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지능이니, 초강(超强) 인공지능이니 하는 와중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등장하면서 이 모든 쟁론을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AGI, 이건 또 뭘까. 단어 뜻대로 하면 인공지능이되, ‘인공 일반지능’이다. ‘일반’이라고 해서 결코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특수’한 무엇까지 포함해서, 추론하고 사유하고 인간사를 재구성하며 만들어가는,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결코 일반적이 아닌, 매우 특별한 범용 또는 만능의 인공지능이라고 해야 옳다. 쉽게 말해 ‘사람’ 그 이상이다.

진작부터 일부 기술 만능의 부류들이 ‘사람 수준’의 AI를 얘기한지는 오래되었다. 허나 늘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기 좋아하는 테크마니아들의 호들갑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구글 딥마인드가 소위 ‘AGI 논문’을 내놓고, 그 프레임워크까지 제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저 해본 소리가 아니게 된 것이다. 막연한 희망사항이 눈앞에 실체로 맞닥뜨릴 ‘다큐’가 된 셈이다. 평소 인간이성과 AI의 중력을 저울질해온 진영으로선, 자다가 따귀를 맞은 격이 되었다. 더욱이 딥마인드 논문이 밝힌 AGI 레벨은 가관이다못해, 충격적이다.

이걸 그대로 번역하면, 5단계 중 레벨 1은 숙련되지 않은 성인과 유사한 ‘유망(Emerging)’한 수준이다. 레벨2는 숙련된 성인의 상위 50% 이상인 ‘유능(Competent)’한 사람들과 맞먹는다. 스마트한 현대인이나, 화이트컬러 중산층에 버금가는 지적․사회적 능력이라고 할까. AGI 레벨3부터는 소름이 끼친다. 숙련된 성인의 상위 10% 정도에 불과한 ‘전문가(Expert)’ 수준이다. 보통의 장삼이사는 쉽게 범접하지 못할, 똑똑한 엘리뜨와 맞먹는 능력이다.

레벨4와 레벨5는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다. 숙련된 성인의 상위 1%인 ‘비르투오소(거장, Virtuoso)’ 수준이 레벨4다. 인류사를 빛낸 뭇 천재와 현인과 성인을 겨냥하는 셈이다. 마지막, ‘레벨 5’는 마침내 인간을 뛰어넘는다. 숙련된 성인 따윈 가뿐히 뛰어넘는 이른바 ‘슈퍼휴먼(Superhuman)’으로 정의된다. 말 그대로 포스트휴먼의 경지가 펼쳐지면서, 살고 죽는 인간의 숙명을 삭제해버린, 호모데우스(신적 인간)의 주역으로 AGI가 등극하는 것이다.

현존 최고의 수준으로 통용되는 GPT-4나 바드, 라마2 모두 기껏해야 레벨1 수준이다. 며칠 전 나온 구글 제미나이 또한 그 또래다. 레벨2는 아직 구상만 할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AGI는 언젠가 그런 초월적 레벨로 가는 ‘넓은 문’을 열어제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뉴런의 조합 내지 집합 덩어리로서 AGI는 장차 어떤 변이든 가능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단순한 덩어리가 아니라, 집합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정보 처리와 반응이 반복될 때마다 끝도 없이 ‘머리’가 좋아진다. AGI를 처음 구상한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고독한 실험실에 칩거한 그는 다위니즘을 숭배하는 인물이 분명하리라. 참으로 발칙하다고 할까. 그는 ‘인간’과 생명체의 유기적 인과론에서 AGI 탄생의 묘수를 착안해낸 것이다.

그것도 생명의 기원인 자기복제자(Replicators)와, 그것을 작동하게 하는 분자덩어리 뉴클레오티드에 주목했다. AGI에 비교하면 끝없이 자가복제하는 초대형 언어모델(LLMs)쯤이라고나 할까. A,T와 C,G로 각기 안정된 쌍을 이룬 이중나선, 곧 ‘불멸의 코일’을 그는 LLMs과 등치시켰다. 그런 안정된 A,T, 그리고 C,G 염기 서열에 의한 염색체가 무한 변형하며 설계되는 원리를 디지털 아키텍처에 대입한 것이다. 레벨3 이상 정도의 AGI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초대규모 언어모델(LLMs) 덩어리 스스로 그렇게 자가 변형, 설계할 경우, ‘멀티 지능’으로서 세상사의 온갖 일을 처리하며, 초월적 호모데우스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참으로 실험실의 개발자, 그는 구조생물학의 천재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그래서 ‘AGI’ 소리가 나올 때부터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생명체의 진화론적 비밀을 무단 복제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과학 이성과 합리를 숭배해온 ‘근대성’이 낳은 폭력이나 진배없다거나, 무한 상상력을 빌미로 문명의 서사적 선형성을 밑도 끝도 없이 조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AGI 논문’ 이후 행보에 조심하고 있는 구글이나, 오픈AI 샘 앨트먼의 해고와 복직 소동 역시 그런 반경에서 이해할 법하다. 오죽하면 스탠포드대학의 페이 페이 리나, 존 에치멘디 같은 AI권위자들이 그랬을까.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AI기술을 민간기업에만 맡겨선 안 된다”고-. 그렇다면 역시 한 가지 물어볼 수 밖에 없다. “AGI, 넌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그 누구냐?”

키워드

#박경만 #AGI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