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용 CBDC, “예금토큰 등 ‘실시간’ 디지털 기반 소액 결제 기능” 중시
대중적 CBDC, “현금 대체, 누구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유 허용” 여부로 판단

CBDC 이미지. (사진=월스트리트저널)

CBDC 이미지.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CBDC의 유용성을 본격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BDC 발행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관용 CBDC’와 ‘범용 CBDC’를 구분하며, 각기 상황에 따라 발행 여부를 달리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기관용 CBDC’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내지 금융기관들만 사용하는 디지털 화폐로 일단 설명할 수 있다. 금융기관 간의 자금거래나 최종 결제 등에만 활용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범용 CBDC’는 민간이 모두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다. 흔히 ‘CBDC’의 개념에 대해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언급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역할과 의미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에 따라선 ‘기관용 CBDC’를 ‘도매용’, ‘범용 CBDC’를 ‘소매용’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양자 발행 필요성, 판단 기준 달라”

두 종류의 CBDC에 대해 발행의 필요성이나 유용성 등을 따로 판단해서, 둘 다 혹은 그중 하나만 발행하는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명활 선임연구위원은 “‘기관용 CBDC’는 특히 민간 디지털통화인 예금통화의 지급결제시스템의 혁신을 기하면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의미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달리 (대중적인) ‘범용 CBDC’는 현금 없는 경제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브리프’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편 이 위원은 또 “‘기관용 CBDC’는 국경간 거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혁신적인 차세대 디지털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차원이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범용 CBDC’는 일단 지급결제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입이 시급하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다만 현금 없는 경제가 구현될 때를 대비한다는 의미가 크다. 특히 “(지금의 현금 화폐와 같은) 중앙은행 발행 법정 디지털화폐의 보유권을 일반 민간경제주체들에게 부여할 지의 차원에서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용 CBDC’, 증권대금즉시결제로 완결시켜

특히 ‘기관용 CBDC’는 민간 디지털통화인 예금토큰 시스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CBDC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은행에서 발행된 예금토큰이 상거래 및 송금 등을 위해 유통되는데는 문제가 없다. 예금토큰을 거래하기 위한 은행 간의 자금 청산이나 결제는 ‘익일 차액결제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

만약 ‘기관용 CBDC’가 도입될 경우 기존과 달라지는 점은 ‘익일’이 아닌, ‘실시간’으로 결제시스템이 바뀐다는 것이다. 즉 ‘기관용 CBDC’가 은행간 거래에 이용될 경우, 예금토큰 거래에 따른 은행 간의 청산이나 결제가 거래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소액결제 시스템이 기존의 익일 차액결제시스템에서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 만큼 금융결제시스템이 크게 선진화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물론 ‘기관용 CBDC’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민간 디지털통화인 예금토큰 제도를 운용하는데 지장이 없다. 다만 ‘기관용 CBDC’가 도입됨으로써 예금토큰 소액결제시스템이 ‘익일’이 아닌, ‘실시간’ 디지털 총액 청산․결제시스템으로 선진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금융연구원의 이 위원은 “‘기관용 CBDC’에 의한 실시간 결제시스템이 활성화될 경우, 예금토큰 외에도 토큰화된 다양한 증권이나 자산 등과 관련된 금융기관 간 거래와 지급결제가 증권대금즉시결제(DvP: Delivery vs Payment)로 완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아가선 “소액결제를 포함한 지급결제시스템이 디지털 기반 실시간 통합지급결제체제(Unified Ledger)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범용 CBDC’, 중앙은행 발행 화폐의 ‘형평성’ 차원 판단

이에 비해 ‘범용 CBDC’ 또는 ‘소매용 CBDC’는 현금 없는 경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을 제공하느냐 여부에 의미를 두고 있다.

즉,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CBDC를 발행함으로써 개인들도 현금 대신에 (CBDC라는) 또 다른 중앙은행 발행 화폐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할지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미 지급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선 현금을 대체하는 편의성보다는, 중앙은행 발행 법정화폐(CBDC)의 형평성 측면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즉, 금융기관만이 CBDC를 사용할게 아니라, 일반 대중 누구나 이를 보유,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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