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과 매출증가 불구, ‘AI로 대체하기 위한 예방적 구조조정’
아마존, 구글, MS, 애플, 메타 등 앞다퉈 감원 조치
“인건비 줄여 AI 구축”…AI에 수십 억 달러 투자, 관련 인력 신규 채용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글로벌 빅테크들이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더욱 큰 폭의 감원과 구조조정에 돌입,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노동시장의 지형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아마존, 구글, MS, 애플, 메타 등 빅테크는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이후 수익이 증가하고 경영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들은 새해 들어서도 앞다퉈 이같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일까.
6일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팬데믹으로 인한 폭발적인 인력 확장을 정리하고, AI를 구축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두 가지 원인을 꼽았다.
팬데믹 시기 대거 채용인력, 본격 정리
금년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1월 비디오 게임 부문에서 인원을 감축하는 등 빅테크들은 지난 1년간 이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이미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앞으로 더 많은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 부서에서 수백 개의 일자리를 줄였고, 메타는 조용히 중간 경영진을 축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비디오 게임 부문에서만 1,9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이들 빅테크의 매출과 이익은 급증하고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가차없는 정리해고는 계속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엔 그야말로 한 겨울 추위보다 더욱 춥고 가혹한 해고 태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법제나 규제하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노동조합 결성력이 미미하고, 자유로운 해고가 언제든 가능한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실리콘 밸리 현지 관계자와 분석가들은 “이러한 사태는 업계가 직면한 두 가지 큰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반영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즉, 팬데믹 기간 동안 과도할 정도로 많은 인력을 고용한데다, 최근 생성AI 등 인공 지능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회사는 매 분기마다 수천 명의 인력을 고용하기보단, AI를 구축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수조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보단 ‘AI’의 효용을 신봉하는 셈이다.
메타 등 “AI에 장기적, 야심찬 투자”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고 비용을 통제해야만 AI에 대한 장기적이고 야심찬 비전에 투자할 수 있다”면서 “몸집이 더 작은 회사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현지 애널리스트들에게 밝혔다.
팬데믹 기간인 2019년 말부터 2023년까지 주로 실내에 갇혀지내는 가운데, 사람들은 새 컴퓨터를 사는데 돈을 많이 쓰고, 온라인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 빅테크들은 폭발적인 소비자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기간에 5대 빅테크는 모두 9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호황이 끝나자 구조조정의 압박이 커졌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은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약 11만2천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그러나 수익성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보다 여전히 훨씬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한 것이다.
현재 5개 빅테크는 팬데믹 이전보다 71%나 많은 216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가장 최근 회계연도에 1조 6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5년 전보다 약 81%나 많은 수치다. 지난 1년 동안 5대 빅테크의 시장 가치는 거의 3조 5천억 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빅테크 전체 일자리 늘어날 수도”
그렇다보니 최근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 빅테크의 일자리는 여전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 교육 및 연구 기관인 ‘CompTIA’에 따르면 지난 1월 빅테크들은 해고를 계속하는 한편, 18,000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함으로써 전체 일자리가 늘어나게 했다. 실업률은 3.3%로 전국 평균 3.7%보다 낮다.
‘CompTIA’는 “하지만 아마존이 ‘알렉사’ 부서 직원을 줄이거나 구글이 픽셀 휴대폰 파트의 직원을 줄인다는 소식을 해석해보면, 그들은 무엇보다 순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원이 가능한 곳을 정리하고,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특히 생성AI는 모든 직종의 우선 순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질문에 답하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보니, 챗GPT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하룻밤 사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에 빅테크들은 AI를 구축하는 엔지니어를 서둘러 고용하고 있다. ‘CompT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반도체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역할을 포함해 AI와 관련된 채용 공고가 18만 개에 달했다. 특히 A.I의 경우는 올해 들어 채용 공고가 크게 늘어났다.
생성AI, 모든 직종의 우선 순위 바꿔 놓아
해당 직원들은 빅테크가 챗봇을 개선하고 다양한 AI를 구축하도록 돕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AI 부문 인재를 대거 채용, 자체 AI를 개발해 올해 말에 출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들은 또 AI를 훈련하고 구축하는 데 필요한 값비싼 칩과 슈퍼컴퓨터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메타는 올해 말까지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로부터 특수 칩 35만개를 구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칩 하나 당 가격은 약 3만달러에 달한다.
생성AI 구축을 위해 인력 감축과 인건비 삭감을 시도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정리해고를 통해 증강현실(AR)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을 줄였다. 작년에 약 20,000명을 해고한 메타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팀 일정을 유지하는 책임을 맡은 프로그램 관리자 중 일부도 해고했다.
Amazon은 급증하는 전자상거래 주문을 따라잡기 위해 2020년과 2021년 2년에 걸쳐 직원을 160만 명으로 2배 늘렸다. 최근엔 일자리 수를 20만 개에서 38만 개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이후 회사는 약 3만 개의 사내 일자리와 약 5만 개의 연관된 일자리를 줄였으며, 해당 일자리가 곧 회복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마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브라이언 올사브스키는 지난주 “본사는 재직 인원수를 제한하려고 한다”고 공언했다.
스냅, 스포티파이 등 중견․스타트업들도 ‘해고’ 바람
구글은 지난 1월 1천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후 직원들에게 순차적 해고가 올해 내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경영진은 “최고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들과는 달리, 애플은 팬데믹 기간에도 신규 채용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 판매가 감소하면서 인력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해고를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직원 수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 총원의 감소를 공식화하지 않은 유일한 빅테크다. 이 회사는 2023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22만1천명의 직원을 고용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비디오 부문을 비롯한 ‘조용한’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긴 대량 해고는 이들 빅테크 뿐 아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체 인력의 10%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스냅과 스포티파이 등의 소식을 전했다.이들 기업은 지난해에도 10~20%의 직원을 줄인 바 있다. 중견기업 내지 스타트업에도 AI로 대체하거나, 기업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고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