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셜미디어들, 크리에이터 콘텐츠 비용 ‘쥐꼬리’
“정작 자신들은 게시된 비디오․콘텐츠로 거액의 수익” 비판
계정 차단, 알고리즘 변경 등 ‘갑질’도…美선 ‘노조’도 등장

사진은 '틱톡' 게시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어도비 스톡)
사진은 '틱톡' 게시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어도비 스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각종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이른바 ‘크리에이터 경제’가 활성화된지 오래다. 그러나 노동자들이라고 할 크리에이터들에게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들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이용, 억만금을 벌면서 사실상 크리에이터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서 10만명 안팎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의 한 인플루언서도 “인스타그램에서 동영상 조회수 50만회를 달성해봤자, 돌아오는 건 겨우 5천~6천원 꼴”이라고 했다. 이는 소위 인플루언서급의 크리에이터들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다. 이에 “‘크리에이터 경제’라는 용어에 걸맞게 크리에이터들의 노고에 상응하는 수익이 보장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높다.

동영상 수십만회 조회 불구, ‘푼돈 벌이’

해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미국 등지 크리에이터들은 막강한 소셜미디어에 대항하는 ‘노조’를 결성할 정도다.

실제로 3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한 인플루언서도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거두는 수익으로는 “한 끼니 밥값도 될까말까 하는 모욕적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인플루언서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콘텐츠 제작자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자체가 아닌 브랜드 거래, 후원 및 구독 제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국내의 또 다른 크리에이터는 “말이 창작자일 뿐, 크리에이터들은 사실상 글로벌 소셜미디어에 철저히 예속되어 있는 처지”라고 했다. 데이터 마이닝과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다니고 있는 그는 “다행히 나로선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부업이어서 큰 지장은 없지만, 전업 크리에이터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또 소셜 플랫폼의 ‘갑질’도 문제다. 작은 알고리즘 변경이나 근거 없는 계정 정지로 언제든지 크리에이터들은 퇴출될 수 있다. 여느 자영업자나 다름없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지만, 대형 소셜 플랫폼의 변덕스런 조치에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소셜플랫폼들은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션에 대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전혀 지불하지 않으면서, 창작자들에 대해 갑질과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다. 계약이나 파트너십, 혹은 콘텐츠 비용에 대한 표준 따위도 전혀 없다.

계약, 파트너십, ‘표준’ 등은 애초 없어

최악의 경우 정지 또는 계정 해킹이 크리에이터의 비즈니스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측의 무단 차단 때문에 게시물을 작성하기 위해 자신의 계정에 액세스할 수 없고, 수익도 막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보니 해외에선 계정 차단이나 해킹 사태를 대비해 크리에이터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또 무단 복제 등 크리에이터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없다. 소셜미디어들도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무단 복제, 재활용하는데 대해 무신경하다. 일부 사용자들은 게시된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거나, 다시 게시하여 돈을 벌기도 한다. 그렇다고 크리에이터들로선 이를 플랫폼측에 신고하거나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거액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플랫폼으로선 무단복제 따윈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콘텐츠 제작업계의 한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크리에이터 경제’ 자체가 지속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외적으로 전업 크리에이터들의 평균적인 경력은 5~7년이다. 설사 알아주는 인플루언서라도 언제라도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늘 걱정해야 한다. 자신의 틱톡 계정이 무단으로 삭제될 수도 있고, 팔로워들이 지루해하며 빠져나갈 수도 있다. “소규모 강력한 엘리트 인플루언서 그룹을 제외하고는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경력이 10년, 20년, 30년 후에 어떻게 될지에 비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화면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화면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인스타그램 홈페이지)

미국 등지선 ‘크리에이터 권익’ 위한 움직임 본격화

그러나 국내와는 달리 미국 등지에선 이런 현실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현지 크리에이터들 중엔 다각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다. 또 소셜 플랫폼의 투명성을 높여 크리에이터로서 경력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작년에 헐리우드 작가와 배우 조합이 파업을 통해 제작사과의 계약을 변경하고, 더 나은 대우와 급여를 확보한 사건이 또 다른 자극이 되고 있다.

그 중엔 여러 플랫폼에 걸쳐 2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으고, 이들을 대상으로 플랫폼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를 공개하는 방식을 구사하기도 한다. ‘디지털트렌즈’에 따르면 ‘급여 투명성’을 위한 리소스 허브인 ‘STS(Salary Transparent Street)’를 만든 한나 윌리엄즈가 그 장본인이다.

윌리엄즈는 2022년 틱톡 계정을 시작한 이후 STS는 사람들이 공정하게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더 광범위한 리소스 허브로 성장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개인 틱톡을 만든 후 제가 가진 모든 직업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공개했다”면서 “이것이 제가 반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그는 콘텐츠 제작자의 꿈을 이루고 있다. 현재 작년에 그는 2022년 수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인 12만5,000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윌리엄스는 이에 “표준화된 요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치 영화나 TV산업의 제작사나 다름없는 것이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돈을 버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다. 그래서 “크리에이터에게 창작의 대가로 자신들 마음대로 금액을 책정해 제공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 공개 데이터베이스 등으로 잘못된 관행 바꿔

실제로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이런 관행을 막기위한 공개적인 데이터베이스도 생겨났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한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소셜미디어와의 저임금 거래 실태, 그리고 해당 소셜미이더가 특정 결과물에 대해 지불한 금액을 만천하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들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얘기다. 전과는 달리 타당한 수준으로 콘텐츠 제작비를 올려주거나, ‘갑질’을 삼가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특히 “임의의 알고리즘 변경이나, 징계 조치, 업데이트로 인해 크리에이터들이 타격을 입는 경우도 줄어들었다”는 소식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콘텐츠 제작자들 중심의 노조가 미국에선 생겨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들의 권익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creators.org’나, 미국 크리에이터스 길드(Creator Guild of America) 등이 그런 사례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대형 소셜미디어 측과 협상을 하기보단, 크리에이터들의 통일된 목소리를 규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충분히 큰 규모의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끌어들일 만큼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크리에이터스 길드측은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들에게 알고리즘이 어떻게 변경되는지에 대한 발언권을 주고, 더 많은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 결과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또 다른 조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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