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앨트먼, MS로 옮겨가, 직원 대부분 “앨트먼 복직 안되면 집단 사표”
사내 ‘AI 개발’ 신중론자들, 빠른 개발과 배포 주력 앨트먼에 ‘쿠데타’?
앨트먼 빠진 오픈AI에 “MS와의 파트너십 와해 등 앞날 불투명” 해석도

미 의회 법사위에서 증언하고 있는 샘 앨트먼.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미 의회 법사위에서 증언하고 있는 샘 앨트먼.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샘 앨트먼을 내쫓은 오픈AI가 대 혼돈에 빠졌다. 더욱이 앨트먼이 전격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옮겨가서 별도의 자회사를 하나 맡기로 하면서, 더욱 허탈하고 곤혹스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국내외 언론과 호사가들은 “MS만 좋게 되었다”고도 한다.

지난 17일 그의 전격적 해고 이후 전세계 외신들은 이를 헤드라인으로 다루면서, 그 배경과 현재의 상황, 향후 앨트먼의 거취, 나아가선 GPT로 상징되는 지구촌 생성AI 기술세계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단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앨트먼 전격 해임을 둘러싼 ‘드라마’ 이면엔 “인공지능을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둔, 그간의 이견과 갈등이 숨어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앞으로 생성AI가 이끄는 지구촌 인공지능 기술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픈AI 뒤늦게 후회? “회사 와해될 수도” 불안감

외신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요약하면 오픈AI는 뒤늦게 후회하며, 당황스런 상황을 맞이했고, 내부 직원들 대부분이 앨트먼을 따라 퇴사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앨트먼이 함께 회사를 그만 둔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로크먼과 함께 MS로 옮겨가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은 공통적으로 “오픈AI의 카오스”로 표현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트업이 자칫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고 과장섞인 분석을 할 정도다. 로이터통신도 “이젠 세계 생성AI 시대의 키는 (앨트먼이 자리를 잡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겨가고, 오픈AI의 시대는 끝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일단 임시 CEO를 맡는 듯했던 공동창업자 마티 무라티가 이틀도 안돼 물러나고, 20일 아침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전 CEO였던 에밋 쉬어(Emmett Shear)가 오픈AI의 새로운 임시 CEO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상당 기간 CEO가 수시로 바뀌며 갈팡질팡하는, 무질서를 미리 시사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내부 분위기는 더욱 혼란스럽다. 앨트먼 해고 다음 날 이미 오픈AI 전체 직원 770명 중 500명이 “이사회가 사임하고 앨트먼과 브로크먼이 복직되지 않으면 집단 퇴사하겠다”고 연판장을 돌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샘 앨트먼과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로크먼. (사진=셔터스톡)
샘 앨트먼과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로크먼. (사진=셔터스톡)

앨트먼 추출 앞장섰던 인물도 ‘복직 청원’ 서명?

더욱 모순된 것은 이런 연판장에 서명한 사람 중에는 정작 앨트먼을 쫓아내는데 앞장 섰던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일리야 서츠케버 자신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X에 “이사회 활동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 나는 오픈AI를 해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나는 우리가 함께 이룬 모든 것을 사랑하며, 회사를 재결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자신의 경솔한 판단이 빚은 엄청난 사태 앞에서 당황하며 내놓은 구차스런 자기 변명 내지 신변 안전을 위한 보신용 멘트로 보이기도 한다.

새로 온 CEO 에밋 쉬어는 “앞으로 30일 동안 독립 조사관을 고용해 앨트먼을 해고까지의 전체 과정을 조사하고, 회사의 경영진과 리더십 팀을 개편할 것”이라며 3가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이틀 후 물거품이 되었다. 20일 아침,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앨트만을 다른 불특정 동료들과 함께 사내 ‘고급 AI 연구팀’의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X를 통해 밝혔다.

나델라는 그러면서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기술설명회) ‘Microsoft Ignite’에서 발표한 모든 것을 함께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의례적인 립서비스일 뿐, 앨트먼 없는 오픈AI와의 긴밀한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브로크먼도 기다렸다는 듯이 전 오픈AI 연구 책임자 제이컵 파초키, AI 위험 평가 책임자였던 알렉산더 매드리, 연구원 치몬 사이더 등과 함께 앨트먼에 합류했다.

이에 오픈AI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로인터통신은 “일부 투자자들이 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해 더욱 궁지에 몰린 셈이다.

창업주 해고도 가능한 오픈AI의 독특한 구조?

그러면 어떻게 이사회가 앨트먼을 쉽게 해고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이는 애초 비영리단체의 산하 조직으로 출발한 오픈AI의 분산 구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사회 구성원 중 누구도 오픈AI에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다. 앨트먼은 CEO가 되기 전부터 ‘Y Combinator’라는 펀드를 통해서만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유지했다. 이는 그가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 회사에서 쉽게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AI는 비영리 모회사인 ‘OpenAI Nonprofit’에 의해 통제된다. 모회사는 이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애초 비영리로 출발했으나 2019년 자본 조달을 위해 영리 자회사를 추가한 오픈AI의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사회를 통제함으로써 비영리단체는 핵심적인 역할과 거버넌스, 감독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학계 일각에선 “유한 책임 회사를 운영 주체로 사용하는 오픈AI와 같은 기업 구조에서는 이러한 경영진의 리더십이 더욱 좁아질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투자자로부터 비영리 단체의 이사를 고립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앨트먼과 같은 창업주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구조다.

샘 앨트먼이 국제행사에서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안전대책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샘 앨트먼이 국제행사에서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안전대책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AI와 인간’을 둔 근원적 시각차로 늘 ‘갈등’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은 좀더 근원적인데에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를 둔 ‘AI에 관한 철학’의 차이에서 불거진 사태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전 애플이 스티브 잡스에게 그랬듯이, 앨트먼을 경솔하게 내친 오픈AI 경영진의 행태와는 별개로, 이 문제는 그런 시각에서 새겨봐야 한다는게 또 다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초 앨트먼이 챗GPT를 개발하고 CEO 자리에 앉으면서, 오픈AI 사내엔 광범위하게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AI 기술을 두고, 근본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두 진영이 있었다.

앨트먼을 위시한 진영은 AI의 급속한 발전, 특히 AI의 공개적인 배치가 스트레스 테스트와 기술 완성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다른 진영에선 “AI가 과련 인간이 섭취하기에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먼저 실험실에서 AI를 완전히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급선무이자 안전한 길”임을 강조해왔다.

후자의 입장은 앨트먼의 해임을 주도한 공동창업자이자 오픈AI 수석과학자 겸 이사외 멤버인 일리야 서츠케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초지능 AI가 통제 불가능하게 되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이타주의’라는 사회적 역할에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런 의견차는 AI에 의해 제어되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두고도 이어졌다. 적극 개발론자들은 “차량의 기능과 약점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빽빽한 도시 거리에서 자율주행차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새로운 자율주행기술이 알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특히 서츠케버는 앨트먼이 오픈AI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자의 손에 너무 빨리 밀어 넣어 안전을 위협한다고 질타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한 지인도 블로그 게시물에서 “우리는 잠재적으로 초지능 AI를 조종하거나 제어하거나, 그것이 불량하게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이 없다”면서 “인간은 자신보다 훨씬 더 똑똑한 AI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감독할 수는 없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런 논쟁이 갈등으로 비화되고, 사업화 단계에서 심각한 이견과 갈등으로 노출되고 말았다.

특히 이달 초 오픈AI가 연 개발자 행사 ‘데드 데이’에서 그 임계점을 넘어섰다. 챗GPT-4 터보 등 더욱 강화된 버전과, 초지능 AI가상 비서처럼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등을 곧 상용화할 것이란 비전을 내놓은 것도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으로 보인다.

이에 서츠케버 등 신중론자들이 참다못해 이사회를 통한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얘기다. 이는 역시 이사회 멤버인 앨트먼과 브로크먼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이사진 모두가 ‘쿠데타’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후원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가 관건

이번에 쉬어 에밋이 임시 CEO를 맡긴 했지만, 오픈AI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밋은 취임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49%의 지분을 가진 MS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사실상 오픈AI의 핵심 인물인 앨트먼을 스카웃한 터에 굳이 과거와 같은 파트너십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앨트먼이 떠난 회사에 남은 직원들은 여전히 동요하고 있다. 20일에도 600명 이상의 오픈AI 직원들은 “현 이사회가 사임하고 앨트먼과 그레그 브로크먼 전 이사회장을 복직시키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겠다”고 집단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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