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직후 일성…전문가들 “양안관계 악화, 향후 사태 불투명”
중국, 대만 관세 인하 철회, 농업, 기계, 섬유 등으로 확산 전망
블룸버그, “무력 충돌시엔 대만 다음으로 한국의 경제피해 클 것”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왼쪽)가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왼쪽)가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대만 총통에 현재의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양안관계가 한층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시스템 반도체기업인 TSMC 본사가 있는 대만으로선 중국과의 향후 경제 교류와 협력 양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 당선자는 그 동안 “안보 차원에서 핵심 최첨단 나노 공정 생산 시설은 대만에 두되, TSMC의 해외 투자를 막지 않겠다”고 발언해왔다. 즉 TSMC의 중국 투자 등은 지금처럼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장기적으론 양안 경제교류에 적잖은 변화

그러나 장기적으론 대만 반도체 기업이나 IT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교류도 그 기류가 변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양안관계 긴장이 유지되고,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특히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기도 한 TSMC 등의 운명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뉴욕타임스’는 특히 ‘세계 마이크로세서의 최전선’이란 표현을 쓰며,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향방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도 “민진당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등 파트너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미국과 협력하여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민진당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그 동안 대중 수출 규제에 협조적이었고, 미국으로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는 정책에도 긍정적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해외투자를 권장하진 않지만, 막지도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역협회는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경제,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라이 당선자 집권 하에서 공식적인 양안 교류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양안 공존 위한 ‘92공식’ 포기 가능성

특히 중국은 양안 관계에 대해 현 차이잉원 정부의 방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만, 라이칭더 당선자를 훨씬 불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당선자는 진작부터 중국이 공식 소통의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는 ‘92공식’을 부정해왔다. 즉 “‘92공식’은 대만의 주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란 얘기다.

‘92공식’은 지난 1992년 정립된 양안 관계의 원칙이다. 즉, 일중각표(一中各表),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그 표현은 양안 각자의 편의대로 ㅎ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 당선자는 지난해 7월 “대만 총통은 언젠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중국측의 비위를 크게 상하게 한 바 있다. 그의 그런 입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중국측은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도 민진당 차이윙인 총통이 당선된 후 중국은 대만과의 공식 대화를 중단하고 경제, 외교, 군사 전선 전반에 걸쳐 대만에 대한 압박 조치를 시작했다. 대만과의 여행 및 무역교류를 억제했으며, 국제기구에서 대만을 고립시키고 외교 파트너를 빼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또한 중국군은 대만 방어력을 확장하고 섬 공격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공군 전투기들이 자주 출격하고, 해군 함정이 출동하기도 했다.

외신들, "무역충돌 등 최악 사태 배제못해"

그 때문에 이날 선거 결과를 지켜본 서방 언론들은 대체로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대만인들은 중국의 증가된 압력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정세 분석가들은 중국이 대만의 방어를 방해하기 위한 군사 작전 등 ‘회색지대’ 전쟁을 강화하고, 양국 간의 경제적 관계를 더욱 억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지난 2010년 당시 국민당 정부와 체결한 경제 협정에 따라 합의한 추가 무역 특권을 취소할 계획을 시사했다”면서 앞서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를 언급했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한 이후 중국은 지난 1일 대만산 화학제품 12개 품목에 적용하던 관세 감면 조치를 중단한 바 있다. 또 지난 7일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미국 방산업체 5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하는 등 민진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또 중국 상무부는 농업, 기계, 섬유 제품을 포함한 다른 상품에도 이 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14일 “중국이 대만 선거를 좌우하는데 실패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최전선’으로 지목했다.

이 신문은 “중국과 미국은 대만을 경쟁적인 민감성과 비전을 시험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베이징에게 이 섬은 미국이 개입할 이유가 없는 내전의 잔재”라면서 특히 “워싱턴에게 이곳은 세계 안정, 2,300만 인구의 민주주의, ‘세계를 위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공장을 위한 최전선 방어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자존감과 중국의 기대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가만히 앉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우려했다.

호주 국립대학교 대만 연구 프로그램의 정치학자인 웬티 성(Wen-ti Sung)은 “그렇다고 전쟁이 불가피한 것만은 아니다. 중국이 암울한 경제상황으로 분주하고, 미국이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적대감을 해소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즉 중도적인 대중 관계의 중도에 막연하게 초점을 맞춘 제3당 후보인 고원저(Ko Wenje)가 무려 26%나 되는 득표율을 기록한데 비해, 라이 후보는 그 보다 크게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단 40%의 득표율로 승리한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또 다른 전문가의 말을 빌려 “평화적 통합의 길을 확장하여 그들이 싸울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양안의 상호 작용과 베이징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투자자들도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협회, “쌍방 무력충돌은 회피, 긴장관계 지속”

무역협회는 “중국은 라이 당선자가 총통으로서 공식적인 독립을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대만을 사실상 그런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자에 대해서도 중도적인 인물로 보지 않으면서 두 차례나 제재를 하기도 했다.

또 라이 당선자도 다른 후보들과 달리,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안 대화의 재개를 적극 내세우지 않았다.

다만 대만이 반중독립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은 회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양안관계 악화보다는 현상 유지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데에 많은 전문가들도 견해를 같이한다. 특히 블룸버그는 최근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최악의 경우 한국이 대만 다음으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지목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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