAE 기술 회사인 ‘G42’는 지난 10월 “UAE에 최첨단 AI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일각에선 UAE가 AI 시장에서 큰 입지를 확보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 역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앨트먼과 오픈AI의 투자 목표액이 달성될 경우, 구글로선 또 다시 큰 장벽에 맞닥뜨린 셈이다. 그럴 경우 구글 역시 또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이 분명한 만큼, 세계 AI기술경쟁은 지각 변동이 끝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