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관련 기업 보폭 커지고 행보 잰걸음... 전 국민 성원 속에 민관 호흡 잘 맞춰 우주시장 선취해야

김남주 대기자
김남주 대기자

우주를 향한 한국호의 추진력이 거세지고 있다. 북한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고 달 탐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공간 미개척의 처녀지를 놓고 선진국들의 각축이 갈수록 우심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문샷’(moonshot )을 기조로 한 전향적인 마인드셋 전환(shift)이 한창이다. 미래 먹거리가 우주 허허벌판에 널려 있는 만큼 결코 소홀히 할 프로젝트는 아니다.

문샷은 ‘달 탐사선의 발사’를 뜻하지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지난 1962년 9월 12일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달을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높이는 대신 아예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생각을 했다. 이른바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한 것이다. 나아가 혁신 사고에만 그치지 않고 곧바로 과감한 행동에 나선 것. 이는 단순히 생각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과제를 곧바로 실행하는 과단성이다. 다시 말해 일응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 사고를 현실에 적용해 나가는 ‘박력’을 의미한다.

작금 문샷이 우리 정부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과학입국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문샷을 언급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문샷 프로젝트를 꺼낸 건 우리의 과학적 진보를 위한 제도 혁신 필요성과 구체적 추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는 후문이다.

산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대한항공이 우주를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보폭이 커지고 행보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천천히 완보로 추진하다간 우주 시장 선점에서 갈수록 멀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반복발사 사업 관련 업체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우주 투자에 잰걸음이다.

정부와 업계가 우주를 향해 숨가쁘게 병진하면서 문샷은 점차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지난 2일 새벽에 발사된 우리나라의 첫 군사정찰위성이 우주궤도에 안착해 지상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 우주기업 스페이스Ⅹ의 발사체 ‘팰컨9’은 같은 날 오전 3시19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국방부와 스페이스Ⅹ에 따르면 우주궤도에 안착한 정찰위성 1호기는 팰컨9(나인)이 발사된 지 78분 만인 4시37분쯤 해외 지상국과 처음으로 교신했다.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 발사의 성공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는 2032년 달로 우리나라 착륙선을 보내줄 핵심 기술을 개발할 ‘한국판 스페이스X’사업도 척척 우주 공간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조달청은 지난달 30일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체계종합기업 입찰 절차를 시작했다. 차세대발사체는 누리호의 뒤를 이어 정부가 저궤도 대형 위성·정지궤도 위성, 달 착륙선 발사 등을 위해 개발하는 2단형 로켓이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으로 국내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고, 해외수출도 노리는 유력 기업이 될 수 있어서다. 이젠 정부가 아닌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향해 가고 있다. 미 스페이스X나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자국 발사체 개발과 발사를 주도하는 것처럼 국내 우주발사체 개발과 발사를 주도하는 토종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총 2조132억원의 예산을 발사체, 발사대, 장비·시험 시설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체계종합기업의 총 입찰 규모만 9505억원에 이른다. 로드맵대로 진행되면 우리나라 달 탐사선은 우리 기업이 개발한 차세대발사체를 이용하게 된다. 2030년 1차 발사(차세대발사체 성능검증위성)를 서막으로 2031년 2차 발사(달 연착륙 검증선), 2032년 3차 발사(달 착륙선)가 목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입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대한항공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누리호 반복발사 사업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만큼 선도기업으로 치고 나갈 기세다. KAI와 대한항공, 현대로템 등도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KAI는 기존 항공기, 전투기 수출과 기술력과 경험이 국내 업계 최고 수준인데다가 기존 누리호 체계총조립을 해온 만큼 기술력에서 앞섰다는 보고다. 대한항공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나로호의 총조립을 이끈 경험과 항공 분야에서 경험과 기술력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현대로템 역시 1990년대부터 진행했던 메탄엔진 개발 경험을 기초로 그동안의 대형국책사업 수행 경험을 더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한다.

우주 투자의 경제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그래서 선진 각국은 우주 시장의 선취를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글로벌 경제 10위권 안에 드는 우리도 주눅 들 필요 없다.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만큼 민관이 호흡을 맞춰가면서 미래먹거리 산업으로서 우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건 국민들 응원과 관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주를 향한 열정이 정부 일각, 소수 기업에 그치지 않고 온 국민의 가슴 가슴에 깃들 때 우주 시장 쟁취 전쟁에서 뒤지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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