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에 애플 ‘제3자 결제, 고율의 수수료’로 맞서
美 에픽게임즈에 패소 불구, 역시 고율 수수료 등 ‘꼼수’ 대응
한국서 ‘꼼수’ 대응 구글, 과징금과 제재 불구 태도 변화 없어

애플의 '인앱결제' 규제에 대한 새로운 옵션이 유럽 등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줌마 프레스)
애플의 '인앱결제' 규제에 대한 새로운 옵션이 유럽 등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줌마 프레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계기로 새삼 ‘인앱결제’를 둘러싼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애플이 앱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대폭 인상 등으로 이에 맞서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반면에 앱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 스포티파이, MS 등 수많은 기업들이 이에 반발, 자체적인 제3자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세계 최초의 ‘구글방지법’을 둘러싼 ‘꼼수논쟁’이 한창인 우리나라를 포함해 이는 ‘인앱결제’가 전세계적 갈등 요인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유럽 DMA, ‘특히 애플 인앱결제’ 겨냥

유럽 DMA도 사용자들이 앱스토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아이폰에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유럽에만 적용될 이 정책은 전세계에 적용되는 ‘인앱결제’의 향방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앱스토어 영업이익률이 70~80%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런 가운데 애플은 EU법 준수 기한인 3월을 맞추기 위해 1년 넘게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앞서 지난 2022년 EU의회는 빅테크의 반경쟁적 관행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DMA를 통과시켰다.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는 방법에 대한 애플의 철저한 독점적 행태였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세계 최초로 강제적인 ‘인앱 결제’를 방지하는 ‘구글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이 외부 결제 서비스에 대해서도 무려 26%나 수수료를 매김으로써 다시 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유럽에서도 ‘인앱결제’ 방지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애플이 다른 ‘꼼수’로 무력화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그 결과에 따라선 구글과 애플의 해묵은 ‘인앱결제’ 논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 제3자 결제에 27% 수수로 예고

‘월스트리트저널’, ‘익스트림테크’ 등에 따르면 3월부터 시행될 유럽 DMA에 따라 애플은 개발자들이 사용자들에게 대체 결제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옵션(외부결제)을 제공하되, 27%의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미국에서 있은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패소, 개발자가 앱 사용자를 애플이 아닌 다른 결제 시스템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은 인앱결제의 경우 개발자에게 3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대체결제를 제공하는 개발자나 업체에게 27%의 수수료를 매김으로써 사실상 제3자 결제를 무력화하고 있다”는게 개발업계의 하소연이다.

애플은 자사의 ‘인앱결제’ 시스템에 대해 “아이폰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바이러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불필요하게 높은 수수료를 받고 애플의 자체 앱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경쟁하게 한다”면서 “반경쟁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구글, ‘구글방지법’에 아웃링크 금지 등 반격

이는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를 규제한 한국의 최근 상황을 연상케 한다. 한국에서 구글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인앱결제시 제3자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제3자 결제에도 최대 26%의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사실상 법안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에 앱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수수료가 오른 만큼 인앱결제 요금을 올림으로써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넘어오고 있다.

인앱결제 대신 PC나 모바일에서 웹사이트에 직접 접속, 결제하면 이전과 같은 가격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들은 더 비싼 요금에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구글은 또 앱서비스 업체나 개발자가 수수료없는 홈페이지 등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이 아웃링크까지 위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구글측에 시정을 요구한 상태이나 변함이 없었다. 그 후 방통위는 1년여 간의 조사 끝에 지난해 10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과징금 475억원을 부과했으나, 구글코리아는 아직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구글도 한국에서 '인앱결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줌마 프레스)
구글도 한국에서 '인앱결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줌마 프레스)

앱 개발 빅테크, 자체적 제3자 결제 옵션으로 대응

애플이 앱스토어 외부의 제3자 결제에 대한 새로운 요금 부과와 제한 사항을 계획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빅테크 등 기업들도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메타, 스포티파 등은 애플이 새로운 유럽 DMA를 사실상 회피하기 위해 제3자 결제 앱서비스에 대한 고율의 수수료 등을 시사함에 따라 새로운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지난 2020년 메타는 사용자가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iOS 앱 출시를 시도했지만 애플이 이 기능을 제거할 때까지 앱스토어 업로드를 거부, 무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상황이 달라졌다. 메타는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광고에서 직접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Project Neon’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도 “사용자들에게 일부 아이폰 앱을 자사 웹사이트에서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에 클라우드 기반 게임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시도했지만 애플이 단일 앱을 통해 여러 게임을 제공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역시 무산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다시 새로운 옵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유럽의 DMA에 대한 이같은 대응 방식을 이른바 ‘사이드로딩’이라고 부르고 있다. 즉 “앱스토어 외부에서 다운로드한 앱을 면밀히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며 “앱스토어 외부에서 다운로드한 각 앱을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스스로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앱스토어 외부에서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개발자들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한다는 얘기다.

앱 개발업계와의 갈등, 긴장 고조

이같은 애플의 제약 조건과 고율의 수수료는 앱 개발업계와의 갈등과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들은 DMA 시행으로 애플의 제한이나 높은 수수료 없이 사용자에게 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 스포티파이의 유럽 지사 임원인 올리비아 레이니어는 “새로운 DMA는 (애플에게)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과 함께 위원회가 조사 권한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규정”이라며 ‘월스트리트저널’에 애플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희망하기도 했다.

또 스포티파이와 포트나이트를 만든 에픽게임즈 등 앱 개발업체들은 애플이 미국 연방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사실상 회피하는 새로운 ‘꼼수’를 비판했다.

그래서 익스트림테크는 “새로운 EU 규정(DMA)에 대한 애플의 ‘꼼수’ 대응은 타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제권과 이에 따른 엄청난 이익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어서, 또 다른 ‘전쟁터’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DMA는 구글에도 적용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역시 DMA의 여러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애플의 iOS 기기와 달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선 사용자가 구글 앱스토어 외부에 앱을 설치할 수 있어, 그나마 애플보단 해당 법률 조항을 좀더 충실히 준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EU 집행기관인 EU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모든 기업이 3월 시행일에 맞춰 법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EU 역시 규정 위반 사례를 처리할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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