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소셜플랫폼 ‘성착취, 마약 거래, 자해․자살 시사’ 등 질책
저커버그, 방청 부모들에 “어린이에 유해한 콘텐츠, 죄송” 사과
참석 CEO들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안’엔 대체로 부정적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기업의 CEO 5명이 미 의회 상원법사위 청문회에 출석,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게티 이미지)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기업의 CEO 5명이 미 의회 상원법사위 청문회에 출석,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게티 이미지)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글로벌 소셜미디어와 빅테크 CEO 등을 대거 소환한 미 상원 청문회는 날선 질문과 답변이 오갔지만, 그다지 큰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다.

31일(한국시각 1일) 열린 청문회는 이들 소셜미디어가 온라인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점을 따지며,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또 논란 중인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 제정을 앞둔 의견 수렴 과정이기도 하다.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등 외신과 많은 기술매체들도 일제히 그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이에 따르면 상원은 X CEO 린다 야카리로, 디스코드의 제이슨 사이트론, 스냅챗의 에반 슈피겔, 그리고 자진 출석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와 틱톡의 슈 츄를 앉혀놓고 질문 공세를 펼쳤다. 야카리노, 시트론, 스피겔은 모두 청문회가 처음이고, 추는 지난해 한 차례 출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저커버그에게는 이번 청문회가 여덟 번째나 된다.

이들 CEO들에 대해 의회는 그 동안 별러왔던 사안들을 두고 질문을 퍼부었다. 채팅 기반 플랫폼인 스냅챗과 디스코드는 특히 성착취 범죄와 치명적인 마약 거래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고위험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틱톡의 ‘알고리즘 피드’는 자해나 자살과 관련된 콘텐츠를 노골적으로 시사했고, X는 백인 우월주의와 극단주의의 온상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의 청문회 출석은 언론과 시민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년 넘게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활동한 딕 더빈 상원의원은 “오늘 이 방에서 본 것 중 가장 많은 청중이 참석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에 집중적인 추궁과 질문 쏟아져

청문회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은 마크 저커버그를 향한 의원들의 추궁섞인 질문과 답변이다. 기술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특히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저커버그를 겨냥해 피해 어린이 가족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오늘 여기에는 희생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사과는 하셨나요? 지금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홀리 의원은 저커버그에게 현재 공영 TV에 생중계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명확한 답변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저커버그는 자리에서 뒤돌아 일어서서 청중을 향해 직접 연설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 순간 일부 청중은 사망한 자녀의 사진을 공중에 들고 있었다.

저커버그는 먼저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곤 “누구도 여러분이 겪었던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이며, 여러분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유형의 일을 누구도 겪지 않도록 업계 최고의 노력을 계속해야 할 이유”라고 했다.

홀리 의원은 또 저커버그에게 메타 플랫폼에서 겪은 학대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의 가족들을 돕기 위해 “당신의 돈으로 기금을 조성할 의사가 있는지”를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저커버그는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발언을 제지당하기 전까지 “그 문제는 복잡한 것”이라며 장황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에 홀리 의원이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하자, 저커버그는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저커버그는 “의원님, 우리는 업계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한 AI 도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홀리 의원은 “말도 안된다. 당신 회사의 제품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보상을 약속하시겠습니까? 당신은 억만장자예요.”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끝내 기금 약속을 하지 않았다.

어린이 보호 조치 강화 ‘온라인 안전법’에 대체로 유보적

또 이들 CEO가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안’(KOSA)을 지지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이 법안은 소셜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 법안이 인터넷 개인 정보 보호나, 정보 접근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별 주 법무장관에게 인터넷 공간이 어린이에게 적합한 콘텐츠로로 구성하는지 감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악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날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5명의 CEO 모두에게 KOSA를 지지할 것인지 물었다. 그 결과 스냅챗의 슈피겔과 X의 야카리노는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메타, 디스코드, 틱톡은 반대 내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디스코드의 제이슨 사이트론은 개인 정보 보호 문제에 “국가적인 개인 정보 보호 표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틱톡의 츄는 “몇 가지 변경 사항을 적용하면 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블루멘탈 의원이 명확한 답변을 계속 요구하자, “일각에선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저커버그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심지어 발언을 제지당할 때까지도 우려의 목소리를 저극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기본 정신과 그 안에 담긴 기본 사상은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좀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논의해야 할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며 이견이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이들 소셜미디어 CEO들은 해당 법안을 찬성하지 않거나, 찬성하더라도 흔쾌하게 지지하지는 않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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