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의 ‘부도덕한 커넥션’ 폭로
“마약 함께 하고, 거액 스톡옵션 서로 밀어주며 짬짬이”
美 법원, 머스크 거액 스톡옵션 기각에 WSJ 장문의 폭로기사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최근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에게 무려 558억 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을 미 법원이 기각하면서, 새삼 머스크와 이 회사 이사회의 부도덕한 커넥션이 들춰지고 있다. 마약과 부당한 금전 거래, 불합리한 투자 등으로 자칫 머스크에겐 치명적인 스캔들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 달 머스크의 마약 중독을 폭로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미 현지시각), 다시 그와 일부 이사들의 마약 남용, 그리고 공사 구분없는 끈끈한 커넥션을 샅샅이 파헤쳐 눈길을 끈다. 머스크가 당시 WSJ 보도에 X를 통해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 운운한데 대해, 다시 이 신문은 작심하듯 장문의 폭로기사를 게재했다.
일부 이사, 머스크와 함께 마약, 깊은 금전관계
이번 기사의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다. WSJ는 이날 ‘머스크를 테슬라 이사와 묶은 돈과 마약’(The Money and Drugs That Tie Elon Musk to Some Tesla Directors)이란 제목의 장문 기사를 통해 머스크와 한통속이 되어 마약을 함께 즐기며, 짬짬이로 스톡옵션과 회사 수익금을 마구 갖다쓰는 행태를 고발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일 경우 머스크는 창업 이래 가장 큰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WSJ는 “이사회 구성원들은 주식 보상과 개별 투자를 통해 수억 달러를 벌었다”면서 “일부는 머스크와 마약을 함께 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이사들은 머스크와 깊은 개인적, 재정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관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이들은 공․사 구분없이 우정과 경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어, 일부 주주들 은 CEO를 감독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아가선 “상장 기업의 독립성을 규정하는 규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오래도록 테슬라 이사였던 벤처 캐피털리스트 스티브 저벳슨(Steve Jurvetson)은 과거 내부 조사에서 IT업계의 여러 여성들과 동침하고, 불법 마약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진 후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테슬라는 머스크와 막역한 사이인 저벳슨을 다시 사외 이사로 지정했다. 그후로도 저벳슨은 머스크와 마약을 같이 하며, 깊은 금전 관계를 이어갔다.
현재도 저벳슨은 머스크의 비상장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X의 이사로 남아 있다.
WSJ는 “저벳슨은 머스크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며 두 사람은 수년 동안 우정과 사업을 혼합해 왔다”asu서 “그는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였으며, 두 사람은 LSD와 엑스터시를 함께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그 뿐 아니다. WSJ에 따르면 또 다른 전직 테슬라 이사이자, 머스크의 막역한 친구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는 2021년 법원 증언에서 “테슬라 이사회가 저벳슨의 스캔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이 대답이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사들과 머스크, 서로 회사에 ‘묻지마 투자’
그라시아스 역시 그런 머스크와의 끈끈한 커넥션을 이어오고 있다. 그와 그의 벤처 캐피탈 회사는 최근 테슬라에 약 15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한 바 있다.
또 그를 포함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전․현직 이사 여러 명이 머스크와 함께 파티를 벌이고, 이국적인 휴가를 즐기며, 예술 및 음악 축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벤처 자본가 그라시아스, 아이라 엘네프레스, IT업계 거물 래리 엘리슨, 전 미디어 경영자 제임스 머독, 머스크의 형제인 킴발 머스크 등 이사들은 서로의 회사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곤 했다. 특히 엘리슨은 테슬라 주식의 약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머스크로부터 이런 저런 도움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8명으로 구성된 테슬라 이사회의 대부분 구성원들은 수년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수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축적했다.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선 보기 힘든 엄청난 수익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사들에게 대부분 스톡 옵션으로 급여를 지급하며, 머스크 자신을 제외한 현 이사회는 이러한 옵션을 통해 얻은 주식을 팔아 총 6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들은 거의 10억 달러 상당의 추가 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이에 비해 미국 200대 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평균 총 급여는 2023년 32만9,351달러였다. 가장 비근한 예로 알파벳 이사회 구성원은 약 8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며, 2015년 이후 평균 연간 급여가 약 47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또 급여 외에도 일부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이사는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터널링 벤처인 ‘The Boring Co.’ 등에 추가로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하고 있다. 반대로 머스크도 이들 이사진의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사들은 또 킴벌 머스크의 키친 레스토랑 그룹과, 테슬라가 인수한 머스크 사촌들의 회사인 ‘솔라시티’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 전문가들은 “개인적, 재정적 관계가 이사들의 견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례는 미국 공기업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테슬라가 거래하는 나스닥 규정에 따르면 직원, 가족 또는 ‘독립적 판단 행사를 방해할 수 있는’ 관계의 사람은 사외 이사가 될 수 없고, 독립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반발한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일부 이사들은 “어떠한 잘못도 없다”면서도 보상의 일부를 테슬라에 반환하는 데 동의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WSJ, 머스크와 임원들 ‘늘 마약 파티 즐겨’
WSJ는 또 머스크와 임원들의 마약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쳤다. 이에 따르면 전·현직 테슬라 및 스페이스X 이사들은 머스크의 불법 약물 사용에 대해 알고 있지만, 공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월 WSJ는 “머스크가 코카인, 엑스터시, LSD, 환각버섯 등의 약물을 사용했으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경영진이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머스크가 처방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케타민을 기분전환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면서 “그의 불법 마약은 머스크 회사의 엄격한 마약 방지 정책을 위반하며, 스페이스X가 연방정부와 맺은 계약과 머스크의 보안 허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WSJ는 이번 보도에서도 “머스크는 최근 몇 년간 고급 오스틴 프로퍼 호텔(Austin Proper Hotel)에서 에어비앤비 공동 창립자이자 그의 친구인 테슬라 이사 조 게비아(Joe Gebbia)와 함께 사교 모임에 참석했으며, 그곳에서 머스크는 코 스프레이병을 통해 여러 차례 케타민을 기분 좋게 복용했다”고 전했다. 또 머스크는 할리우드 힐스에서 열린 파티에서 물병에 담긴 액상 엑스터시를 마신 것으로 전해지고 했다. WSJ는 “마약 사용을 목격한 사람들과, 이에 대해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따르면 다른 이사인 그라시아스, 저벳슨, 킴발 머스크도 머스크와 함께 마약을 흡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들 이사진과 머스크의 또 다른 친구들은 자심들에게 많은 돈을 벌어준 머스크의 비위를 맞추느라, 마약 복용을 자제시키거나 충고할 생각은커녕, 그와 함께 마약을 즐기는게 관행이 되다시피했다.”고 전했다.
지난 번 WSJ의 폭로 기사 이후 기사 이후 머스크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약물이 실제로 나의 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반드시 약을 복용할 것”이라고 X에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이사회 구성원은 머스크의 마약 중독이 자신이 감독하는 6개 기업과 투자자가 보유한 자산 약 8000억 달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머스크의 가까운 친구들과 지인들은 심지어 그의 마약 중독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걱정하며, “재활원에 가볼 것”을 권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이사회는 CEO인 머스크의 약물 사용을 조사하긴 커녕, 공식 이사회 의사록에 그런 우려 사항을 기록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실리콘 밸리에선 경영진들이 때로 서로의 회사와 벤처에 투자하거나, 회사가 공개되기 전에 회사 이사회에서 개인적인 우정을 쌓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사들과 유난히 끈끈하게 얽혀 있는, 가장 두드러진 사례란 지적이다. 이에 WSJ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법원 문서와 증언, 증권거래위원회 서류 및 기타 공개 기록을 검토하여 연관성을 추적했다.”고 전했다.
미 법원, “이사회, 끈끈한 유대관계로 머스크 급여 승인” 기각
한편, 미 델라웨어 지방법원은 머스크의 550억달러 어치의 테슬라 급여 패키지에 대해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는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면서 일부 이사들과 머스크의 ‘끈끈한 유대’를 지적하며, 그 결정을 기각했다. 또 테슬라의 주주들도 “머스크가 자신의 급여를 결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이런 결정에 대해 델라웨어 대법원에 항소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판결 후 화가 난 머스크는 X에 “절대 델라웨어 주에 회사를 법인화하지 말라”며 설립을 반대하는 글을 올렸고, 대신에 테슬라가 텍사스에 법인을 설립토록 주주 투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 구성원들이 머스크에 대한 2018년 급여를 최대 558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한 것은 이사진과 머스크의 유별난 유대관계가 아니곤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WSJ는 거버넌스 데이터 회사인 에퀼라(Equilar)를 인용, “미국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역대 최대 급여 패키지”라며 “테슬라 이사들은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머스크에게 이례적인 관용과 특혜를 자주 허용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