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대기자
김남주 대기자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다. 시장에서 작동되는 가격메커니즘을 통해 소비자들은 반응하고 이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면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시장이 너무 자유롭게 흘러가면 독과점이 발생할 수도 있고 부(富)가 한편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등 부작용이 노출된다. 이때 정부가 조정자로 나서서 규제(regulation)의 칼을 빼어든다. 규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도와주면 제 역할을 다 하지만 정부가 이념에 과도하게 경도되거나, 공무원들이 부처이기주의나 할거주의 등 늪에 빠지면 규제는 시장의 흐름에 발목을 잡게 된다. 민간부문에서는 규제가 창의와 자율을 저해한다고 규제완화(deregulation)를 요구하고 나선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민간사이드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규제 철폐의 기치를 내걸고 나섰다. 우선 정부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를 추진한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생활 규제 개혁’과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자정~오전 10시) 동안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가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한 의무와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 지원금의 상한선(공시지원금의 15%)을 규정한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단통법 폐지로 추가 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면 소비자들은 더 많이 할인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지역이나 유통점에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가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게 하자는 취지로 제정돼 시행됐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 투입하는 비용을 줄여 통신요금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큼 통신요금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고, 단말기 비용 혜택만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됐다.

정부의 이번 단통법 폐지로 가계 통신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폐지된다면 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단통법 폐지는 국회 입법 사항이어서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영업 규제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시행해왔다. 또 정부는 웹툰, 웹소설 등 웹 콘텐츠에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15%로 제한된 도서 가격 할인 한도를 영세 서점에서는 유연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 혁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시장실패가 있는 곳에 정부규제는 불가피하지만 소비자들의 복지를 희생시키거나 산업발전에 발목을 잡는 규제 철폐는 필수적인 정책이다. 정부의 이번 규제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이 들긴 하나 불필요한 규제인 만큼 조속히 시행에 나서는 것이 현책임은 분명하다. 총선용 생색내기란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통신비 완화 등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규제 철폐로 여겨지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규제 철폐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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