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자율적 구매와 의사결정, ‘새로운 유통혁명’
지능형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커넥티드카, 스마트홈 등
3단계로 진화 ‘경계형 고객’, ‘적응형 고객’, ‘자율형 고객’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지능형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하면서, 이른바 ‘기계고객’(Machine Customer)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판매행위의 대상이 역시 ‘기계’를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유통 분야에서도 큰 변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전적 의미로 ‘기계 고객’은 ‘사람 대신 고객의 역할을 하는 기계’ 혹은, ‘사람의 명령에 따라 상품 구매 행동을 하는 기계부터, 사람을 대신하여 자율적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기계를 포괄하는 말’로 요약된다. 이런 정의 속에 사실 지능화된 애플리케이션과 그 기반이 되는 AI기술과 머신러닝 등 복합적 기술이 다 스며있다.
지능형 앱과 AI기술, 머신러닝 등 스며있어
우선 ‘기계 고객’의 원리가 되는 ‘지능형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 상호 작용 등을 통해 얻은 기록이나 데이터를 통해 예측하고, 제안을 함으로써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지능형 애플리케이션은 기술적 발전에 따라 수준과 단계가 있다. 우선은 사용자의 행동을 기다리지 않고 사용자의 기존 데이터를 분석, 예측하고, 예측한 사용자의 행동을 대신해서 해준다.
현재 AI를 통해 개인화 추천이라는 기능을 제공해 주는 사이트들은 많다. 과거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사용자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정보만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에 따른 행동까지 실행하기도 한다.
즉, 사용자들에게 추천 상품만을 제공해 주는 현재의 이-커머스 수준을 뛰어넘어 그런 상품을 바로 구매까지 해 줄 수 있게 된다. 바로 ‘기계 고객’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금년 ‘주요 전략기술 트렌드’로 꼽혀
이미 가트너도 2024년 주요 전략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기계 고객’을 꼽은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기계 고객’은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비인간 경제 행위자’다. 여기서 ‘기계’란 단순히 로봇과 같은 형체의 기계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여러 유무형의 존재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의 한가연 마케팅팀 연구원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커넥티드 카’는 스스로 필요한 윈터 타이어를 주문하고, ‘스마트 프린터’는 토너의 양을 사전에 파악하고 적당한 시기에 새 토너를 구매, 충당한다. 인간 고객을 대체하는 기계 고객의 등장인 셈이다.
그러면서 가트너를 인용,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른 기계 고객의 단계별 수준을 3가지로 적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계 고객’은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경계형 고객(Bound Customer), 적응형 고객(Adaptable Customer), 자율형 고객(Autonomous Customer)으로 나뉜다.
우선 경계형 고객은, 인간이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기계가 특정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e-커머스가 이를 도입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아마존의 ‘대시 리플레니스먼트’(Dash Replenishment) 사례를 들었다.
이는 AI 비서 알렉사(Alexa)에 프린터나 온도 조절기, 커피 머신, 식기세척기 등 여러 커넥티드 제품을 연동시킨 것이다. 일단 초기 세팅을 해두면, 인간이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연동된 제품에 필요한 특정 소모품이 소진될 때마다. 알렉사가 알아서 주문한다.
다음은 ‘적응형 고객’이다. 이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것이다. 인간이 특정 규칙을 설정하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기계는 인간을 대신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금융권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즉 “시스템 트레이딩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로보어드바이저는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토대로 고객 맞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산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로서, “ETF나 퇴직연금 등 인간이 사전에 지정한 자산의 형태나 성향을 기반으로, 적절한 투자 방안을 찾아 직접 자산을 운용한다.”는 것이다.
‘자율형 고객’은, 앞서 경계형이나 적응형을 뛰어넘는 자율기능을 갖춘 수준이다. 나름의 재량권과 고도의 지능으로 인간을 대신해 완전히 독립적으로 구매를 하는 단계다. 가트너는 특히 인간의 개입 없이 운용되는 AI 기반 헤지펀드 ‘에이디야’(Aidyia)를 그 예로 들었다. 이는 여러 언어로 된 뉴스와 소셜 미디어를 읽고, 대규모 경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면서 투자를 직접 한다. 인간이 데이터를 입력할 필요없이, 스스로 모든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펀드를 운영한다.
기계고객의 ‘의사결정’ 특성
마케팅 측면에서 사람과는 다른 ‘기계 고객’의 의사결정 특성이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우선 ‘기계 고객’은 거래를 투명하게 처리한다. 논리와 규칙 기반으로 움직이다보니, 사람처럼 심리적, 인지적 영향을 받지 않기에 인지적 편향같은 것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사람보다는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합리적 의사결정보단 감성을 중시하는 구매행위에선 취약할 수 있다. 명품이나 가성비와 무관한, 오로지 개인의 취약과 정서에 기반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그렇다.
기계 고객은 또 많은 양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게 특징이다. 사람과는 다르게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사람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분석하여 선택을 할 수 있다.
또 기계 고객에게는 구매에 의한 ‘만족감’을 줄 필요가 없다. 기계 고객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완료하는 데만 중점을 둔다. 그래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한 대접을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기계고객은 앞으로 기업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CEO들은 2030년까지 기업 수익의 약 22%가 기계 고객으로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트너는 “2028년까지 약 150억 개의 커넥티드 제품이 고객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될 것이며, 그 후로도 몇 년간 수십억 개의 제품이 더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