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정서 안정과 외로움 해소에 도움... 고령인구 많은 지자체 보급 나서

노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효자 로봇이 속속 보급되고 있다.(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효자 로봇이 속속 보급되고 있다.(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누구나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젊을 때는 곱고, 기력도 왕성하지만 늙으면 병들고, 추하고, 풀이 죽는다. 늙어지면 누구나 외롭다. 아무리 효자, 효녀도 장기간 늙고 병든 부모를 수발할 수는 없다. 인생 말로에 누가 나를 돌봐줄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숙명적 과제다. 젊은 사람들은 멋 훗날의 얘기여서 실감이 안 나지만 지천명 나이만 넘으면 서서히 차가운 창끝으로 다가온다. 예전 같으면 ‘자식들을 의지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세태가 변해 요즘은 언감생심이다. 나이가 칠순에 접어든 베이비부머들은 자식들인 에코 세대에게 노후를 기대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 참 다행이다. 효자 대신 전천후 ‘효자로봇’이 출현하게 됐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효자(돌봄)로봇이 속속 보급되고 있다. 당진시노인복지관은 얼마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 대상자 55명에게 인공지능(AI) 돌봄로봇 ‘효돌이’를 전달했다. ‘효돌이’는 고령화 및 독거노인 증가에 따른 노인돌봄의 필요성과 함께 반려로봇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를 보조받아 보급한 사업이다. 이 복지관은 55명 어르신에게 효돌이를 전달하고, 돌봄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케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효자로봇, 효돌이는 정서적 지지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해 자아 효능감 향상에 도움을 주며, 응급상황 발생 시 알림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이 복지관은 전했다. 관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돌봄 현황 및 건강 리포팅이 가능해 맞춤케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효돌이를 통해 앞으로도 스마트 돌봄체계를 구축해 관내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는 65세 이상 독거노인 수가 2만3151명에 이른다.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빠르게 인구 대비 20% 이상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에 구는 저소득 독거 어르신 60가구에 대화가 가능하고 정서와 심리지원을 위한 ‘AI 반려로봇’ 대여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사업명은 ‘은평 반려 로(老)벗(友)’으로, 올해 AI 반려로봇을 활용한 독거 어르신 집중 돌봄서비스 시 공모사업에 참여해 선정됐다.

최근 로봇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당진과 은평구 경우처럼 효자로봇을 ‘돌봄로봇’, ‘AI 반려로봇’등 명칭으로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보급 중이다. 이들 로봇은 노인·경증 치매환자나 중증장애인 등 홀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노인들이 무료한 시간에 말동무가 돼 주고, 위급상황에도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또 치매환자에게는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인지훈련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돌봄로봇의 제원은 ▲봉제인형 ▲웨어러블 기기 ▲AI 스피커 등으로 구성된다. 지자체들이 돌봄로봇의 사용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 로봇은 무엇보다도 노인들의 정서 안정과 인지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노인들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등 해소에 기여했다.

중국 삼국시대 오(吳)나라에 맹종(孟宗)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늙고 병든 어머니를 살려내기 위해 요즘 같은 엄동에 죽순을 구하였는데 땅이 얼어 죽순이 없자 슬피 울었다. 지극 정성이 하늘에 닿아 죽순 두어 줄기가 땅 위로 솟아 나왔다. 맹종이 그것을 캐어 와서 끓여 드리자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 맹종 같은 효자로봇이 머지 않을 듯하다. 사람과 거의 같이 행동하는 ‘휴머노이드’들이 여기저기서 출현하고 있다. AI로 두뇌를 무장하고, 강력한 재질의 금속으로 치장한 완벽한 효자로봇이 머지않아 내 곁에 있게 될 것이다. 늙어가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에서도 로봇 산업을 일으키고자 ‘K-로봇’을 주창하면서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맹종과 같은 효자로봇이 고독한 어르신들을 수발해 준다면 노후의 깊은 시름이 평온함으로 감싸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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