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 명절 앞두고 동시에 대대적인 할인행사 펼쳐
삼성, ‘S23’ 할인, 1월말 신제품 행사…“‘삼성 언팩 2024’와 시너지”
애플, 사흘 간 아이폰 최대 70달러 인하, “부진한 중국 시장 재탈환”
중국소매업체들 이미 ‘아이폰’ 등 대대적 할인, “효과 반감할 수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삼성과 애플이 중국의 설명절을 앞두고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선다. 애플은 이번 중국 설명절을 그간 중국에서의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삼성이 17일(현지시각) 오전에 ‘삼성 언팩 2024’를 통해 갤럭시 S24 모델과 ‘AI폰’을 무기로 내세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삼성도 중국 현지에선 종래 보기 드문 폭의 할인행사에 나섰다. 갤럭시 S23 모델과 폴더블폰으로 화웨이나 원플러스, 오너 등 중국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은 출하 기기 기준으로 모바일 폰 시장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준 것으로 나타나, 이번 중국 시장 공략이 또 다른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양사 모두 프리미엄 제품으로 공략
기술매체 ‘매셔블’은 “애플, 삼성 모두 상대방을 겨냥하되, 일단은 현지 시장 1위업체인 화웨이의 프리미엄 제품을 공격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하이엔드(고급) 시장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을 염두에 두고, 최신 아이폰을 포함, 그간 중국 진출 이래 보기 드문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에서 아이폰 가격을 최대 70달러까지 인하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최대 110달러까지 할인된다. 이번 프로모션은 중국의 관례적인 선물 시즌인 설명절(2월 10일부터 일주일간)을 앞두고 이루어졌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 감소와 함께 현지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된 때문이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중국은 여전히 애플의 최우선 시장이기 때문에 이처럼 (할인행사까지 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 만큼 다급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애플, ‘중국 시장 어려움’ 만회 기회?
WSJ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다만 할인 조건에 특정 결제 방식이나, 중국 내 46개 애플 소매점에서 사용 가능한 수량 제한 등을 붙이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휴대폰을 많이 구입하는 주요 경로인 온라인 구매에 대한 제한 사항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애플은 역시 같은 시기에 설명절을 지내는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할인행사를 하지 않는다.
두 지역에선 최신 아이폰에 대해 공식 할인행사는 안하지만, 1년 전에는 중국의 특정 판매 채널을 통해 iPhone 14에 대해 일부 할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할인행사가 애플에게 얼마나 큰 만회의 계기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란 해석도 따른다.
애플은 중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승승가도를 달리고, 공무원들에 대한 정부의 아이폰 사용 제한 등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다. 또 하나는 디플레이션의 증가다. 최근 소비자 수요가 크게 줄면서, 현지 중국기업들은 획기적인 할인 이벤트를 통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미 중국 현지 업체들의 소매점에서는 애플이 이번에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할인행사보다 더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아이폰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자칫 이번 할인행사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는 요인이다.
실제로 중국의 가장 인기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중 하나인 ‘핀둬둬’(Pinduoduo)에서 활동하는 제3자 판매자는 ‘아이폰 15 프로 맥스’의 기본 모델을 8,228위안에 내놓았다. 이는 애플의 공식 가격인 9,999위안보다 매우 싼 가격이다. 제3자 판매자의 할인 가격은 약 1,150달러, 즉 애플 공식가격에서 거의 250달러나 할인된 가격이다.
최근 몇 년간 프리미엄 제품들은 부진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나마 주요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이 부문은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4분의 1 미만에 불과함에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그 동안 중국 하이엔드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그 위치는 최근 더욱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화웨이가 출시한 새 모델은 고급 반도체칩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고속 데이터 전송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애널리스트들은 “화웨이의 매출 성장은 대부분 자국 내 수요(애국소비)에 의해 주도됐다”고 해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원플러스나, 오너 등 다른 중국업체들도 가성비 좋은 고급제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삼성, “잃어버린 중국 시장 다시 탈환”
애플의 또 다른 장애물은 삼성이다. 삼성 역시 중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주력 제품인 ‘갤럭시 S23’과 폴더블 휴대폰을 앞세우며 다시 진출하고 있다. 폴더블폰이 없는 애플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은 18일(미 현지시각 17일) 최신 고급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전 세계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1월 말엔 중국에서 별도의 신제품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극간의 부진을 씻고, 예정과 같은 중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지난해 중국에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단 전 세계적으론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리서치 회사인 ‘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은 “애플이 작년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된 기기 수 기준으로 삼성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1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을 제친 것이다. 애플은 또한 출하량이 전년 대비 증가한 상위 3개사 중 유일한 기업이다. 이는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프리미엄 기기의 증가 추세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가운데 이번 애플과 삼성의 중국 시장 공략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인지가 관심을 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